이츠 – 사라질 사람, 사라질 사랑
전성기라고 생각했던 순간,
혹시 있나요?
사실 우리는
매일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지만,
참 이상하게도
그 모든 순간을 지나간 시간으로 추억하곤 하죠.
지금도 어쩌면
그 누구에게는 가장 빛나는 전성기일지 모르는데 말이에요.
시간이 흐르면
몸도 마음도 예전 같지 않고,
버거워지는 하루가 늘어날수록
사람은 자연스럽게 '그때가 나았던 것 같아'라는 말로
스스로를 달래게 되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이
가장 뜨겁고, 가장 아프고,
가장 선명하게 살아 있는 지금의 전성기일지도 모릅니다.
오늘 함께 나눌 곡은
이츠(its) – 사라질 사람, 사라질 사랑입니다.
‘사람’과 ‘사랑’. 발음도 비슷하고,
말장난처럼 엮이기 쉬운 단어들이지만—
이번 곡에서는 그저 장난처럼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냥 흘려들어도 되는 노래였으면 좋았을 텐데,
가수의 목소리와 가사들이
지나치게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마음에 깊이 스며들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 노래를 꼭 한 번,
가사에 집중해서 들어봐 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가져왔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정확히 기록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가 ‘지금’이라고 말하는 찰나조차,
이미 과거로 흘러가고 있죠.
기록은 언제나 ‘이미 지나간 것’에 대한 흔적이고,
혹은 ‘앞으로 어떻게 살겠다’는 다짐이 되곤 해요.
참 아이러니하죠.
지금 이 순간이 너무 소중해서 적어보지만,
기록하는 그 순간조차
이미 지나가버린 지금.
녹고 있는 이 시간을 붙잡기 위해 펜을 들었는데,
그 펜 끝에서 나오는 건 이미 흐르고 만 이야기들뿐.
이 가사를 듣는데,
문득 아주 오래전 어느 여름날이 떠올랐습니다.
모래사장에서 모래를 한 움큼 집었던 기억.
욕심이 났어요.
한 줌이라도 더 가득 쥐고 싶어서
손바닥에 가득 모래를 올렸지만
그게 오히려 문제였죠.
손가락 사이로 스르륵 흘러내리던 모래들.
조금이라도 덜 빠지게 하려고
세게 움켜쥐는 순간,
모래는 더 빠르게 빠져나가고.
결국, 무언가를 놓치기 싫어서 세게 쥐고 있었는데
그게 오히려 더 빠르게 잃는 방법이었다는 걸
그때는 몰랐습니다.
손바닥은 텅 비었고 발만 동동 구르던 기억.
아무것도 바꿀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건 한참 뒤였어요.
그게 여름이었죠. 언제부턴가,
잊었다고 생각했던 그 기억이
지금 이 노래에 맞춰 다시 흘러들어오네요.
손가락 사이로 전부 빠져나간 모래.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는 걸 깨닫는 순간,
우리는 의외로 생각보다 담담해지기도 합니다.
막상 다 잃고 나면
그토록 애쓰고 쥐고 있던 게
별거 아니었던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죠.
그래서인지, 이 노래의 이 구절이
체념처럼 들리지 않고
오히려 해방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 이왕 다 잃어본 거,
조금만 더 밑으로 내려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
바닥이 어딘지조차 모르는 곳까지,
한 번쯤은 온몸으로 떨어져 보는 거죠.
그 끝에 뭐가 있을지 모르지만—
사라지듯, 살아지는 걸지도 모르니까요.
완벽하게 추락한다는 말.
처음엔 조금 무서운 말처럼 들렸어요.
하지만 곱씹을수록
어쩌면 부서지는 것조차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뜻 아닐까 싶었습니다.
가장 깊은 바닥까지 떨어지는 순간,
어디도 닿지 못한 감정이
비로소 진짜 ‘살아 있는 감정’이 되는 건지도 모르죠.
영원토록 온전히 살아보자는 말도
참 대단하죠. 우리는 어차피
사라질 사람일 뿐인데,
그걸 알고 있으면서도
그 찰나의 순간을 가지자고 말하는 용기.
그게 이 노래에서 가장
마음에 깊이 남는 부분이었습니다.
마지막까지
서로를 놓지 않으려 애썼기에
남는 건 결국 상처였을지도 모릅니다.
차라리 깔끔히 떠나보냈다면
덜 아팠을 텐데, 그 사람의 빈자리는
아마 지금도
어딘가 많이 흉하게 파여 있겠죠.
혼자서 울고, 집착하고,
아무도 모르게 아파하고,
그 감정들로 천천히 썩어가는 시간들.
하지만.. 흉터가 선명하게 남아 있어야
그게 진짜 사랑이었다고 말할 수 있는 거 아닐까요.
사라질 걸 알면서도 끝까지 버텼고,
흔적을 남기려 했던 마음.
그게 사랑이라면 흉터조차도
사랑의 일부일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더는 그걸 가릴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흉터를 가릴 필요가 있나요?
그건, 꿈이 지나간 자리인걸요.
이 애매모호한 대답들 속에서
진짜 정답을 스스로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올까요?
그래요, 지금 이 시간처럼요.
혼자서 조용히
지나간 시간들을 되짚어보고
내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를
적어 내려가는 이런 순간.
아마도 잃어봐야, 잃고 싶지 않아서 기록하게 되는 게 아닐까요.
우리의 전성기도,
그렇게 스쳐 지나갔으니까요.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에서야 사무치게 그리운
그 찰나의 계절처럼요.
모든 계절이 유서였네요.
잃을 거라는 두려움에
꽉 움켜쥐고 살았던 시간들.
하지만 그 두려움을 놓아버리고 돌아보니
비로소 알겠어요.
그 모든 계절 안에
다시는 잃고 싶지 않은 기억들이
조용히 남아 있었다는 걸요.
그 모든 게
나였던 것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한—
지나간 꿈의 껍질들이네요.
잡으려 하면 사라지고,
기억하려 하면 흐릿해지는 것들.
그런 것들이
어쩌면 지금의 나를
조용히, 조심스레
만들어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잃은 것이 많다는 건,
그만큼 품었던 것이 많았다는 뜻이니까요.
그리고, 부풀어 올랐던 상상은
지금 나의 악상이 되었습니다.
너와 함께 항상,
꿈꿔왔던 비상조차도
이제는 말할 수 있어요.
다 사라질 사람. 다 사라질 사랑.
그 모든 것이
결국은 사라질 걸 알면서도
우린 끝까지 꿈꿨어요.
흘러가는 것들을 향해
자꾸만 손을 뻗었고,
놓치기 싫어서 더 깊이 껴안았습니다.
환상이었고, 공상이었고, 몽상이었고,
결국 흑백으로 남겨질 자화상이었겠지만—
그래도 그 모든 순간은
분명 우리의 전성기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사라질 걸 알았기에
그토록 뜨겁게 살아냈던 날들.
그래서 지금 이 글도,
아마 조금은 유서 같은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곡의 마지막,
반복되는 코러스가
처음엔 절규처럼 들렸습니다.
붙잡으려 애쓰던 감정이
마침내 터져 나오는 것처럼.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절규가
조금씩 해방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조금은 자유로워진 마음.
여전히 사랑은 사라지고,
사람도 떠나겠지만 그 모든 흔적 위에
우리는 살아갑니다.
아름답게, 때로는 아주 조용히.
부디, 이 곡을
한 번쯤은 꼭 들어보셨으면 해요.
가수의 음색으로 전해지는 감정들 속에
제가 담고 싶었던 마음이
더 선명히 느껴질지도 모르니까요.
오늘도 제 글을
끝까지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다음에도 좋은 곡과 함께
다시 찾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