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고 있는 것이군요, 꿈을
“신기하다!”
하온은 당황한다. “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이 대화가 반복되어 왔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이었다. 무의미하게, 끊임없이.
“그야 신기하죠! 이거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나올 법한 상황이잖아요?”
“푸핫.”
등에 흐르던 땀도 잊고, 하온은 웃어버렸다.
멈춰 있던 초침이 째깍, 다시 움직인다. 흑백의 풍경이, 서서히 색을 되찾는다.
—
흔한 오후의 카페. 하온은 백수다. 얼마 전, 공사 현장에서 누군가 다치는 장면을 목격한 뒤 그는 일을 그만두고 그대로 멈춰 있었다.
“봐봐, 하온! 내가 하늘을 난다고! 날아!”
선월은 폴짝 뛰어올라 공중에서 무중력 상태를 만끽한다.
“알겠으니 내려와요. 정신사나워.”
하온은 전 상황에 대한 기억이 흐릿하다. 지금 이 상황을 정리하는 게 먼저였다.
“그래도 다행이에요.”
지금 이 상황을 ‘다행’이라니. 하온은 스스로가 환각과 환청을 겪고 있다는 걸 부정할 수 없는데.
“뇌는요, 살기 위해서라면 어떤 선택도 한대요! 기억을 지우는 것도, 만들어내는 것도...!”
선월은 해맑게 소리친다. 마치 지금 이 세계에 해답이 있는 양.
“당신은 살기 위해 노력 중인 거잖아요? 그러니까— 나아질 수 있는 거예요!”
하온은 그냥 인정한다. 이미 보이는 걸 안 보이게, 들리는 걸 안 들리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신기해. 나는 영적인 존재인가요? 아니면 만들어진 걸까요?”
“글쎄요...?”
“그럼 이 원인을 찾아보죠. 우리 함께.”
“그래요, 선월. 함께.”
“스승님이라고 부르라 했죠!”
“그보다... 기억이 전혀 나지 않아요. 제가 지금 여기 앉아 있는 것도, 앉아 있었던 이유도... 당신이 나타나고부터예요.”
“제가 그만큼 존재감이 남다르긴 하죠. 그래도 좀 감동인데요? 모든 걸 잊어버려도 저는 생각해 낸 거니까요?”
—
선월은 그래도 이 이상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먼저 나선다.
“일단, 해결해 볼까요!”
“음, 어디서부터 해야 할까요? 감이 안 잡히네.”
선월은 활짝 웃으며 말한다.
“그럴 땐! 처음부터! 지금 당장 기억나는 걸 전부 말해봐요!”
“으음, 26살, 고졸, 백수... 좋아하는 건 게임...? 이름은... 하온...”
“하온! 하온!? 근데 왜 하온이예요?”
맑고 높은 하이톤, 앳된 얼굴에 호기심을 참을 수 없어하는 선월이 들뜬 마음을 표현한다.
“네...?”
질문의 뜻보다는 의도를 파악하는 게 먼저, 당황스럽지만 선월의 표정을 먼저 읽는 게 우선순위다.
다만 그럴 시간을 주지 않는 게 그녀의 특징, 그래, 아이덴티티. 이미 내가 하는 모든 생각을 읽을 수 있으니까.
“너무 어려운 질문이었나요?! 그럼 본인의 이름 뜻은 알고 계신가요?!”
잠깐 고민하지만, 여전하게도 그대로인 내 모습. “하온, 여름의 따뜻함.”
“그래요! 그거! 이름이 왔으면 이름이 가야죠?!”
그녀는 가슴을 크게 부풀리고 숨을 크게 들이쉰다.
“알릴 선! 달 월!”
“네, 선월님.”
“스승님이라고 부르라니까요!”
그래, 항상 이렇게 특별한 관계.
조금은 그리운... 느낌이 난다. 조금, 이 사람은 내 스승이 맞다. 실제로 존재했다.
“이름대로 살고 있나요, 하온?”
정말, 잔인하게 울리는 그녀의 목소리.
“... 글쎄요..? 모르겠네요.”
하온은 잠시 시선을 아래로 떨군다. 하지만 아주 짧은 순간, 뇌 한편이 파르르 흔들린다.
“초등학교 땐, 여름방학이 제일 좋았던 것 같아요.... 그땐 진짜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그 기억은 마치 너무 오래된 영상처럼 흔들리고, 그럼에도 따뜻했다. 이름처럼.
“그때 나를 만났나 봐요.” 선월이 장난스럽게 말을 건넨다. “음, 그때도 전 이렇게 예뻤겠죠?”
“몰라, 모르겠으니까 넘어가죠.” 하온은 질린 듯 손사래를 친다.
그녀의 표정이 정말 지루한 듯 구겨진다.
“정말, 이제 이 상황, 이 순간부터 하온 인생에 ‘모르겠다’는 없어요! 알려고 하지 않는 거랑, 찾고 있는 거랑은 달라요!”
“스스로를... 찾고 있다고요...?”
“그래요! 이 수많은 사람들 속에서 본인만, 본인이어야 하니까요!”
그녀의 표정이 확신에 찬 행복으로 물들어간다.
“세상으로 나를 표현할 수 있는...!”
하늘을 보며 깊은 생각에 빠진다. 그럴 시간을 주지 않는 게 그녀의, 아니 스승님의 특징.
“하온, 제 꿈은요. 언제나 저로 남고 싶은 거예요.”
“....”
남자의 고민이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해결될 수 없음을—
“자본주의 사회에서 스스로를 잃어버리는 건 너무나 쉽잖아요! 저는 세상 모든 꿈은 자본과 거리를 둬야 한다고 생각해요!”
“....”
고민이 달을 보는 것만으로도 해결될 수 없음을 알면서도 달을 계속 보게 되는 게 참, 나답다.
“하온은 만약, 돈을 벌 필요가 없을 정도로 자본력이 갖춰진다면 뭘 하고 싶어요?”
“네...?”
“돈이 필요가 없을 정도로 돈이 많다고! 멍청아!”
전혀 고민하지 않았던, 고민할 필요도 없었던 질문. 그리고 모든 걸 정리해 줄 수 있는 질문.
“아... 글쎄요... 잘 모르겠...”
“찾고 있는 거군요!”
“...!”
“하온, 그럼 꿈을 찾으러 가볼까요?”
그녀는 일어나 하온의 손을 잡는다.
달린다. 달린다, 단지 지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하지만 ‘꿈’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너무 낯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