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랑 – 잘 알지도 못하면서
요즘 들어,
누군가에게 내 의견을 말하는 일이 점점 조심스러워졌습니다.
어떤 말이 그 사람을 아프게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
내가 다 알지 못한 채
쉽게 판단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망설임.
그런 생각들이,
입 밖으로 나오는 말 한 줄 앞에서
멈춰 서게 만들어요.
예전엔 내 생각을 편하게 말했던 것 같아요.
누군가의 말에 자연스럽게 대답하고,
가볍게 농담도 주고받고,
맞지 않는 이야기엔 고개를 저을 줄도 알았죠.
그런데 요즘은요.
이상하게 조심스러워졌어요.
분명, 예전엔 편하게 웃고 떠들던 사이였는데—
이젠 누군가가 내 의견을 물어봐도
“음... 오... 아... 예...”
괜히 조심스럽게 웃기만 하게 돼요.
그 순간,
그저 그 자리를 무난하게 넘기는 데
온 신경을 쓰고 있는 나를 발견하죠.
오늘 같이 들어볼 곡은
이랑 – 잘 알지도 못하면서입니다.
그래요, 사실
‘잘 알지도 못해서’ 더 쉽게 말할 수 있는 게 사람인데요.
어느 순간부터 우리는,
‘잘 모르니까 더 조심해야지’로 바뀌어버렸어요.
그러니까 오늘은—
잘 몰라도, 그냥 말해보기로 해요.
"난 사실 멋 내는 게 좋아."
멋지다, 예쁘다.
있는 그대로 참 좋은 말들인데도,
그런 말을 들었을 때
기분 좋기보다 먼저 마음을 다잡게 될 때가 있어요.
왜일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면,
그 말이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들’을 근거로
나를 판단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에요.
얼굴, 몸매, 옷차림 같은 것들로
나를 알아버린 듯 말할 때—
그건 칭찬이라기보다
조금은 검열처럼 느껴졌어요.
그냥, 있는 그대로 날 봐준 건 분명 그 사람이었는데.
왜 그 순간, '잘 알지도 못하면서’란 말을
먼저 떠올렸을까요.
그것도 칭찬인데 말이에요.
"그런데 누가 멋 냈느냐고 물어보면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이, 내가 왜 그러는지."
누가 묻죠.
“오늘 멋 냈네?”
그러면 꼭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요?”
라는 듯, 얼버무리게 돼요.
왜 그럴까요.
우리는 생각보다 타인에게 큰 관심이 없다고들 하지만,
타인의 변화는 기가 막히게 알아챕니다.
새 옷, 헤어스타일, 작은 액세서리 하나.
아무렇지 않게 던진 “어? 너 오늘 뭔가 다르다?” 같은 말에
속으론 얼얼하게 반응하면서도,
겉으론 꼭 모른 척을 하죠.
사실,
나를 꾸민다는 건
정말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에요.
그건 단순한 외적 변화가 아니라,
감정의 선택이고,
‘나 자신을 좋아하고 싶어서’ 들이는 노력이에요.
그러니까,
알아봐 줬다는 건 분명 기쁜 일이에요.
그런데도 우리는 괜히 모른 척,
별일 아닌 척 넘겨버려요.
왜냐하면 그 순간에도—
어딘가에서 들었던 말이 떠오르거든요.
“못생긴 애가 멋 부린다.”
그러니까요.
나는, 예쁘다는 말보다
아름답다는 말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그리고 그런 모습을
알아봐 준 당신의 다정한 시선이
더 고마웠던 것 같아요.
그래도 아직은 조금 무서워서,
모른 척할 수도 있지만—
사실은 그래요.
나, 멋 내는 거 좋아해요.
그냥 이유 없이,
나답게 살고 싶어서요.
그러니 다음번엔,
그저 이렇게 말해주세요.
"오늘 기분 좋아 보여."
그 말 한마디면,
나는 내일도
나답게, 나다울 수 있을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