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드커넥션 – 그림자놀이
요즘,
밀린 숙제를 하는 기분이 자주 듭니다.
남들이 청소년기에 끝냈을 고민들을
이제야 꺼내 들여다보는 느낌이 묘하게 씁쓸합니다.
‘꿈이 뭐지?’
‘하고 싶은 건 뭐였더라...’
‘내가 싫어하는 건?’
‘좋아하는 건?’
그리고...
‘나는 왜 사는 거지?’
혼란스러운 이 시기에 자꾸 부정적인 감정과 오래된 트라우마들이 저를 흔듭니다.
날도 더운데, 마음은 더 답답합니다.
그 감정들이 절 가만히 두질 않네요.
결국 저는 무언가를 계속 먹으며 스트레스를 풀고,
무거워진 몸을 끌고 또 하루를 시작합니다.
그러다 문득,
이 노래가 저에게로 와주었습니다.
좋아요.
오늘, 같이 들어볼 곡은
너드커넥션 – 그림자놀이입니다.
사실, 이 노래의 가사는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거의 모든 감정은 사운드 위에 실려 흐르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이 노래는 꼭,
곡과 함께 듣고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 비로소 이 이야기가 완성될 수 있으니까요.
“나는 너의 아주 오래돼 버린 괴담
네가 끔찍이도 싫어하는 꿈”
생각보다 정말 많이 맴돌았던 첫 소절입니다.
처음엔 그냥 사랑 노래인가 싶었습니다.
‘너’라는 단어에 괜히 짝사랑의 뉘앙스를 씌워보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 다시 들으니 전혀 다른 사람이 보입니다.
바로, 저 자신입니다.
그건 그냥 잊힌 줄 알았거든요.
오래전에 꾼 악몽처럼요.
다시는 떠오르지 않을 거라 믿었던 감정들
후회, 외면, 죄책감, 자책.
그 모든 트라우마들이
어느 날 갑자기, 확... 올라옵니다.
생각해 보면,
그 감정들은 제대로 흘려보낸 적이 없었습니다.
“지나가겠지.”
“그냥 덮고 살자.”
“시간이 다 해결해 줄 거야.”
그런 말들로만 눌러두고,
저는 그냥 살아내기에 급급했죠.
그래서,
이 노래의 목소리는 마치 내 안의 또 다른 내가
조심스럽게 말을 거는 것처럼 들립니다.
"날 뱉어 내지는 마
꼭 삼켜 봐"
나는 너야.
생각해 보면,
이런 감정들은 한없이 어렵지만
반대로, 한없이 단순해지기도 합니다.
너무 복잡하게만 생각했던 문제들이
사실은, 그저 꺼내기 어려워
마음속 어두운 방에만 묶어두었던 거더라고요.
그 방의 불을 켜는 순간부터
그게 ‘트라우마’가 아니라
‘이겨내기로 한 일’이 되어버린다는 말,
이제야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그래요.
저는 이제,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지키며 살아가려 합니다.
그리고
제가 싫어했던 것들,
제가 실수했던 그 모든 순간들은
조금씩 정리해 보려고요.
그래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어둠은 여전히 제 안에 있습니다.
하지만 그 어둠을
이젠 제 일부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그림자라도 괜찮아요.
그 그림자가 결국,
제가 걸어온 길의 증거이기도 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