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얼어붙지 않기 위해 춤을 췄다

백예린-Antifreeze

by 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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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가수 백예린 님을 아시나요?

저는 이 가수를
‘블루’라는 곡으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첫 소절에서,
그만 반해버리고 말았죠.

목소리도 물론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이 가사.


난 왜 네가 가진 것들을 부러워하는 걸까,
감당하지도 못할 것들을 손에 꼭 쥐고서


이 문장을 듣고 나서
자꾸 곱씹게 되더라고요.
곱씹을수록 마음이 묘하게 아려와서

그 이후로는 백예린 님의 노래를
계속 찾아 듣게 됐습니다.


오늘 소개할 곡은
사실 백예린 님의 곡이 아니에요.

이 곡은 검정치마의 정규 1집 [201]에 수록된
Antifreeze라는 곡의 커버 버전입니다.

처음 들었을 땐
당연히 백예린 님의 곡인 줄 알았는데,
글을 쓰기 위해 찾아보는 중에
원곡이 따로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처음엔 원곡으로 소개하려고 했지만,
백예린 님만의 목소리로 들으니

이 곡이 참 다르게 다가오더라고요.

단순히 “더 좋다”는 의미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감정, 다른 해석으로 들려서
오늘은 이 커버 버전으로
여러분과 감정을 나눠보려 합니다.

원곡과 비교하며 들어보는 것도
분명 재미있을 거예요. :)



우린 오래전부터 어쩔 수 없는 거였어
우주 속을 홀로 떠돌며 많이 외로워하다가

어느 순간 태양과 달이 겹치게 될 때면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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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곡은 처음부터 조금 먹먹하게 시작합니다.

마치, 이어폰을 누군가에게 건네줄 때
한쪽만 꽂고 있어서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는 느낌처럼요.

그러다가 서로 양쪽을 나눠 끼고
음악이 완전히 귀를 감쌀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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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제야
노래가 제대로 들리는 순간이 찾아옵니다.

먹먹한 공기가 서서히 감정을 채워가는 이 시작,
그 느낌이 저는 참 좋았습니다.

심지어, 태양과 달이 겹치는 그 순간에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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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선 비만 내렸어
뼛 속까지 다 젖었어
얼마 있다 비가 그쳤어
대신 눈이 내리더니
영화서도 볼 수 없던 눈보라가 불 때
너는 내가 처음 봤던 눈동자야


비가 내렸습니다.
비만 내렸죠.

우산도 없고, 피할 수도 없이
아니, 피할 정신도 없이
그저 맞고만 있었습니다.

비는 옷을 적시고
머리카락을 타고
목을 따라 뼛속까지 스며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비는 어느새 눈이 되었습니다.

젖은 몸 위로
하얀 눈이 조용히 쌓여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때쯤엔 이미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껴야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손끝이 저리고 발끝이 둔해졌고

감정도 그렇게 무뎌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눈은
곧 눈보라로 바뀌었고

생각보다 훨씬 더
차가운 것들이 몰려왔습니다.

그때 처음 본 눈동자.

차가운 공기 속에서
그 눈은 이상하리만치 따뜻해 보였습니다.

동정도, 연민도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조금 더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었습니다.

마치 이미 다 알고 있다는 듯한 눈.
그럼에도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는
조용한 이해 같은 것.

그 눈을 보는 순간
저는 무언가를 숨기려 했던 마음보다
조금 더 오래
그 눈을 마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낯익은 거리들이 거울처럼 반짝여도

네가 건네주는 커피 위에 살얼음이 떠도

우리 둘은 얼어붙지 않을 거야

바닷속의 모래까지 녹일 거야

춤을 추며 절망이랑 싸울 거야


어제와 같은 오늘이
거울처럼 반사되듯 반짝이고

그 사람이 내미는 것들 위에도
차가운 것들이 어김없이 얹혀 있지만

우리는 얼어붙지 않을 거예요.

확신이랄 것까진 없어도,
서로를 믿는 마음과
같은 방향을 바라보는 조심스러운 배려가 있다면

충분히 함께 이겨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살얼음이 떠 있는 커피를
조심스레 마시듯
우리도 서로를 천천히 대하면

바닷속의 모래처럼 아주 천천히,
하지만 분명히
녹아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의 인생에

내가 조용히 스며들 수 있다면 좋겠다고

아니, 그 사람이
내 인생에 그렇게 스며들었구나 하는 걸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얼어붙은 아스팔트 도시 위로
숨이 막힐 거 같이 차가웠던 공기 속에
너의 체온이 내게 스며들어 오고 있어


이제는, 이 얼어붙은 도시에
숨이 막힐 것 같던
차갑고 답답한 삶 속에서도

당신으로 채워진 온기로
하루하루를 이겨내고 있습니다.

그전엔 내가 어떻게 웃고 있었는지
도무지 기억나지 않지만

이제는, 웃는 얼굴이 훨씬
자연스럽고 예쁘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따뜻한 오늘입니다.


너와 나의 세대가 마지막이면 어떡해
또 다른 빙하기가 찾아오면 어떡해


너와 나의 이야기가
정말 마지막이면 어떡하죠.

이 이야기가 끝나고
또 다른 빙하기가 시작되면,

저는 또 무딘 감각으로 버텨야 하는 걸까요.

다시 얼어붙은 도시에서
누군가의 체온을
오래 기다려야 하는 걸까요.


긴 세월에 변하지 않을 그런 사랑은 없겠지만
그 사랑을 기다려줄 그런 사람을 찾는 거야


그 사랑을 기다려줄 사람은 있을 거라고 믿고 싶었습니다.

사실, 누구나 알고 있죠.

그런 사랑은, 그런 사람은 없다는 걸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딘가에, 한 사람쯤은

그 마음이 녹아내릴 때까지

기다려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함께


멀지 않은 곳에서
같은 온도로, 같은 시간에
천천히 녹아가는 마음이면 좋겠습니다.


백예린 님의 Antifreeze는
조금 더 따뜻하고, 조용히 다가오는 느낌이었지만

검정치마의 원곡 Antifreeze는
조금 다른 결로
우리에게 위로를 건넵니다.

두 곡을 비교해서 들어보시고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 더 오래 남았는지
댓글로 나눠주시면 저도 함께 듣고 싶어요.

그럼, 다음 노래와 함께
다시 이야기 나누러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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