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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롬 Oct 26. 2024

몸: 숨길 수 없는 것이다.

상담주제: 부드러운 인상을 갖고 싶어요.

어려서부터 아무 일 없어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대학을 다니던 어느 날 작은 연못이 있던 벤치에 앉아 아무 일 없을 때는 두근거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유가 있는 건 이해가 되지만 아무 일도 없는 데 이렇게 가슴이 뛰는 게 힘들고 불편했다. 지금까지 20년 이렇게 살아왔으니 의지를 갖고 하면 반, 10년이면 고칠 수 있지 않을까 했다. 

 

그때는 세상에 상담이라는 것이 있는 줄 몰랐다. 심리학이라는 분야가 있는 줄은 더 몰랐다. 그래서 혼자 고민하다가 심장이 쿵쾅거리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상상했다. 심장이 쿵쾅의 전조증상은 뭔가 긴장이 심장으로 몰라가는 느낌이다. 올챙이 때가 몰려다니듯이.. 그러면 나는 상상을 했다. 유럽에 여행가 있는 나, 선생님이 된 나,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고 몸은 이완되고 어느새 심장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것은 심리치유에서 사용하는 긍정적인 것을 상상하며 전환하는 심상화 방법이었다.

 

두 번째 방법은 강의실 1층에 있는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것이다. 이유 없이 두근거리는 심장은 나를 더 불안하게 했다. 그래서 이유를 만들었다. 빈속에 마신 커피 때문이라고. 커피는 나를 안심시켰다. 나는 이런 이유로 커피를 좋아한다. 아직 살아있는 게 하늘에 감사할 뿐이다.


긴장을 자주 느끼다 보면 긴장하는 몸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게 된다. 저마다 느끼는 것은 다르다. 반복되어 느끼는 몸의 반응들이 그 사람의 자세가 된다. 자신감이 없는 사람은 자연히 고개가 숙여지고 어깨를 꾸부정해진다.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사람에게 느껴지는 정서는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반대로 고집이 세고 남의 말을 안 듣는 안하무인은 고개 빳빳이 들고 턱을 내민다. 다닌 사람에게 주는 느낌은 건방지게 느껴지거나 권위적으로 보인다. 몸은 마음의 습관을 나타내준다. 속일 수가 없다. 

 

나이 000은 얼굴이 자신을 나타내 준다는 말은 이런 의미일 것이다. 불안을 자주 느꼈던 나는 미간에 두줄 주름이 도장처럼 새겨졌다. 긴장되고 불안을 느낄 때 다른 것을 생각하며 집중하는 방법을 썼던 습관 때문이다. 겉으로 봤을 때는 심각해 보이거나 화가 나 보여 지금도 엄마 화났어?라고 묻는다. 겉은 그렇게 보일지라도 마음은 몰입되어 있는 편한 상태인데 오해할 수 있다. 

 

불안을 표현하는 몸을 돌보지 않고 옆에서 불이 났는데 모른척하고 방화벽만 내려놓은 격이다. 더 커지지는 않지만 불은 타거나 다 타고 재만 남는다. 상담을 받으면서 긴장이 되는 나의 몸을 자각하는 것부터 시작을 했다. 나는 긴장이 될 때 가슴이 쪼그라들고 숨이 가빠진다. 이럴 때 내가 긴장된 것을 안다. 그리고 거의 패키지 상품처럼 긴장을 누르려는 행동을 한다. 긴장을 누르려는 것은 미세한 입술 경련으로 일어나는 느낌이다. 잘 안될까 봐 집중하면서 머리가 아파진다. 거의 동시에 일어나지만 자세히 보면 3단계로 나누어진다. 긴장을 느끼는 것, 긴장된 나를 참는 것, 대책을 생각하는 것이다. 몸의 반응도 3가지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다. 한 번에 나타나는 것 같지만 알고 보면 몸은 아주 섬세한 연쇄 반응으로 나누어져 있다.

 

한 사람이 얼굴이 그 사람이 걸어온 길을 말해준다는 말이 있다. 내 미간 주름이 내가 얼마라 생각이 많고 특공대 살아왔는지 숨길 수 없게 할 것이다. 보톡스로 가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고집스러워 보일 수 있고 경직된 얼굴은 화가 나 보이기도 한다. 내가 어떤 모습으로 있는지 비추어 보는 것은 필요하다. 내가 원하는 모습이면 다행스럽지만 나도 모르는 표정과 태도로 살고 있을 수 있다. 나는 자주 얼굴 근육을 풀어준다. 자동으로 뭔가 생각하면 심각해지는 표정을 알고 있어서 생각도 깊이 하지 않으려 한다. 상대의 눈치를 많이 보는 사람은 웃음이 어색하다. 그게 굳어지면 웃는 모습이 밝아 보이지만은 않다. 나는 밝게 웃는 건데 상대는 썩소로 볼 수 있다.

 

몸에서 보내는 신호를 참지 말고 막지 말고 대책을 세우지 말고 그냥 바라본다. 이것을 받아들이기, 저항 내려놓기라고 한다. 우리 DNA에는 이겨내야 한다는 저항의 에너지가 있다. 안간힘을 쓸 때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 그냥 느끼고 바라보면 흘러간다. 지나가게 나의 그물망을 넓히면 된다. 다 괜찮은 것이니 느껴지면 느끼고 그렇게 흘러가도록 저항하지 않고 고요히 바라본다. 가볍게 호흡을 하면서 하면 좋다. 내 의지로 뭔가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애를 쓰게 된다. 애를 쓸수록 흘러가지 않고 바가지에 담아지게 된다. 저항한다는 것은 흘러가지 못하게 한다는 것과 같다. 내가 해결해야 한다 내가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의지에서 나온다. 이것 힘 있어 보이지만 결과는 몸에 가두는 것이다. 가두어진 감정이나 생각들은 쌓이게 된다. 몸의 반응을 다루지 않을 때 몸은 이상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몸의 이상 반응을 치료할 때 ‘수용의 창’ 안으로 넣는 방법이 있다. 자연스럽게 느낄 만한 몸의 반응 공간 안으로 넣는 것이다. 가장 높은 긴장도가 10이라면 나의 긴장도가 9, 8로 내리는 것이다. 자신이 그 정도는 수용할 수 있는 영역 안으로 만드는 것이다. 보통 그것은 조금만 내리거나 높이면 되는 것이지 내 모든 것을 바꿔야 하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긴장도가 9라고 느낄 때 깊은 호흡을 3~5번 한다. 이것 만으로 치닫는 감정을 잠시 멈출 수 있다. 수용의 창으로 넣을 수 있다. 수용의 창 안에 있다는 것은 내가 조절할 수 있는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조금만 달라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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