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어때? 어~ 지옥이야!
복직 3일째.. 남편이 오늘은 어때?라는 톡을 보냈다. 긴 답장도, 생각할 겨를도 없어서.. 한마디로 보냈다. 지옥이야.. 나도 모르게 쓰고 내가 놀랐다.. 정말 이렇게 느꼈나?.. 심하게 쓴거 아닌가..하고.. 맞다. 하루 하루가 아비규환같다.
나는 아이들과 어떤 교육을 할까를 고민하고 싶었다. 착석이 안되는 아이가 잘 앉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지 한시간에 100번더 더 질문하는 아이에게 어떻게 대화를 가르쳐야 할지... 자신의 의견을 말하지 못하고 그냥 웃는 아이의 심정을 어떻게 안심시켜주면 좋을지.. 이유없이 우는 아이는 내가 모를 이유는 없는지 살피고 싶은데...
하지만, 밀려드는 행정적인 일들을 처리하느라 속이 울렁거린다.
하루에 10가지도 더 넘는 단순하지만 시간이 필요하고 교육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모를 일들을 처리하느라 나는 정작 아이들에 대해 생각할 겨를도 없다. 남아서 하자는 맘으로 남았지만.. 화가 났다...
복직 이제 겨우 3일째... 3년이 지난 것같이 지치고 막막했다.. 4일째가 되니 우울감이 왔다. 학교에 가기 싫다는 초3 둘째아이에게.. 나도 그렇다고 말하니.. '엄마는 내가 얼마나 가고 싶지 않은지 몰라서 그래..'라고 했다... 나는 '엄마가 얼마나 가기 싫은지 너도 몰라서 그래...'라고 했다... 정말? 아이가 말했다.. 어, 엄마는 우울해..라고 말하니.. 엄마가 정말 힘들구나...라고 말했다. 아이가 졌다.
아이보다 선생님이 더 학교에 가기 싫은 현실... 좋아하는 일은 직업으로 하지 말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정말 그런가..
국제학교에 아이를 보낸 친구가 선생님은 수업만 한다는 말을 듣고, 수업만하는 그것이 참 부러웠다.
제도와 행정을 탓하기에는 오늘 하루가 소중하다. 나와 옆의 동료샘들이 소중하다. 내가 정말 힘들어하는 것을 수정해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동료의 교사로서의 교육활동에 충실할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만들어 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우선 물어야겠다.
지금 가장 힘든것이 무엇인지... 전체를 바꿀 수 없다고 해도.. 올해 우리 학년을 지원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와 학년 샘들이 교육활동에 더 집중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아이들이 더 적절한 교육으로 성장할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다.
..... 지옥같은 4일을 보내고.... 내가 출간을 준비하고 있었는지도 잊었다... 출간이 세상 전부같았던 2월도 있었는데... 우습다... 책에 대한 생각은 일상에서 가끔 떠올랐다. 메일을 열어 답장을 보았다. 한 10여개 답장이 왔다. 자동답장메일도 있고... 말도 안되는 메일도 있고... 자동답장일텐지만 그안에 작가의 떨리는 마음을 정성껏 알아주고자 마음을 담은 메일도 있었다. 대부분은 검토후 연락하든지 말든지 하겠다는 메일이다. 나도... 연락을 하든지 말든지.. 그런 맘이다.
치유적 글쓰기... 요즘 같은 일상에서 내 책이 무슨 도움이 될까... 이 이야기들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기도 했다... 이런 생각이 드니 가슴에서 쓴맛이 난다.. 그럼에도.... 한꼭지 읽어 보았다.
수정은.. 이제 중간부터 한다.. 고쳐쓰기를 하기 위해서 매번 앞장부터 하니까 뒷부분까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3장부터 고쳐쓰기를 다시 시작한다...
역시 첫문장부터 문단과 문단이 안맞는다.. 이야기는 중구난방이다. 읽다 말았다. 그럼에도 읽은 것에 칭찬.. 놓치 않은 것에 칭찬.. 정말 힘들 때 글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
치유적 글쓰기가 그 순간에 이루어질 수 있다면 그건 성장이다. 회복탄력성이 높다는 것이다. 3일 만에 다시 글을 쓴 것에 칭찬... 더 굴을 파지 않고 다시 일어난 것에 칭찬... 회복탄력성의 핵심은 긍정의 힘이다. 역경과 고난속에서도 긍정의 힘을 밝휘하는 것이다. 다시 일어날 몸과 에너지의 힘이다. 전환해 보면... 하루 하루가 감사할 일이다.. 혼자 걷고 혼자 먹고 혼자 말하고 혼자 싸고... 감사할 필요도 느끼지 못했던 일들이.. 모두 감사한 일이다...
특수학교 중1 우리반... 아이들이 이게 모두 가능하다면 정말 감사할텐데... 그럼에도 숨쉬고 때때로 웃고... 때때로 반응함에 감사.... 감사할 일이다.. 오늘은..... 부정성에 초점을 두지 말고 감사한 것에 마음을 두어야겠다... 우선 감사한 마음으로 아이들의 눈을 더 봐야겠다... 글쓰기가 치유인가? 라는 의문으로 오늘 노트북을 열었다.
치유, 그것은 멈추어 나를 보는 것이고, 알아차리는 것이다.
그만큼 자유롭고 가벼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