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주제: 자꾸 화가 나요.
폭풍 같은 만다라 수업을 2번째 마치고 2달이 지나고 다음 과정을 하게 되었다. 2번째 연수를 마치고 이제는 빨간색만 칠해졌다. 이게 무슨 장난 같지만 나는 진지했고 정말 빨간색 말고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렇게 15권의 워크북을 빨간색으로 칠하고 나니 색연필 7개가 몽당색연필이 되어 있었다. 이번에 또 무슨 일이 있을지 궁금한 마음으로 연수에 참여했다.
나는 손에 잡히는 가까운 곳에 워크북과 색연필을 두었다. 그리고 틈이 나는 대로 칠했다. 지난 연수의 과제는 만다라 워크북 15권을 칠하는 것이었다. 2달 동안 칠한 색은 모두 빨간색. 도안의 느낌에 따라서 다른 색을 칠하고 싶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아 결국은 빨간색으로 덧칠했다. 빨간색을 칠할 때 가슴이 시원하고 후련했다. 선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마구 칠했다. 아무 생각 없이 칠하다 보면 뭔가 모를 화가 올라오기도 하고 답답해졌다고 속상해졌다고 미친년 널뛰기 하듯 내 마음도 왔다 갔다 했다. 감정이 올라올 때는 색연필이 여러 번 부러졌다. 만다라의 마지막은 작업한 것을 모두 버리는 것이다. 모두 버리고 다음 연수에 참여했다.
나는 모두 빨간색으로만 칠해졌다고 과제 후기를 말하였다. 촉진자는 내가 원하는 색으로 원하는 대로 하면 제일 잘하는 것이라고 했다. 촉진자님은 너무 잘했다고 했다. 너무 잘했다고 다 그럴 이유가 있었을 거라고 했다. 연수에 참가해서도 여전히 빨간색이 칠해졌다. 마음껏 해보라는 촉진자의 말에 종이가 찢어지도록 빨간색을 썼다.
칠하면서 나도 모르게 ‘나에게 왜 그랬어!’라는 말이 나왔다. ‘나에게 왜 그랬어! 나한테 나한테 왜 그랬냐고!!’ 소리를 지르며 울었다. ‘나는 너무 어렸고 무서웠다고 나한테 왜 그랬냐고!’ 소리를 지르고 지르며 울었다. 종이를 다 찢어버렸다. ‘나한테 사과해 나한테 미안하다고 해’라고 말하며 엉엉 울었다. 촉진자님은 ‘그래 우주야 네가 얼마나 힘들었니 얼마나 무서웠니’라고 말하며 같이 나를 안아주었다. 마음에 남아있던 미해결과제를 지금 가서 원하는 말을 해주었다.
엄마는 너무 힘이 없어졌고 이미 노인이 되어 있었다. 엄마에게 듣고 싶던 그 말을 촉진자가 해주었지만 나는 체증이 해결된 듯 시원했다. 위로가 되었다. 그리고 작업하며 찢었던 종이를 모두 주어 담았다. 내 마음을 다 주어 담았다. 촉진자는 잘 모아진 내 마음에 작업을 해주었다. 소중한 마음들이라고. 이게 너의 힘이라고 금색칠을 해주었다.
나는 온몸에 힘이 빠졌다. 그리고 이제 다 지난 일이야.라고 나는 혼잣말을 했다. ‘애썼어. 참 잘 컸다’라고 내가 나에게 말해주었다. 이제 다 지난 일이야라고 이제 잘 보내주자고 말하였다.
이번 작업을 잘 마무리해서 제본? 만들어서 방에 걸었다. 정말 멋있다. 피칠갑을 한 나의 작품이다. 이 작품 안에 나의 슬픔과 절망, 그리움이 모두 들어 있다. 치유적이고 창조적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