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릴 때부터 나의 모든 일들을 기록하는 작은 일기장에 별것도 아닌 일들도 적어 기록해놓았던 습관이 있다. 나는 자라날 때부터 감정 기복이 심하고, 꽤나 예민한 편에 속한 아이였기 때문에 그때의 내가 그대로 자라 성인이 되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비가 오는 날엔 조금 차분하고 조용하고 안으로 스며드는 일들을 많이 하고 날씨가 좋은 날에는 밖에 나가 조깅을 하고, 헬스장에 가고, 꽤 활동적인 일들로 하루를 보냈다. 워낙 글을 쓰고 읽는 것도 좋아하기 때문에 어디를 가던 일기장과 랩탑은 빠질 수 없는 것들이다. 크면서 나의 이야기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나는 또 다른 나의 일기장에 모든 것들을 기록했다. 무엇들을 기록하는 것을 좋아하는 까닭에 사진을 찍는 것도 정말 좋아한다. 근데 나는 때 묻지 않은 것들만 찍는다. 그래서 나의 필름 카메라, 핸드폰에는 사람의 사진들보다는 사람이 아닌 사진들이 더 많다. 인간 이외에 때 묻은 것이 있을까, 과연 있다면 무엇일까, 그 무엇은 왜 때문에 때 묻는 채로 살아가는 것인가... 이렇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각하고 질문하는 것이 끊임없이 머릿속을 헤집어놓기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혼자 자라온 나는 혼자 하는 것이 사람들과 함께하는 것보다 훨씬 편하고 좋다. 가끔은 이런 생각도 한다. 내가 과연 남과 나의 삶을 나눌 수 있을까. 손을 잡고 지나가는 많은 커플들을 보며 생각하는 것은 저들은 어떻게 남과 삶을 나누고 이야기하는 것이 저렇게 쉬울 수 있을까, 어떻게 저렇게 쉽게 가능할 수 있을까. 나는 나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가끔은 담을 수 없는 외로움과 공허함이 나를 감싸 올 때가 있지만 그럴 땐 책을 읽거나 이렇게 아무 생각, 아니 많은 생각들을 담은 일기장에 조금 적어본다. 그래야 난 누군가와 나누었다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사실 나의 생각들을 이 곳에 적는 것도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물론 나의 모든 삶을 세세히 기록하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내가 조금은 마음을 놓고 전할 수 있는 곳이 이곳이기를.
글 소개.
저의 작은 생각들을, 인생들을 담은 마음의 수록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