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해내지 못했을 때 버텨내는 힘이 필요했다. 3등을 하면 2등을 하고 싶고 2등에서 1등으로 올라가면 죽을 때까지 1등을 지키고 싶은 것처럼 난 항상 자리를 지키기 위해 그 누구보다도 노력했다고 말할 수 있다. 살면서 그 누구도 내 마음대로 판단할 수 없지만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은 지금까지 해온 것에 비하면 비교할 수 없이 여유롭고 숨 쉬며 살고 있다. 무대에서 보이는 모습과는 다르게 무대 뒤 적막하고 껌껌한 복도의 끝을 향해 달려가는 나의 모순적인 모습에 또다시 주저앉는다. 욕심을 버리니 괜찮아졌지만 올라가고 싶고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은 끝이 없다.
쉬운 거라곤 아쉬운 것들 뿐이고 가끔은 답이 없는 건 문제가 없어서 아닐까 싶다. 해내지 못하는 건 절대 용납할 수 없는 나 자신의 욕심 때문에 나를 자학한 건 아닐까. 나의 작은방, 연습실. 그 좁디좁은 공간은 살아가면서 절대 잊을 수 없는 곳인 동시에 너무 많은 일들을 겪은 곳이기에 온전한 나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공간이다. 내 마음속에 있는 나의 모습, 현실에서 살아가고 있는 나의 모습. 너무나 다른 모습인 나 자신은 그 자체로 모순이다.
난 그냥 '나' 일 뿐이다. 1등을 지켜야 하는 나 도 아니고, 항상 이겨야 하는 나 도 아니다. 이길 사람은 오로지 나뿐인 것을.
하지만 잘못한 것도, 잘 못한 것도 없다. 난 그냥 하루하루를 살고있는것 뿐이니.
글, 이은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