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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선 Aug 27. 2022

6화- 잃어버린 고양이 찾기

시골살이 적응기 4

우리 집엔 두 마리의 고양이가 있었다.

니꼬와 하비.

니꼬는 당시 9살 수컷, 하비는 2살 암컷이었다. 니꼬는 완전 순둥이였다. 사교성이 많은 종이기도 하고 사람 손을 워낙 탄 이유도 있었다.

니꼬는 손만 대면 골골 송을 울렸다. 케어 본능이 뛰어났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와 잘 지냈다. 어린애들을 귀신같이 알아보고 잘 돌봤다. 하비에게도 엄마처럼 핥아주고 주변을 지켜주었다. 수컷임에도 불구하고...

이에 비해 하비는 도도의 극치였다.

하비는 웬만해서는 골골 송을 듣기가 어려웠다. 대신 민첩하고 영민했다. 방충망을 발톱으로 당겨 열었다. 한술 더 떠 다용도실 문을 열고 나가기까지 했다. 가로로 된 긴 금속 손잡이를 점프해서 열었다.

아침에 늦잠이라도 잘라치면 봐주는 법이 없었다. 자는 방 창문틀에 올라가 점프해 떨어졌다.

잠자는 배 위로...

욱! 자다 말고 벌떡 일어나야 했다. 여지없이 밥이 떨어졌거나 나가고 싶다는 신호였다.


이사를 온 이후 니꼬와 하비는 외출을 종종 했다. 니꼬는 외출했다가도 금방 돌아왔다.

하비의 외출 시간은 점점 늘어났다.

어느 날 고양이 소리로 난리가 났길래 나가 보았다. 이사 오기 전부터 집 주변 영역의 고양이들이 몇 마리 있었다. 이 아이들과 하비가 맞짱이 붙었던 것이다. 2살 배기 암컷 하비 홀로...

결국 하비가 이 영역의 승자가 되었다.

낯선 고양이가 지나가기라도 하면 어찌나 야단을 치던 지... 용감한 전사 하비였다.

하비는 동작이 얼마나 빠른 지 개구리는 물론 새도 잡았다. 피가 묻은 새를 잡아다가 거실에 갔다 놓기도 했다. 깃털을 사방에 날린 채로...


그런 하비가 어느 날 외출 후 돌아오지 않았다.


돌아오겠지 돌아오겠지 아무리 기다려도 돌아오지 않았다.

영역이 점점 넓어진 이유인지 호기심이 워낙 많아서였는 지는 모르겠다. 다른 영역에 아이들에게 해코지를 당한 건지 길을 잃은 건 지도 모르겠다. 아님 야성이 회복되어 자연으로 돌아갔는지 아직까지 아무것도 알 수가 없다.


백방으로 하비 찾기에 나섰다. 마을 밴드에 일단 올리고 제보를 기다렸다. 붙일 만한 곳엔 벽보로 도배를 했다. 등 하굣길 학생들에게 전단도 돌렸다. 고양이 탐정도 고용해서 찾아보았으나 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양해를 구하고 주변 마을 집집을 뒤져보기로 했다. 고양이가 숨거나 갇힐만한 창고나 헛간을 중심으로 살폈다. 레길 너머 마을까지도 가보았다. 밤에는 하비가 좋아하던 담요와 캔을 들고 조용조용 이름을 불렀다. 손전등 하나 들고 온 동네를 돌고 돌았다.

날은 추워지고 어쩌면 찾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윗마을 논둑에서 비슷한 고양이를 봤다는 제보가 들어왔다.

그날도 추운 날이었다. 하비 이름을 부르며 제보 해준 장소로 가보았다. 그런데 저쪽 편에서도 고양이를 찾는 한 사람이 있었다.

미연이었다. 미연이는 고양이 잃어버린 소식을 듣고 계속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제보를 듣고 찾으러 먼저 나와 있었던 것이다. 나랑은 전혀 모르는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마을 곳곳을 돌다가 보니 그깟 고양이 한 마리 때문에 이 난리냐는 식으로 말씀하시는 분도 있긴 했었다. 물론 대부분 친절하셨다.

미연이는 고양이에 관해 전공을 했고 동물사랑이 남달랐다. 무슨 정신에 밥은 제대로 먹겠냐며 자기 집으로 초대를 했다. 초면인 우리를 위해 정성껏 차린 따듯한 밥상을 보니 고마움에 눈물이 났다. 세상에 이런 사람도 있구나...

그날 이후도 미연이와 나는 친구가 되었다.

하비는 찾기 못했지만 대신 좋은 친구를 얻었다. 우리 마을과 이웃마을까지 속속들이 만나는 계기가 되었다. 하비 엄마라고 하면 웬만하면 통하는 유명인사가 되었다.

하비가 우리에게 남겨준 선물로 여겨졌다.

내 마음속에 살아있는 하비야! 고마워!

너와 함께한 시간 더없이 즐겁고 행복했어.


길을 걷다 길을 잃기도 하고 가족처럼 지내던 고양이도 잃었다.

길을 잃었기에 새 길을 만나기도 했다.

소중한 하나를 잃었기에 보석 같은 친구도 얻었다.

좌충우돌 시골살이는 렇게 익어갔다.

#시골살이 #집냥이 #길 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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