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민선 Aug 27. 2022

7화- 텃밭 만들기

뻘논을 팥고물 밭으로 만들기

집 옆에는 텃밭이 붙어있다.

텃밭이라고 하기에 좀 넓은 편이다. 농사짓는 밭에 가깝다. 이사 후 이 일 저 일로 방치해 두다시피 한 밭이었다.

더 추워지기 전에 양파와 마늘을 심어 보기로 했다.

뭔가를 심으려면 밭을 보슬하게 갈아야 하는 게 문제였다.

텃밭은 원래 논으로 사용되던 땅이라 완전 진흙 뻘이었다. 흙이 말라 어찌나 딱딱한지 호미는 고사하고 괭이도 튕겨져 나왔다.

그래도 3년을 묵힌 땅인 데다가 그전엔 유기농 벼농사만 지은 땅이었다. 비옥한 땅임에는 분명했다.

오전에만 텃밭일이 가능했다.

오후에는 학원 일을 가야 했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일찍 일어났다. 창고에서 삽과 괭이 호미를 챙겼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해보기로 했다.

우선 삽질을 했다. 몸을 붕 띄워 삽을 밟았다.

한 삽 한 삽 흙덩이를 떴다. 떠낸 흙덩이를 뒤집어 업고 삽으로 열십자 모양으로 흙을 깼다.

처음에는 다섯 삽만 떠도 허리가 아팠다.


아침에 일어나면 온몸을 두들겨 맞은 거 같았다.

신기하게도 땀 흘리며 다시 밭일을 하다 보면 언제 그랬냐는 듯 몸이 풀렸다.

심내서 크게 떠내면 뒤집기도 깨기도 힘들었다. 몇 번 하다 보니 크기도 적당히 요령도 생겼다.

다음은 열십자로 깬 흙덩이를 괭이로 더 잘게 깨는 작업을 했다. 딱딱한 땅을 괭이로 내려치는 충격으로 손끝에 찌릿찌릿 전기가 오는 것 같았다.

이렇게 한 고랑을 만들면 연이어 호미질을 했다. 자갈처럼 굴러다니는 흙덩이를 호미로 더욱 잘게 쪼갰다.

처음 호미질을 할 때는 지렁이라도 나오면 기겁을 했다. 새끼손가락 굵기만 한 지렁이도 워낙 자주 보다 보니 나중에는 익숙해졌다. 혹시 호미로 찍을까 봐 살살 피해 가며 하게 되었다.

호미로 잘게 쪼개진 흙은 마지막으로 내 손길을 거쳤다. 한 주먹씩 흙을 거머쥐고 곱게

바스러뜨렸다. 팥고물처럼 고와지면 완성이었다.

오전 내내 해도 두 고랑을 하기가 쉽지 않았다.

매일매일 야금야금씩 하다 보니 밭의 형체가 드러났다. 드디어 물결 모양을 한 밭이 생겼다.


우선 양파와 마늘을 심어 보기로 했다.

어떻게 심는 지를 몰랐다. 어디를 위로하고 아래로 하는지 심는 방법을 전혀 몰랐다.

옆집 할머니께 여쭤 봤다. 장에 모종을 파시는 분들께도 자세히 물어보았다.

이웃분들은 비닐을 안 씌으면 풀을 감당치 못한다 했다. 처음에는 잘 몰라 알려주는 대로 비닐을 씌웠다. 씌운 비닐에 구멍을 내고 양파 모종을 심었다. 마늘도 뾰족한 쪽이 위로 가게 심었다.

그런데 시골 동네를 돌다 보니 비닐을 너무 많이 사용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폐 비닐이 산더미처럼 쌓인 것을 보기도 했다.

다른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하던 차에 영화에서 봤던 기억이 떠올랐다. 볏짚으로 덮어주면 좋겠다 싶었다. 벼를 벤 논 주변에 버려둔 볏짚을 허락을 구해 얻어왔다.

볏짚으로 덮은 양파와 마늘이 따듯한 겨울을 보낼 거 같았다. 가지런히 놓아주니 보기도 좋았다.

우연히 동네를 산책하다가  비닐 대신 왕겨를 뿌려 준 곳을 보았다. 좋은 방법 같았다. 잘 모르지만 따듯하고 영양도 많을 거 같았다.


방앗간에서 왕겨를 몇 자루 얻어왔다. 얻어온 왕겨를 듬뿍듬뿍 뿌려주었다. 내년 봄에 서로 튼튼한 모습으로 만날 것을 기원하면서...

공짜로 얻어온 볏짚과 왕겨를 수북이 뿌려주니 왠지 마음까지 뿌듯했다. 자연에서 얻은 것을 자연으로 다시 돌려주는 것이었다. 또 거기에서 풍성한 선물을 기대할 수도 있으니...


모르는 것은 이웃에 물어가며 밭도 만들고, 어설픈 시골살이도 조금씩 적응을 해가고 있었다.


#시골살이 #텃밭 #밭 만들기

이전 06화 6화- 잃어버린 고양이 찾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