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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선 Aug 27. 2022

8화- 여름 채소들

밥상 위의 먹거리들


봄에 심은 채소들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밥상에 올릴만한 채소들을 이것저것 일단 심고 봤다. 아마 귀촌의 초기 증상이 아니었을까 싶다.

호기심도 있기도 하고 잘 모르니 무조건 심어 보는 거였다.


봄에 가장 먼저 심은 것이 감자였다. 감자를 심을 밭에 먼저 거름을 주었다. 풀더미와 음식물을 일 년 내내 썩여 부드러워진 흙을 뿌려주었다.

심을 씨감자는 농사경력 60년이신 옆집 할머니께서 주셨다. 재를 묻힌 씨감자였다. 재를 묻히면 자른 면이 땅속에서 썩지 않는다 하셨다. 씨눈이 위로 향하게 확실히 흙을 덮어줘야 했다. 감자가 햇빛을 보면 파래지면서 아린 맛이 나기 때문이었다.

반찬으로 먹을 수 있는 각종 채소도 심었다.

상추, 부추, 치커리, 오이, 고추, 깻잎, 가지, 당근 등등을 심었다. 처음에는 무조건 모종을 사서 했다. 그런데 모종값도 꽤 만만치 않았다. 옆집 할머니는 씨를 구해 모종을 거의 직접 키우셨다. 흉내라도 내보기로 했다.


깨를 얻어 거름을 듬뿍 준 밭 한쪽 구석에 주욱 심었다. 일주일 정도 지나니 어린싹이 돋아났다. 그중에 튼튼한 놈을 골라 옮겨 심었다.

간식으로 먹을 방울토마토, 큰 토마토를 심었다. 딸기도 심었다. 딸기는 수시로 따먹기 위해 가장 가까운 곳에 따로 밭을 만들었다.

옥수수는 일주일씩 차이를 두고 밭 테두리를 돌아 심었다. 시간차를 두고 수확해 먹는 것도 좋을 듯해서였다.


날이 점점 더워지니 채소들도 무럭무럭 자라났다. 햇볕과 바람과 비 그리고 땅의 기운으로 성장했다.

6월 중순쯤 해서 겨울을 난 양파와 마늘, 쪽파를 거두었다. 어찌나 따글따글한지 양파를 써는 소리가 경쾌했다. 마늘은 쪽이 작아도 풍미가 좋았다. 쪽파는 달디달았다. 살짝 삶아 초장에 찍어 먹었으니 맛났다.

맛이나 보라고 이것저것 싸서 언니네 집에 일부 보냈다. 남은 게 얼마 되지 않았지만 양파로 장아찌를 담았다. 물론 유튜브를 보며 했다.

할 줄 아는 음식이 열 손가락 안에 들었다.

나 같은 사람에겐 유튜브가 있어 천만다행이었다.


마늘은 장아찌 담을 양은 안 되는 거 같았다. 양파망에 씌워 걸어놓고 그때그때 음식 할 때마다 꺼내 먹었다.

쪽파는 김치를 담가 먹었다. 처음 담은 쪽파라 짰는지 친구는 별로 먹질 않았다. 담근 나만 우적우적 먹었다.


본격적인 여름이 되었다.

밥상은 여름 채소들로 풍성해졌다. 밥 먹기 직전 바로 딴 상추며, 고추는 신선 그 자체였다. 고추장 된장을 적당히 섞어 만든 쌈장에 푹 찍어 먹었다. 아삭하고 신선한 소리가 났다.

부추는 딱 한 번 먹을 만큼만 베어왔다. 밀가루는 부추가 붙을 정도로만 넣고 전을 부쳤다.

가지는 그냥 팬에 구워서 간장에 찍어 먹었다. 가능한 한 야채류는 있는 그대로 많이 먹었다.

후식으로 갓 따온 방울토마토와 큰 토마토를 먹었다. 신선한 맛이 입안 가득 터졌다.

새콤 달콤한 딸기는 하나씩 먹기도 하고 갈아먹기도 했다. 양이 많을 때는 갈아서 냉동 보관해두었다.


수확한 감자는 큰 것, 중간 것, 작은 것 다양했다. 갓 수확한 감자를 냄비에 쪘다. 물이 작은 티스푼 정도 남았을 때 냄비를 사정없이 흔들었다.

보얗게 오른 분이 감자들끼리 부딪히며 더 분이 났다. 맛있을 때 먹자고 하루에도 몇 번을 쪘다.

옥수수도 익어갔다. 먼저 익은 옥수수를 따서 압력밥솥에 쪘다. 물 이외는 아무것도 넣지 않았다. 옥수수 본연의 담백한 맛이 났다.

놀러 온 친구가 가르쳐 준 방법이었다.


시골에 와서 백 퍼센트 자연농으로  직접 기른 채소며 간식거리들을 먹으니 감격스러웠다.

도시에선 누군가가 지은 먹거리를 그저 소비만 하는 입장이었다. 당연한 듯이...

값이 비싸다 싸다 투덜 내기만 하면서...


밭을 일구고 심고 가꾸고 음식이 되어 밥상에 올라오는 과정을 직접 경험해 보았다.

한 줄기 햇볕과 촉촉한 빗방울, 대지의 흙이 빚어낸 풍성함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또한 짓는 이의 수고로움이 있었기에 그동안 잘 먹고 잘 살아왔음을 느끼는 계기가 되었다. 

#시골살이  #텃밭 #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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