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탄가스를 연료로 하는 최대한 덜 무거운 걸로 택했다. 날도 안전한 끈날과 장애물에 부딪히면 꺾이는 날을 골랐다. 보호안경과 보호망도 구입했다.
예초는 내 대신 친구가 해야 했고 안전이 제일 우선이었다.
뜻밖으로 친구는 예초를 제법 잘했다. 무성했던 텃밭이 축구장 잔디처럼 말끔해졌다. 고양이들도 신이 나서 뛰어다녔다. 예초를 해낸 우리도 신기하고 신이 나서 텃밭을 몇 번을 돌고 돌았다.
예초로 밭 모양을 되찾은 텃밭은 가을걷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먼저 땅콩과 고구마를 시범적으로 캐보았다.
자색 땅콩이 오동통하게 잘 여물었다. 고구마는 먼저 심은 것을 캐냈다. 작년만 해도 진흙뻘에 덩이째 딸려 나와 금을 캐듯 흙에 박힌 땅콩을 캐냈었다. 올 해는 땅콩도 고구마도 주르르 부드럽게 딸려 나왔다. 천연 거름을 많이 준 덕인 거 같았다. 1년 내내 삭인 풀더미와 음식물이 고은 거름으로 잘 쓰였다.
땅콩은 물에 깨끗이 씻어 채반에 널었다.
고구마는 붙은 흙을 살살 털어내고 툇마루에 펼쳐놓았다. 수분을 날린 고구마가 더 달달했다. 어찌나 맛나던지 하루에도 몇 번을 쪘다. 거실은 구수한 고구마 향으로 가득했다.
다 마른 땅콩은 껍질을 까서 멸치랑 볶음을 했다. 훌륭한 밑반찬이 되었다.
다음으로 무를 거두었다. 총각무와 그냥 무를 뽑았다. 총각무는 종모양으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 익었다. 그냥 무도 거의 절반가량이 푸르스름하게 단내를 풍겼다.
쪽파도 자잘해도 먹는 데는 지장이 없어 보였다.
우선 그냥 무는 신문지에 싸서 종이 상자에 보관했다. 잘라낸 잎들은 시래기용으로 처마 밑에 걸어 두었다. 겨우내 쓰일 먹거리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