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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민선 Aug 27. 2022

12화- 취미의 재발견, 목공

진정한 DIY적 삶 살기

목공을 배우기로 했다.

우연히 농협은행 게시판에 붙은 홍보물을 보았다.  마음이 그냥 끌렸다. 나무를 손으로 만진다는 것에 대한 편안함 같은 것이었다. 막연한 느낌이었다.

마을에는 활동가 단체가 있다. 그 단체에서 지자체의 지원을 받아 목공실을 연 것이었다. 최신장비를 갖추고 있었다. 넓고 쾌적한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무엇보다 목공실에 들어서면 코끝을 자극하는 나무 냄새가 좋았다.


목공에 대해 아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나사를 박는 것부터 배워야 했다. 무거운 전동 드릴을 수직으로 세워 나사를 박는 것도 처음엔 쉽지 않았다. 점차 익숙해 갔다. 재미가 났다.

생각지도 못했던 목공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눈만 뜨면 목공실로 달려갔다. 매일 제일 먼저가 문을 열었다. 겨울에는 불도 지폈다. 정적이 흐르는 목공실에서 혼자 나무를 다듬었다.
고요 속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집중을 했다.
불이 켜지고 스태프들이 출근했다. 목공실은 시끄러운 굉음을 내며 돌아갔다.


출근하기 직전까지 목공을 하다 왔다.
노트에 만들고 싶은 것들을 디자인했다. 인터넷 자료도 검색해 참고했다. 틈만 나면 목공 생각이 났다. 꿈까지 꾸었다. 가히 미쳤다고 할 수 있었다.

이사 올 때 텅텅 비어있던 거실이었다.

처음 밥상이 없어 신문지를 깔고 밥을 먹기도 했다.
집안이 직접 만든 생활 가구들로 채워졌다.
입식 테이블, 의자, 좌탁, 파티션, 사물함, 행거, 그리고 휴지통에 이르기까지 만들었다.
주방 도구도 만들었다. 도마, 플레이트, 수저통, 쟁반 등을 만들었다.
고양이들을 위한 밥그릇과 식탁도 만들어 주었다.
하나하나 결과물들이 나올 때마다 뿌듯한 성취감이 들었다.
내가 직접 만든 목공예품을 선물로 줄 수 있는 것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만드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도 많았다.
거의 독학으로 하다시피 했기 때문이었다.
사소한 치수의 오류로 망친 적도 많았다.
같은 것을 세 번씩이나 다시 만든 적도 있다.


물론 도움을 준 고마운 이들이 있었다.

실수의 오류를 잡아주기도 했다. 난관에 부딪쳤을 때 결정적 팁을 주기도 했다. 지그를 이용해 보다 안전하게 장비를 사용할 수 있게 도와주기도 했다.

함께하는 동료들과도 서로 알려주며 도움을 주고받았다.


목공실은 안전을 모르면 위험천만한 장비들로 가득하다. 커다란 판재를 자르는 대형 톱부터 각종 전동 도구들이 즐비했다. 예리한 수공구도 사용법을 충분히 익히지 않으면 다치기 십상이었다. 실제로 크고 작게 다치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전동 도구들의 위험성보다 편리함이 훨씬 크게 느껴졌다. 쉽게 나무를 다룰 수 있고 시간을 절약할 수 있는 장점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짜맞춤에 관심이 더 갔다.

공방에 짜맞춤을 하는 이는 없었다. 가끔 들르시는 동네분 중에 경험이 있으신 분이 계셨다. 오시기만 하면 붙잡고 늘어져 이것저것을 묻곤 했다.


짜맞춤은 전동 도구를 사용하는 것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다. 어떤 날은 오전 내내 구멍 하나 파고 갈 때도 있었다. 촉을 부러뜨려 다시 만드는 경우도 여러 번 있었다.

짜맞춤은 과정에서 어려움은 수없이 많았으나 완성에서 뿌듯함은 비교할 수가 없었다.

적어도 내겐...

짜맞춤은 견고함과 아름다움의 미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못이나 나사를 전혀 쓰지 않고 나무의 홈과 촉으로 결구되는 방식이었다. 끌과 망치를 이용해 손으로 직접 만드는 과정이 좋았다. 망치질이 빗나가 손등을 수없이 내리 치기도 했다.

하면 할수록 조상들의 지혜에 존경과 감탄이 절로 들었다.


우연히 시작한 목공이 취미의 재발견이 되었다.

필요한 것을 직접 만들어 쓰니 좋았다. 값비싼 원목가구를 자재비만 있으면 만들 수 있었다. 무엇보다 스스로 만들어 사는 삶에 대한 자신감이 들었다. 진정한 DIY적 삶이라고나 할까...

또한 필요한 사람에게 만들어 줄 수도 있으니 더욱 기쁜 일이었다. 가끔씩 판매를 원하는 경우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돌이켜보면 도시를 떠나 무작정 시골로 이사 와서 처음에는 좌충우돌 정신없이 시간이 어떻게 간 지를 몰랐다. 간간히 아픈 기억들이 떠오르긴 했지만 적응하느라 바빴던 시간들이 내게는 약이 되는 것 같았다.

조금씩 적응해 가며  봄 여름 가을 그리고 겨울을 몇 해를 보냈다. 그러면서 기를 수 있는 것은 길러 먹게 되고 만들 수 있는 것은 만들어 쓰게 되었다. 좌충우돌 나의 시골살이도 점점 자신감이 붙고 깊어갔다.


#시골살이 #취미 #목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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