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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닥 Oct 10. 2021

환락의 통후추들~~(이길 바라며)

미망의 모닥




미망이라는 부캐를 가지고 진미님(동보)과 긴급행동 멤버들을 인터뷰하는 ‘통후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번아웃이라는 단어가 일상화된 애석한 시대에 우리가 부디 그라인더를 빠개고 나가는 통후추처럼 유쾌하게 저항하며 온전하길 바라는 뜻에서 붙여 본 이름이다. 갈리지 않기 위해 두 달간 네 분에 한해서, 동보&미망과 다소 라포가 있으신 분들 위주로 모시는 파일럿 성격으로 개시됐다.


나는 이 프로젝트를 왜 하고 싶었을까? 몸과 마음을 헌신하는 동료들을 지켜보며  나도 아팠고, 내가 기후정의를 정면으로 직시하려고 애쓰는 만큼이나 우정과 사랑으로 옆을 보고, 모로 기대고 있었다는 걸 감각했던 시간이 있다. 우리가 모여 동료 활동가의 삶에 대한 의제를 놓고 얘기할 기회가 별로 없는 반면 나는 늘 함께하는 동료들에게 영감을 받아왔고, 그런 만큼 한 사람 한 사람의 고유한 경험들이 몹!시 궁금했다. 사실 내게 이 프로젝트는 일단 덕질의 의미가 크다. 그다음으로는 기후위기라는 거대담론이 활동가들의 삶에 접속하고, 내적으로 소화되어온 과정을 포착해서 기후위기에 대한 사회적 소통 방식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기도 했다.


인터뷰이와 약속을 잡고, 사전에 질문들을 전달한다. 회의와 각종 마감, 쳐내야 할 일들을 기록할 때와는 다른 모처럼 설렘으로 기분 좋게 붕 뜬 마음으로 일정을 기록하고 어느덧 인터뷰 당일이 된다. 내 입에서 가장 먼저 달려 나오는 말은 “제일 마음에 들었던 질문은 뭐예요?”이다. 얼른 이야기를 듣고 싶어 안달 난다. 질문은 활동을 왜 하는지, 기후위기가 삶에 깊숙이 들어오고 나서 삶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활동을 어떤 동료와 어떤 방식으로 해 나가고 싶은지, 활동의 전망 혹은 2030, 2040, 2050, 반드시 도래할 시점을 운운하는 긴박한 활동 속에서 붙잡고 있는 세계에 대한 비전은 어떤 것인지 등의 내용으로 마흔 개 정도로 적지 않은데(이번에 세어 봤다^^;), 그중에서 어떤 질문을 마주했을 때 마음의 제방이 열리셨는가 나는 너무 궁금하다. 우리의 조상과 우리 자신의 삶의 경로가 가져온 기후위기과 극심한 불평등이라는 이 황당한 유산이 삶의 선로를 정통으로 가로지르며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기후 ‘활동가’ 정체성과는 자신의 삶은 어떻게 화하고 불화하는지, 최악과 최선의 비전은 무엇이고, 그것을 기어이 이룩하고자 하는 열망은 어떤지, 지속가능한 대안을 위한 마음의 지도를 그려가며 어떤 힌트와 질문을 마음에 담고 있는지가 특히 궁금하다.


나의 경우에는 개인적인 우울과 불안을 임시방편으로 때우기 위해 달려온 평생의 궤적이 여전히 무척 무겁다. 왠지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다른 세계에 대한 열망만큼이나 “한 명의 개인으로서 성공적으로 사는 삶 말고, 시민으로서 공동체에 참여하면서 무언가를 지지하는 활동을 할 때 회복”(〈미쳐있고 괴상하며 오만하고 똑똑한 여자들〉 (하미나, 2021) 중)을 바라고 있기도 하다. 기후정의 관점에서 정세를 읽고 권력에 비판적인 태도를 견지하고 전략적 판단으로 연대를 비롯한 활동에 의견을 내고 주장을 하는 것이 어색하고 어려워서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에 있어 매번 주저하게 되고, 어느덧 많은 판단들이 유보되고 있다. 그나마 많은 시간 동료들이 공유하는 자료와 책들을 들춰보고 그들이 나누는 이야기들을 가만 들을 뿐인데, 이 작업은 사실 그런 태도의 일환이기도 할 것 같다.


지금까지 예빈, 지미 두 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질문마다 신비로울 만큼 이색적이면서도 한 편으로는 공감되는 얘기들이 봉선화 꽃망울 터지듯 오소소 쏟아진다. 공통의 메시지를 외치고, 같은 방향의 커다란 목표를 보고 있던 와중에 이렇게 다른 세계관이 내내 곁에 있었다는 것이 놀랍다. 인터뷰이와의 문답이 진행되는 동시에 속으로는 인터뷰이가 꺼낸 이야기의 구절구절이 불현듯 고유한 화자가 되어 메아리 같은 대화들이 잔잔히 이어지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이 떠오르고, 인터뷰이에게 던졌던 질문은 어느새 나를 향하기도 한다. 두 시간 남짓의 인터뷰 시간은 작업에 임하는 모두가 지치지 않을 적당한 시간이기도 하지만 들을수록 더 물을 것이 늘어나는 탓에 좀 아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재판과 대선이라는 투 트랙으로 굵직하게 활동 방향이 개편되는 등 요즘 긴급행동은 역동적인 시기를 보내고 있는데 이후 만손초 모임이 계속 이어진다면 인터뷰 질문들을 한 꼭지씩 주제로 잡아서 모여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통후추 프로젝트 결과는 연말에 개봉박두~~!






모닥 불씨 | 윤민지 (미망)

덜 쓰고 잘 나누는 세계에서의 삶을 머지않아 함께 누리길 꿈꾸는 통후추(이고 싶은) 미망이에요~~

https://www.instagram.com/portrait_clima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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