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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Aug 22. 2024

30년 해외비즈니스 이야기
_34편의 재구성

Ch. II - 3 편

인생의 절반을 글로벌 비즈니스에 몸담았습니다. 지난 30여 년 경험과 구력이 해외 비즈니스를 계획하거나 도모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찬찬히 그간의 경험, 실용적인 얘기를 풀어내봅니다. 


본 주제의 글은 저의 브런치북 '도전자들의 이야기 II'(목요일 발행)와 '30년 해외비즈니스 이야기 II'(일요일 발행)에는 10편이 발행될 때까지만 싣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해외 비즈니스 이야기는 브런치 작가 지담과의 공저로 출간을 준비 중입니다. 지담은 브런치 작가이자 교수이며, 5년간 꾸준히 새벽독서를 이끌어 오고 있고, 지난 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5시에 인문학의 깊이 있는 내용의 글을 브런치에 올려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와 지담과의 공저는 개인의 경험이 불안과 급변의 사회에 사업을 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 있게 전해져 그들의 삶에 유익한 경험서가 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9월 내지 10월 출간예정이며 브런치에 우선 조금씩 공개하고자 합니다.


본 주제의 글은 새롭게 만들 저의 브런치북으로 매주 목/일요일 지담브런치북 '지담과 제노아가 함께 쓰는 성공' 매주 토요일 5:00A.M. 발행됩니다. 


Ch. II 초기 글로벌 사업진출이 용이한 5개 추천국 헝가리, 이태리, 터키, 독일, 러시아를 중심으로

 

(II - 3편)


이태리 생활이 ‘편안함(Comfortable)’으로 대변된다면 독일 생활은 편리함 (Convenient)이라 함축시킬 수 있다. 편리함이라는 단어는 빠르게 적응하는 느낌을 주지만 사실 독일은 변화가 더딘 국가이다. 필자는 프랑크푸르트 외곽 바조덴 (Bad Soden)에 6년간 살았다. 금융도시 프랑크푸르크이니 부자들이 많이 사는 도시이지만 부자들은 다운타운보다는 도시 외곽인 쾨닝스타인(Konigstein), 크론베그(Kronberg), 밧조덴(Bad Soden)에 주로 거주한다. 그런데 이곳은 도시라고 하지만 작은 마을 같다. 프랑크푸르트 일대에서 제일 높은 산인 펠트베르그(Feldberg)가 마을을 품에 안고 있으며 그 품 안에서 덤성덤성 형성된 작은 마을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거대한 산이 품은 이곳은 집보다 나무로 우거진 숲, 공원, 딸기 밭, 유채꽃 밭이 광활하게 펼쳐져 있고 사람들은 그 넓은 땅들을 자기 마당으로 활용하려는 듯 자연에 묻혀, 자연과 더불어, 자연의 보폭에 맞춰 살아간다. 필자가 2023년, 10년 만에 살던 곳을 다시 방문했는데 놀랄만한 것이 하나도 없었다. 10년 전 그대로였던 것이다. 그 숲도, 밭도, 공원도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주변 집들도 마찬가지였다. 그간 도시는 성장하며 많은 이들이 왕래했을 텐데도 그 넓은 밭과 숲에 새로운 건물이 들어선 게 없었다. 한국이라면 상상을 못 할 일이다. 


이들은 집을 리노베이션 하지 않는다. 늘 처음의 것을 그대로 유지하며 새 집처럼 관리한다. 필자가 선택한 집도 지은 지가 꽤 오래되었지만 정말 새 집 같았다. 평상시 그렇게 세밀하게 관리하고 깨끗이 사용하니 집 수명이 오래갈 수밖에 없다. 어쩌면 이들의 관념 속에는 재개발, 리노베이션이라는 단어가 없을 수도 있다. 그만큼 지켜야 할 것을 지켜나가는 문화는 참으로 본받을만하다. 또한, 주말에 마을 중심부에 있는 카페거리로 나가면 이들 중 누가 부자인지 전혀 표가 안 난다. 하지만, 이들 모두 찐부자들이다. 외양적으로는 비슷비슷한 편안한 이웃 같다. 이렇게 이들은 상당한 부자이면서도 자신이 부자라고 표를 낼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편하게, 실용적으로, 그래서 단순하고 검소하게 사는 이들. 라인강의 기적, 1차,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형성된 관습이겠지만 겉멋보다는 내실을 기하는 멋진 풍습인 것만은 분명하다. 이들의 지킬 것을 그대로 보존하는 관습은 제품을 구매하는 생활면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이들의 제품구매방식은 구매까지는 까다롭고 철저하고 신중하지만 그렇게 구매한 제품은 어지간해서는 버리거나 바꾸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령, 자전거 하나를 구매하더라도 사전에 세밀히 제품에 대해 공부하고, 유사제품과 비교하고, 손으로 직접 확인하고 품질이 확인된 자전거를 구매한다. 구매를 결정짓는 포인트는 가격이 아니라 품질이다. 품질에 대한 믿음이 생기면 가격은 따지질 않는다. 한번 구매하면 오래 사용하는 자전거를 선택하는 것이다. 이렇게 선택한 자전거와 자전거 브랜드는 다음 세대에게도 전수되어 브랜드 충성고객이 된다. 따라서, 이들에게 '즉흥적인 충동구매', 흔한 말로 '지름신'같은 면은 찾아볼 수 없다. 거의 모든 것을, 항상 플랜을 세워 결정하고 행동한다. 마트에서 장을 보더라도 집에서 적어온 물품만 구매하고 마트의 즉석 프로모션에 끌려 구매하는 경우는 드물다. 따라서, 판매하는 마트 입장도 미리 시간을 두고 계획하에 프로모션을 진행해야 하고 소비자가 프로모션을 시작할 때까지 그 제품의 가치를 충분히 공부하고, 비교하고, 확인하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 한국의 마트처럼 시식 한 번으로 또는 1+1에 혹해서 제품을 구매한다고 여기면 안 된다. 그러니까 독일을 상대로 사업을 할 때 최우선 순위는 질적으로 성능이 우수한 제품이어야 한다는 점을 꼭 명심하기 바란다. 이렇게 합리적인 사람의 요구에 부응하는 제품이라면 독일 시장은 아주 쉬울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이들의 마음을 한번 잡으면 대대손손 이어지는 충성고객을 확보하는 것이며, 반대로 이들의 눈밖에 나면 사업하기가 무척 어려워지는 것이다. 필자가 여러 번 경험한 팩트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별도의 챕터에서 다시 다루기로 하자. 




즉흥적인 것이 없는 이들은 100년을 내다보고 계획한다. 특히, 도시, 주, 정부의 계획은 100년을 감안해서 이뤄지는데 좀 전 언급한 숲이 어우러진 도시가 좋은 예일 것이다. 도시에 있는 숲은 자연히 형성된 것이 아니라고 보면 된다. 100년 플랜하에서 세밀하게 짜인 인위적인 결과물이다. 이들은 항상 무언가를 시도할 때 멀리서 이 자리로 올 다음 세대를 생각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후세들에게 좋은 것을 물려주려고 고민하는 사람들이다. 지금 당장의 이익을 위하기보다 존재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따라서, 길게 이어질 합리를 추구하고 원칙, 매너, 룰을 비롯한 준법정신이 제대로만 지켜진다면 독일생활은 참 편리하다. 독일의 아주 어린아이들도 시간과 법을 지키는 것이 몸에 배어 있는 이유는 아마도 마을에 전해지는 관습 때문일 것이다. 마을에서 나이 지긋한 어른들은 마을을 지키는 준법감시원 역할을 한다. 이들은 아침잠도, 밤잠도 없는 것 같다. 혹여 동네 어느 공간에서라도 실수, 혹은 잘못을 하는 순간, 이들 감시원이 창문을 열고 지켜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정도다.   


이상과 같이 독일시장은 한마디로 고급스럽고 정확한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들의 특성을 알고 비즈니스를 시작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그러니 다른 국가에서 성공한 사례라고 해서 독일에서도 먹힌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확실히 이들은 다르다. 이들의 마음을 여는 순간, 그 기업은 독일에서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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