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해외비즈니스 이야기_34편의 재구성
Ch. III - 1 편
인생의 절반을 글로벌 비즈니스에 몸담았습니다. 지난 30여 년 경험과 구력이 해외 비즈니스를 계획하거나 도모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찬찬히 그간의 경험, 실용적인 얘기를 풀어내봅니다.
본 주제의 글은 저의 브런치북 '도전자들의 이야기 II'(목요일 발행)와 '30년 해외비즈니스 이야기 II'(일요일 발행)에는 10편이 발행될 때까지만 싣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해외 비즈니스 이야기는 브런치 작가 지담과의 공저로 출간을 준비 중입니다. 지담은 브런치 작가이자 교수이며, 5년간 꾸준히 새벽독서를 이끌어 오고 있고, 지난 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5시에 인문학의 깊이 있는 내용의 글을 브런치에 올려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와 지담과의 공저는 개인의 경험이 불안과 급변의 사회에 사업을 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 있게 전해져 그들의 삶에 유익한 경험서가 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9월 내지 10월 출간예정이며 브런치에 우선 조금씩 공개하고자 합니다.
본 주제의 글은 새롭게 만들 저의 브런치북으로 매주 목/일요일, 지담브런치북 '지담과 제노아가 함께 쓰는 성공' 매주 토요일 5:00A.M. 발행됩니다.
Ch 3. 글로벌 비즈니스, 통제불가능한 사태가 당신의 사업을 위협한다.
(III - 1편)
사업을 한다는 것은 위대한 일이다. 세상에 없는 자신의 창조물로 세상의 변화를 이끄는 일이기 때문이다. 개인에게는 자신만의 업(業)을 수행하는 의무일 테고 세상의 관점에선 점만큼이라도 세상의 변화에 일조하는 격이니 사업은 결국, 나와 세상을 연결해 주는 다리이며 나의 창조물로 세상에서 부여받은 업의 의무를 실천할 수 있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으로 볼 때 사업을 하는 '사업가'의 존재는 세상의 명을 받아 현실을 살아내는 사신(使臣) 일 수도 있지 않을까? 이와 같은 거대한 관점이 논리의 비약이라 여길지도 모르나 자신이 행하는 사업에 대한 거대한 시각과 확실한 믿음, 나아가 위대한 정신이 없다면 사업은 장사 속으로 전락하거나 세상을 해(害)하는 수단으로 변질될 수 있고 개인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몰고 올 욕망에서 그칠 수도 있다.
30여 년 해외에서 비즈니스를 수행하면서 끊임없이 나 자신에게 물었던 질문이 있다면 '내가 왜 여기에 존재하는가?'이다. 여행이 아닌 이상 누구나 그렇듯 내게도 향수병이 깊었고 가족 모두가 함께 거주하는지라 나만의 인생이 아닌, 가족 모두를 타지생활로 내몬 책임에 있어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이끌어야 한다는 정신이 강력하게 나의 자유를 통제시키고 있었다. 게다가 35년 전, 해외비즈니스에 발을 담그기 시작한 당시에는 한국기업의 브랜드력과 한국제품의 위상이 지금처럼 높지 않았기에 비즈니스를 하기에 어려움이 상당했다.
하지만 내가 제대로 비즈니스를 풀어낸다면 우리의 브랜드가, 또 우리의 제품이 진정한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터, 내겐 한국을 대표하여 글로벌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내야 할 의무와 책임감이 아주 강했다. 다시 말해, 나에게 해외비즈니스란 작게는 내가 속한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이고, 좀 더 고려하면 한국기업, 한국기업가가 지니고 있는 한계의 극복, 수출을 통한 경제성장까지 보탬이 되어야 할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 나임을 증명하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글로 풀어내니 근사하게 들릴지 모르나 해외시장에서 자사제품으로 경쟁에서 이겨내는 것은 만만치 않은 과정이었다. '내가 왜 여기에 존재하는가?'라는 정답 없는 질문이 계속되면서 서서히 나는 나의 존재가치, 제품과 회사, 한국의 이름까지 내 등에 싣고 고민하면서 묵묵히 조금씩 해답을 찾아간 것이다.
2001.9.11. 10:30.A.M. 미국 911 테러
2016.6.28. 10:00.P.M. 터키 아타투르크 공항테러 / 8차례 이스탄불 테러 공격
2016.7.15. 8:40.P.M. 터키 쿠데타
2018.7.20. 9:00.P.M. 터키지진
2020.8.4. 4:00.P.M. 레바논 러시아선박 폭발
2021.2.24. 4:30. A.M. 러시아 - 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뉴스에 대서특필된 대형사건들이다. 이 모든 현장 혹은 인근에 나는 있었다.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의 평범한 소시민인 한 남성이 겪기엔 너무 기가 막힌 사건들의 연속. 나는 왜 거기에 있었는가? 단지 운명이라고, 우연이라고 치부하기에 이 경험을 고스란히 내 인생에 진입시켜 떠안고 사는 삶은 그리 평안하지는 않다. 한마디로 파란만장했던 삶이라 해도 코웃음거리로 치부되지는 않을 것이다. 글로벌하게 사업을 한다는 것은 이렇게 전혀 예기치 않은 사태와 반드시 만나게 된다. 게다가 이 사태는 나의 사업에 직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기회로, 위기로 나와 나의 사업을 뒤흔든다.
사업을 한다는 것은, 게다가 타국에서 글로벌 비즈니스를 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고생 끝에 낙(樂)이 올 것인가, 고생 끝에 낙(落)으로 전락할 것인가를 매 순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 매 순간 정신에 깊은 주름을 잡고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아직 나지 않은 길을 향해 뚜벅뚜벅, 오롯이 자신이 선택한 길을 믿고 순종하며 걸어야 한다. 낙타처럼 말이다. 끝을 알 수 없는 막막한 사막이지만 앞무릎을 꿇고 숙연하게 자신의 등을 내어주는 낙타. '개척'이라는 단어를 실전에서 접해보지 않은 사람은 낙타와 같은 심정이어야 할 것이다. 가보지 않은 길, 아니, 아직 나지도 않은 그 길의 '개척'에 있어 거대한 그림(vision)과 순종적인 정신이 없다면 무모와 위험을 안고 출발하는 것과 다름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