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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Sep 05. 2024

30년 해외비즈니스 이야기
_34편의 재구성

Ch. III - 3 편

인생의 절반을 글로벌 비즈니스에 몸담았습니다. 지난 30여 년 경험과 구력이 해외 비즈니스를 계획하거나 도모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찬찬히 그간의 경험, 실용적인 얘기를 풀어내봅니다. 


본 주제의 글은 저의 브런치북 '도전자들의 이야기 II'(목요일 발행)와 '30년 해외비즈니스 이야기 II'(일요일 발행)에는 10편이 발행될 때까지만 싣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해외 비즈니스 이야기는 브런치 작가 지담과의 공저로 출간을 준비 중입니다. 지담은 브런치 작가이자 교수이며, 5년간 꾸준히 새벽독서를 이끌어 오고 있고, 지난 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5시에 인문학의 깊이 있는 내용의 글을 브런치에 올려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와 지담과의 공저는 개인의 경험이 불안과 급변의 사회에 사업을 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 있게 전해져 그들의 삶에 유익한 경험서가 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9월 내지 10월 출간예정이며 브런치에 우선 조금씩 공개하고자 합니다.


본 주제의 글은 새롭게 만들 저의 브런치북으로 매주 목/일요일 지담브런치북 '지담과 제노아가 함께 쓰는 성공' 매주 토요일 5:00A.M. 발행됩니다. 


Ch 3. 글로벌 비즈니스, 통제불가능한 사태가 당신의 사업을 위협한다.


(III - 3편) 첫 번째 사례_마피아의 습격 - 원칙주의의 이면

“Trick or Treat”

“Trick or Treat”


드디어 축제가 시작됐나 보다. 초인종소리가 다른 때완 달리 더 요란하게 울린다. 문을 여니 호박 가면에 무시무시한 유령복장을 한 초등학생 6명이 재미와 긴장이 한껏 오른 채 “Trick or Treat”을 외치며 발을 구른다. 그 사이로 검은 악마로 변신한 둘째 딸도 보인다. 큰딸이 금빛, 무지갯빛, 오색찬란한 사탕과 초콜릿을 동생들 바구니에 한 움큼씩 담아주자마자 6명의 귀여운 악마들은 쏜살같이 옆집으로 뛰어간다. 


2011년 10월 31일 핼러윈으로 들썩이던 그 시간.

들떠야 마땅한 그날을 시작으로 나에게 핼러윈은 비극으로 기억되는 단어가 되었다.


같은 시간, 한 블록 떨어진 거리에 사는 박법인장 네 집에도 연신 벨이 울렸다. 그와 나는 같은 법인장 신분으로 이국땅에서 종종 만나 사업얘기, 자녀얘기를 나누며 나름 친분을 쌓아온 사이다. 사태는 예고 없이 들이닥친다. 하지만 전조와 징조를 미리 보낸다. 그날의 벨소리가 아마도 그랬을 것이다. 뒤에 들은 얘기지만 이상하게 벨소리가 무거워서 문을 열지 말까 싶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날은 핼러윈. 박법인장 아이들도 악마로 변신하여 집을 방문했을 것이다.


하지만 문이 열리는 순간, 악마로 분장한 아이들이 아닌, 진짜 복면을 한 4명의 건장한 체구의 사내들이 들이닥쳤다. 이들은 박법인장 내외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하고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급하게 전화를 받고 뛰어간 내게 그 소동과 소음이 뒤범벅된, 처참했던 그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피범벅 된 얼굴과 몸, 쓰러져 있는 두 내외를 보면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허둥대는 순간, 경찰과 구급차가 도착했고 나는 서둘러 그 자리를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이것은 시작이다. 앞으로 더 조심해야 할 것이다.” 괴한은 이 한마디를 남기고 떠났다고 한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경찰은 그들을 잡을 수가 없다고 했다.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았던 것이다. 자, 이 의미가 무엇이겠는가? 앞으로 2차, 3차, 이러한 일이 또 벌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괴한의 느닷없는 공격과 그들이 남긴 한마디는 박법인장 가족의 일상을 처참하게 무너뜨렸다. 어쩔 수 없이 사무실에 출근해야 하는 박법인장은 집무실 내에서도 문을 걸어 잠그고 일체의 왕래를 꺼려했으며 직원과도 서서히 단절되었다. 직원들 가운데 누군가의 소행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일기 시작하더니 직원 모두를 경계하고 불신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업무미팅 중에도 직원의 작은 실수에 큰소리를 내는 일이 잦아졌고 이견을 제시하는 직원은 그날의 괴한과 어떻게든 내통을 하는 자처럼 느껴져 미팅 중에 밖으로 나가라고 지시하기도 했다고 한다. 


남편이 없이 집에서 하루를 보내야 하는 박법인장의 아내는 더 하루가 지옥 같았다고 한다. 이웃의 방문이나 배달 때문에 벨이 울리더라도 몸에 소름이 돋아 때론 비명을 지르기도 하고 침실에서 꼼짝을 못 한 채 온몸을 떨기도 했으며 심지어 여러 차례 실신하기도 했다고 한다. 결국 벨소리 때문에 벨을 아예 떼어버리고 안에서 문을 걸어 잠그며 생활했지만 학교에 가야 하는 아이들을 챙겨야 했으니 어떻게든 외출을 했어야 했고 학교에 가는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집에 있는 아내는 아내대로 외출이 공포가 된 일상이었던 것이다. 밤이 되면 그 증상은 더욱 심해져 불을 켠 채로 밤을 지새워야 했으며 수면제 없이는 잠들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결국, 박법인장 내외는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수가 없다고 판단하고 한국으로 돌아갔다. '이것이 시작'이라는 괴한의 말이 환청이 되어 매일, 매 순간 자신을 짓눌러 견딜 수가 없었다고, 무엇보다 아내와 어린아이들까지 위험에 그대로 노출시키면서 그곳에 남아있을 이유가 없었다고 토로했다. 이들이 받은 정신적, 육체적 충격은 이런 일을 당해보지 않은 내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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