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 III - 6 편
본 주제의 글은 저의 브런치북 '도전자들의 이야기 II'(목요일 발행)와 '30년 해외비즈니스 이야기 II'(일요일 발행)에는 10편이 발행될 때까지만 싣도록 하겠습니다.
저의 해외 비즈니스 이야기는 브런치 작가 지담과의 공저로 출간을 준비 중입니다. 지담은 브런치 작가이자 교수이며, 5년간 꾸준히 새벽독서를 이끌어 오고 있고, 지난 2년간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5시에 인문학의 깊이 있는 내용의 글을 브런치에 올려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저와 지담과의 공저는 개인의 경험이 불안과 급변의 사회에 사업을 하고자 하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 있게 전해져 그들의 삶에 유익한 경험서가 되게 하기 위함입니다. 10월 출간예정이며 브런치에 우선 조금씩 공개하고자 합니다.
본 주제의 글은 새롭게 만들 저의 브런치북으로 매주 목/일요일, 지담브런치북 '지담과 제노아가 함께 쓰는 성공' 매주 토요일 5:00A.M. 발행됩니다.
“당신 회사에 대해 강도높은 조사가 벌어지고 있음을 안다. 내가 당신에게 제안을 하나 하겠다. 나의 개인사업에 당신이 투자한다면 지금 조사 중인 소송건을 무혐의처리하겠다. 다음 주 화요일까지 답을 달라”
헝가리 경쟁국의 수장, '타마스(Tamas)'가 그의 매파인 '가보르(Gabour)'를 통해 내게 메세지를 전해왔다. 당시 2010년. 디지털이 보급화된 시대에 이메일이 아닌 인편으로, 그것도 수장인 내게 직접 전달했다는 것은 분명 비밀스러운 어떤 의도가 담겨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당시 우리 회사는 '경쟁법 위반' 여부에 대한 조사에 휘말려 있었고 위반이 확정된다면 벌금은 무려 5천만불, 더 일이 커져 EU경쟁국에까지 보고되어 유럽차원으로 확대되면 벌금은 몇십억불로 늘어날 거대한 위기상황에 봉착해 있었다. 그 수장인 내게 상대수장이 인편으로 소송건을 무혐의 처리해 주겠다는 달콤한 사탕을 내민 것이다. 제안은 상당히 유혹적이었지만 답을 보낼 화요일전까지 '사실'에 대한 확인이 필요했다. 우리가 소송에 휘말렸다는 것은 어떤 부정과 비리를 저질렀다는 의미인데 그 사실부터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상황인즉슨 회사의 영업판매 책임자로 근무했던 '아틸라(Atiila)'가 화근이었다. 그는 근무하는 3년간 거래선직원을 만나면서 담합을 시도, 2백만불 규모의 개인적인 부정을 저질러 회사에 10배에 달하는 2천만불의 영업손실을 일으켰던 인물이다. 이 사실로 개인적인 피해가 갈 것을 대비해 자료를 하나씩 모아뒀던 것이다. 직원들이 보낸 메일, 직원의 실수, 내부 회사자료, 거래선 미팅자료와 메모 등 '경쟁법'과 관련된 전방위의 방대한 자료들 가운데 회사에 불리한, 그러니까 회사에서 해고당할 때 회사를 상대로 위협을 가하기 위한 목적의 자료들을 하나씩 모아왔다. 물론 방대한 자료를 수집하는 것 역시 발각되어 아틸라는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그 때 자신의 부정을 합리화하기 위해 모은 자료를 증빙으로 제출하였던 것이다.
물론 평상시 직원들에게 컴플라이언스(주1)나 안티트러스트(주2)에 대한 교육을 철저히 시행해왔고 내부점검에 있어서 체계적인 시스템으로 관리해왔기에 가격담합이나 반독점활동에 있어 직원들의 인지수준은 상당했다. 따라서 우리쪽에서 실수가 있었을 지는 몰라도 고의의 잘못을 했을 리는 없다고 나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아틸라가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하여 내부확인을 하는 것과 동시에 그가 제출된 자료의 거짓을 밝혀 우리의 정당성을 주장해야 했다. 이로써 회사경영에 있어 헝가리의 법과 원칙을 준수하였으며 회사의 가치와 명예 또한 지켜야 할 책임이 내게 주어졌던 것이다.
화요일까지 이 모든 자료를 검토하여 거짓을 밝히고 정당을 주장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나는 서둘러 판단해야 했다. 회사와 나, 직원을 믿고 정도(正)를 밀어붙일 것인지 아니면 고발된 내용이 전부 진실은 아니겠지만 일부라도 시인하고 타마스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인지. 나는 정도를 선택했고 이러한 정면돌파의 의지를 전직원과 공유한 후 매우 유혹적이었던 타마스에게 아래와 같이 답변을 보냈다. 물론, 상대와 같은 방법인 인편을 통해 서신을 전달했다.
“타마스 씨, 저희에게 베풀어 주신 호의에 감사합니다. 저희들은 헝가리에서 사업을 하면서 한 번도, 한시라도 헝가리 법과 원칙을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저희 회사로부터 해고당한 직원의 고발내용도 사실과 다름을 이 자리를 빌어서 확실히 하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정도경영을 이어갈 것이고 저희 사업이 더 가치를 가지고 헝가리 국익과 사회에 보탬이 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정중하게 베풀어 주신 제안을 거절함을 알려드립니다.”
경쟁국 수장인 타마스가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온전히 그의 몫이다. 주사위는 던져졌다! 엄청난 손해배상을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정도의 공포심에 심장이 녹아내릴 듯 떨렸고 상대수장의 유혹은 당장이라도 잡고 싶은 지푸라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정도를 택한 것은 모가 아니면 도. 결과가 좋게 도출됐으니 과감한 선택이었지, 만약 결과가 나빴다면 나도, 회사도 완전히 패배의 주홍글씨를 이마에 새겨야 할 판이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정도를 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내 안에서 결코 용납할 수 없는 한가지. 분명 나와 나의 직원들은 부당한 처사로 인해 이익을 취하지 않았고 의도하여 담합을 저지르는 부정을 저지르지 않았다는 확신이 강했기 때문이다. 타마스의 손을 잡는다는 것은 이 모든 확신을 스스로 내던지고 나와 직원, 회사의 부정을 인정하는 증거가 되기에 결코 그리 할 수 없었던 것이다.
예상대로 경쟁국 조사가 시작되자 밤낮없이 강도높은 조사가 진행되었다. 전직원의 노트북포렌식은 물론, 조사단은 우리의 실수를 찾으려 수시로 거래선들을 찾아다녔다. 게다가 아틸라는 자신의 살길을 찾기 위해 경쟁국 판결에 따라 회사를 상대로 2차 소송을 진행할 것을 공개적으로 선언하기까지 했다. 타오르는 불길에 기름을 부은 것인지, 불길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물을 부은 것인지, 그간 쌓아온 나와 직원, 회사에 대한 신뢰가 엄청난 손해배상과 함께 물거품이 되느냐, 모든 진실이 밝혀져 정상으로 돌아오느냐의 기로에서 피가 마르는 순간순간을 보내며 나는 결정문을 기다렸다.
그리고 답을 보낸일로부터 20일 후. 결정문이 게시되었다.
“본건은 경쟁법을 어겼다는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음으로 케이스를 종결한다.”
III - 7편에서 이어집니다.
(주1) 컴플라이언스(compliance) : 각종 법률위반 행위를 차단하고 올바르게 업무수행이 이뤄지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법규 준수, 준법감시, 내부통제에 관련한 기업의 범윤리적인 행위를 일컫는 비즈니스 용어
(주2) 안티트러스트(anti-trust) : 독과점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