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글이 되다 II
점점 소유욕이 없어지는 것일까? 갖고 싶은 것이 없는 듯하다. 연륜이 깊어질수록 모습을 더 단아하게, 깔끔하게, 흐트러짐이 없이 갖추라고 했는데, 왠지 편안해지고 싶어 진다. 부스스해보기도 하고, 어수룩해 보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하다.
갖추고, 조심하고, 절제하면서 산 시간이 너무 길었던 탓이었는지 몸도 그에 맞추어져 있는 듯하여 때로는 불편하다. 매너, 에티켓을 지키려고 불편함을 감수하면서 스스로를 단속했는데 그것이 여전히 딱딱하게 느껴진다. 사람과의 대화에서도 구질구질한 것이 싫어서 말을 아꼈는데 그것으로 인한 연유인지 말주변이 부족하고 소란소란한 대화는 즐거움 혹은 재미가 없다.
감싸고 있는 딱딱한, 굳어 있는 인지를 유연하게 하려 노력한다. 의식으로 만들어버린 불편함을 의식으로 지워서 편함으로 바꾸려 노력한다. 본연이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지만, 여백이 있었던, 말랑함이 있었던 그 시점이 본연이라 믿고 남은 반 바퀴 인생은 그때로 가서 여유, 부드러움, 넉넉함으로 채워보려 노력한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하는데 의식으로 의식을 지우고, 인지로 인지를 지우면서 시도해 보려 노력한다. 분명 혼자선 안될 수 있으니 그런 분들을 통해 배우고 도움을 받으려 해 볼 것이다.
오늘 아침에 지인으로부터 받은 짧은 메시지가 와닿는다. ‘인생 1 장의 마지막에 남은 몇 개의 것은 실행, 소통, 자기 관리, 관계로 압축되네요. 현재까지는…’ 이 분도 앞만 보고 부지런히 달려왔다. 많은 것을 겪었고 난관들을 헤쳐오면서 성공에 가까운 삶에 있었다. 이제 1장을 정리하면서 그간의 것을 요약하니 4가지라고 한다. 아마도 이분도 좀 더 자연스러운 것을 찾는 듯하다. 마음이 가는 곳에 있고, 마음이 가는 사람과 소통하고, 마음이 가는 것을 하려 하고, 그래서 마음이 편안한 것을 좋아하려 하는 듯하다. 표현은 달라도 맥락은 같은 듯하다.
그 어느 세대들 보다 복은 받은 세대이고 성장과 함께 성취를 누렸던 세대의 한 사람으로서 지나온 인생의 시간을 아쉬움과 엮기엔 복에 겨운 것이 될 듯하다. 단지, 편안하지 못했던 것들을 추슬러서 다음 시간들은 편안함에 익숙하고 싶다. 읽고 쓰고, 보고 듣고, 말하고 생각하는 것도 그간의 여정에서 묻혀왔을 것이기에 자연스럽게 끌어내려한다. 하고 싶은 것보다 해야 할 것을 먼저 해야 했는데 이제는 하고 싶은 것도 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