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글이 되다 II
오늘 새벽 신부님의 강론은 마음을 저리게 했다. 마음의 문을 열 때 진정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고, 진정의 말을 할 수 있고, 마음으로 공감할 수 있다고. 귀먹고 말을 못 하는 이가 믿음으로, 진정 어린 마음으로 구할 때 비로소 그의 귀가 열리고 묶인 혀가 풀려 말을 하게 되는 것이라고. 많이, 자주 듣던 내용이라 하겠지만 오늘 아침, 내 귀를 통해 가슴으로 전달되는 순간, 그 와닿음이 달랐다. 그리고 “에파타, 곧 열려라!”라는 말씀을 듣는 순간, 나의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음이 느껴졌다. 어떤 의미로 다가올지 모르지만 마음에 동요가 생겼음이다.
우리 삶에는 마음을 문을 열지 못하게 만드는 인자들이 무수히 많다. 그중에 으뜸 요인이 탐욕이다. 작금의 세상 모습을 보자면 마음의 문을 여는 것과는 정반대의 방향에 서 있는 것 같다. 많은 것들이 금전적인 부와 연결되어 있고 이 부로 인해 사람과의 관계는 어려워지고, 사람들이 분류되고, 경제적 부가 가치의 중심이 되어 소중한 것들을 잃게 한다. 오죽하면 사랑, 연민이라는 의미를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면서 아는 것이 아니라, 사전이나 AI를 통해 찾는 시대가 올 것이라 얘기를 하겠는가?
자연히 사는 것이 힘들다는 얘기들을 한다. 힘들다에는 정신적인 측면이 있지만 물질적인 측면의 영향이 더 크게 작용한다. 물질에서의 힘듦이 정신마저 피폐하게 하여 ‘힘들다’라는 단어로 드러나고 있다. 세대를 가로질러 무형의 가치보다 돈(주 1)이라는 손에 쥘 수 있는 유형의 가치에 무게를 두고, 모든 세대가 돈을 외치고 있다. 돈이 없으면 인생이 힘들 수밖에 없다는 것을 명제화하여 얘기하고 너나 할 것 없이 돈 버는 방법에 관심이 많고 돈 버는 방법을 알려주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사람을 위해 돈이 필요한 것인지, 돈을 위해 사람이 필요한 것인지 여하튼, 자기 계발을 리드하는 경험자들 얘기의 끝자락도 돈으로 귀결된다.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들이 돈으로 쏠려가고 있다. 집단동조화(주 2) 현상마저 생겨 돈 얘기를 안 하면 도태되니, 심리적 안정감을 느끼기 위해 집단이 얘기하는 돈 얘기를 같이 하게 된다. 이렇게 돈 얘기는 전염병처럼 퍼지고, 돈 얘기를 안 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사업 수단이 있는 사람이나 손을 대는 사업마다 번창하여 돈을 버는 사람을 흔히 마이다스(미다스,Midas)의 손’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마이더스(미다스. Midas)는 프리기아의 왕이다. 마이더스가 바커스라는 술의 신 디오니소스의 양부 실레누스를 돌봐주자 디오니소스는 마이더스에게 양부를 돌봐준 감사의 표시로 소원을 하나 들어줄 테니 말해 보라고 했다. 더 큰 부자가 되고 싶었던 마이더스는 자신이 만지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하게 해달라고 했다. 디오니소스가 마이더스의 소원을 들어주자 그 소망은 이루어졌다. 소망을 이룬 그는 많은 황금을 가지게 되었고 얼마간은 행복했다. 그러나 그 행복은 오래가지 못하고 절망으로 바뀌었다. 그의 손이 닿는 것마다 황금으로 변했으니 물을 마시지도, 음식을 먹지도 못하게 되었다. 심지어 사랑하는 딸마저 황금으로 변하게 되었다.
사막에서 물과 황금이 있다면 무엇이 소중하겠는가? 평소 가치가 있다고 인식하지 못하는 물이 황금보다 더 한 가치를 갖고 있지 아니한가? 물은 사용가치가 높은 반면 황금은 교환가치가 높다. 10명이 탄 경비행기가 사막에 추락하여 조난을 당한 상태일 때 내 주변에 흩어져 있는 것들 중에 어떤 물품들이 필요한 것인지 우선순위를 매겨보라는 게임을 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황금이 우선순위에 있었던가? 평소 가볍게 취급했던 화장용 거울, 손전등, 우의, 휴대용 나이프, 그리고 물 등이 황금, 위스키, 명품가방, 고급 시계 등 보다 더 소중하게 선택될 것이다. 전자가 사용가치의 물품이라면 후자는 교환가치의 물품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교환가치에 치중하면 잃는 것이 많고 집단동조화 현상으로 빠지기도 쉬워진다. 이를 회피하러 홀로서기가 편안해지고 자존감과는 결이 다른 방식으로 나의 세계에서 내가 중심이 되어 스스로 단절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잃는 것이 늘어나고 있다.
우리는 지금 교환가치에 너무 몰입되어 있는 듯하다. 한 발짝 물러서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자. 사람은 죽음을 앞두고 비로소 사용가치와 교환가치의 차이를 알게 된다고 한다. 결국에 깨닫게 된다면 지금 생각하고 인지하고 실행해 봄이 어떨까 한다.
(주 1) 부는 다소 고급스러운 의미이기에 물질 만능을 대변하는 돈이라는 표현이 적절하다고 본다.
(주 2) 집단이 틀린 답을 정답으로 인정하게 되면, 틀린 답인 줄 알면서도 그 답을 정답으로 선택하는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