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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Oct 02. 2024

욕심의 대가, 원리를 거슬린 무지,
그리고 계산서

일상이 글이 된다 II

“3개월만 그냥 하세요. 그러면 고비를 넘기는 것입니다.”

변화, 습관, 루틴을 시작할 때, 혹은 의지가 흔들릴 때 곧 듣게 되는 문장이다. 나은 나를 생각하고 나의 소중한 경험을 담아 나누기 위해 목표한 책 출간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지금, 나에겐 거친 자극이 필요하다. 3개월 전에 그렇게 다짐을 했는데 이 시간까지도 마무리를 짓지 못한 채 많은 날들을 허비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스스로 합리화를 하면서 시간만  흘려보낸 셈이다. 3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내 상황은 많이 흐트러졌다. 


아래는 브런치 작가 지담의 글에서 인용한 부분이다. 


'오늘 하루쯤 괜찮아. 충분히 잘하고 있어'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어. 남들 봐봐. 다 비슷해. 저렇게 평범하게 사는 게 인생이야'


'목표가 너무 높은 거 아냐? 목표를 다시 세워봐. 루틴이 잘못 추출됐나 봐. 이상해. 다시 짜'


'되겠어? 하겠어? 에이. 그냥 살던 대로 살아. 사람이 변하면 죽는 대.' 정말이지?

 

이 놈의 악마들은 어디를 건드리면 내가 자극받는지를 용케도 알아내고, 내 감각 요기조기를 마구마구 자극한다. 이 자극에 나의 관성은, 관념은, 인식은 잘도 넘어가버리고, 언제 목표를 세우고 루틴을 추출했는지가 무색하게 포기해 버린다. 그리고 정당한 이유를 찾는 것에 열을 올린다. '난 충분히 해봤으니까.' '내 상황이 좀 안 좋으니까.', '나는 아프니까', '누구누구도 이렇게 했는데 안 됐으니까' 등등. (주 1)    


‘악마는 내게 수시로 찾아온다’는 악마의 속삭임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잘했어, 쉴 시간이야~~~” 잠자기 전 날 찾는 악마는 이렇게 날 칭찬한다. 그리곤 “잘하고 있어, 충분히 했어~~” 아침에 눈을 뜰 때 날 찾아오는 악마는 하루 루틴을 잊게 하려 독려를 해준다. 그럼에도 낮에 루틴을 이어가면 “열심히 안 해도 돼, 오랫동안 열심히 했잖아~~” 나만 지켜보는 악마는 본색을 드러내며 나에게서 의지를 뺏으려 한다.


지난 1개월은 처절하게 악마에게 지배를 당했다. 처한 상황이 어려울수록 더욱 의지를 동여매고 내 갈 길을 가야 하는데 악마에게 귀를 열었고 악마의 속삭임에 나를 맡겨버렸다. 일상, 루틴, 생각, 그리고 시간이 나의 의지와 멀어졌고 나약하고 박약한 존재가 되었다. 지금 처한 상황이 어렵다고 출간을 위한 해야 할 일을 미뤘고 같이 하는 분께 민폐마저 끼쳤다. 


내가 먹이를 주는 곳이 더 커지게 마련인데, 미련하게도 나를 짓누르는 (갑자기 맞닥뜨린 상황의) 괴로움에 더 먹이를 주어 이것들의 지배력만 키웠다. 아침에 눈을 뜨기도, 밤에 잠을 청하기도 괴로우니 가슴이 막혀 호흡마저 쉽지 않다. 욕심이 부른 참사, 우주의 원리를 거슬린 무지에 받아 든 계산서는 냉정하고 가혹하며 조금의 관용도 없다. 그간의 노력, 피땀으로 만든 결과도 욕심과 무지에 묻혀 흔적조차 희미하다. 신의 계산은 한 치의 오차(주 2)도 없다더니 그 진리를 이렇게 체감하게 될 줄이야.


한편으론 의연해지려 부단히 노력한다. 억지로 부여잡고 맞짱 뜨더라도 당장 해결 될 것이 아니기에 나를 다스리려 노력한다. 관성으로 해온 일을 하면서 괴로움을 잊으려 노력한다. 내가 잘하는 것을 하면서 머물고 있는 괴로움의 관심을 돌리려 노력한다. 그래도 부족하니 다른 분의 지혜와 기운을 받아서 하나씩 추스르고 처한 상황을 슬기롭게 대처하려 한다. 다시 마음이 편안하고 행복한 때를 분명 맞을 것을 기대한다.


개인적인 상황을 리얼하게 공유하지 못한 채 내 푸념만 늘어놓은 민망한 글이 되어버린 듯하지만, 이 또한 나의 토로이니 개념치 않으려 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사태가 왜 내게 왔는가? 에 대한 해석을 해내는 것이다. 이미 들이닥친 사태와 사태에 대한 계산서를 안고 사는 지금, 그것들을 밀어내려, 떨치려 하기보다 왜 그것들이 내게 왔는지, 그것들이 온 이유를 해석해 내는 쪽으로 에너지를 쏟아 진정한 깨달음을 얻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모든 사태는 자각을 위해 오는 것이니까.


사태는 아무런 이유 없이 그냥, 불쑥 나타나거나 쳐들어 오지 않는다. 그럴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었음을 알기 때문에 당당하게 다가와서는 삶의 한편에 자리 잡고 주인행세를 한다. 그리곤 감정을 흔들어 지배하고, 혼란과 고통 느끼게 하고, 사태를 왜 발생시켰는지 이유에 대해 따져 물어 답을 찾게 한다. 답을 못 찾으면 더 가혹한 고통을 주고, 답에 가까이 갈 때까지 혹독하게 몰아세우며, 답을 알게 될 때 다시 편안한 시간을 허락한다. 


지금 겪는 사태를 해석하고, 사태를 통해 자각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답을 찾으려 한다. 


다음 글에서 이어 얘기를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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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1) 지담과 제노아가 함께 쓰는 성공(목표가 나에게 돌진하는 순간을 위하여), 브런치, 2024, 브런치

(주2) 랄프왈도에머슨, 수상록, 1996, 서문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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