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비즈니스 이야기 II
오늘 글은 해외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 고려해야 할 지.법인의 필요성, 그 중심에 있는 주재원 그리고 주재생활에 대한 정보를 포함한 의견입니다.
한국에 본사를 둔 기업은 해외로 사업을 확대해야 하는 것은 숙명과 같다. 기업의 태생부터 해외에서의 사업을 염두에 둬야 하고 사업의 특성에 따라서는 해외에서 먼저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 무 자원, 지정학적 위치, 인구수와 시장 사이즈, 제도, 성장배경 등을 고려 시, 해외의 큰 시장에서 경쟁할 역량이 안되면 사업을 시작하면 안 될 정도라 단호히 얘기할 수 있다. 지금 잘 되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시장사이즈는 늘지 않고 경쟁자는 생길 수밖에 없는데 한국 시장에서만 꾸려가는 내 사업이 지금과 같이 지속 유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해외로 사업을 확충하여 영역을 키우기 위해서는 법인을 설립하여 직접 사업을 하는 구조가 디스티를 통한 간접 사업보다는 월등이 낫다. 물론 초기 진출 비용, 사업 안착 확실성, 성장 가능성 등 여러 면을 고려 시에 진출 초기에는 디스티를 통한 간접 사업을 고려할 수 있겠지만, 브랜드와 상품을 직접 케어하는 것만은 못하기에 중장기를 내다본다면 시작부터 법인을 고려하는 것이 좋은 선택일 수 있다.
한국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공, 성장한 이면에는 이러한 법인 진출 전략이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수요와 시장이 있는 곳에는 법인이 진출하여 직접 우리의 손으로 사업을 한다’는 전략적 방향이 있었다. 법인 설립 규모(주 1)의 시장이 안된다면 지점으로 우선 진출하는데, 이 경우도 현지 기반을 다지고 매출을 키워서 법인으로 전환한다. 현지 국가 깊숙이 들어가는 법인 영업이 한국 기업의 성공 DNA이기 때문이다.
지. 법인 진출 전략의 성공에는 주재원이 그 중심에 있다. 한국본사에서 파견된 주재원이 주인의식으로 아무것도 없는 땅에 가서 법인 혹은 지점을 개설, 사업의 문을 연다. 포문을 연 사업이 성장을 이루면 파견되는 주재원의 규모도 커지고 주재원의 역할도 넓어진다. 주재원은 담당하는 제품의 현지 판매를 책임지는 CEO 역할을 한다. 현지 판매 1차 책임을 지는 경영자로서 사업 향방과 전략 전술의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된다. 인사, 재무, 구매, 판매, 마케팅, 서비스, 법률, 제도 등 기업 경영에 필요한 제반 분야에 참여하여 최적의 결정을 내리고 집행을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따라 역량을 평가받고 승진과 연봉상향여부로 이어진다. 결과가 예상보다 안 나왔다 하더라도 주재원에 대한 평가는 의미가 각별하다.
주재원이 사업의 성과를 만들기 위해서는 종합 예술인이 되어야 한다. 본사와 제조공장과 소통하고, 좋은 제품을 적기에 가져와야 하고, 현지 시장에 맞는 최적 가격 전략을 수립하고, 좋은 콘텐츠로 최상 효과 마케팅을 실행하고, 소비자 접점에 있는 현지 거래선들과 교감, 동감, 공감을 창출하고, 결국 소비자들의 선택 여부를 확인하고, 구매와 판매에 투입된 비용을 산출하고, 판매 후의 대금 입금까지 챙겨 손익을 검증하는 종합 지휘자 역할을 한다. 더욱이 이 모든 일을 체계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각 역할을 담당하는 현지 직원들과 오픈 마인드로 소통하고 조율을 해야 하니 기업 경영을 위한 모든 것을 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은 이미 경영자 과정을 익히고 체득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
현지 경영을 책임지는 주재원과 그 주재원을 파견한 본사의 소통은 어떻게 진행이 될까? 과거 아날로그 시절 대비 무척 명료하고 투명하다. 디지털 시대의 디지털 기술로 현지의 판매 활동 내용은 실시간으로 계량화되어 본사와 공유되고 있기에 별도 준비하여 세부내용을 설명할 필요 없다. 시스템에 모든 것이 담겨 있기에 서로의 시스템상에 의문 가는 것에 대해 질문하고 설명하면 된다. 계획 대비 매출에 차질이 생기면 그 사유를 설명하면 되고, 구매계획 대비 추가 구매를 해야 한다면 그 배경을 설명하면 된다. 월별, 분기별 매출, 마케팅 계획을 시스템에 입력하고 본사가 원하는 수준과 시장의 상황을 두고 조율하면 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본사-법인 간의 눈높이가 다를 경우, 본사는 현지 법인에게 부담과 책임을 전가하기도 하는데 그 자체가 스트레스가 될 때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시장의 상황을 외면한 사업 푸시, 강요는 사고를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기에 본사도 법인도 시장을 거스르는 의사결정을 하지 않는다. 즉, 이견이 생길 때는 ‘시장 상황’이 최선의 답이 되는 셈이고 그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법인도 본사도 시장 위에 서는 의사결정 리스크는 취하지 않는다.
현지 직원들도 본사 직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맡은 일을 풀어가기에 주재원이 나서서 번역, 통역할 일이 없다. 소통의 문제가 없기에 서로에 대해 더 잘 알고 필요한 부분에 대한 의견교환이나 상호 지원에 대해선 적극적이다. 법인을 담당하는 본사 직원도 자신이 맡은 법인의 결과가 좋아야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이기에 한 몸이라 생각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현지 법인 직원과 본사 직원의 교차 출장으로 업무 공감의 깊이는 무척 높다. 본사는 현지 법인이 어떤 판매 활동을 하는지 구석까지 아는 셈이다.
그러면 주재원 역할은 넓고 커졌음에 반해, 본사와의 소통도 현지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하고, 현지에서 집행해야 할 과제들도 현지 직원들이 체계적으로 하는데 주재원은 무엇을 하는가? 답은 한 문장으로 정리할 수 있다. ‘주재원의 역할은 사업 관련된 전 영역의 업무 내용 파악으로 최적의 의사결정을 적기에 하는 것이다.’ 맥락을 놓치지 않아야 하며, 흐름을 파악해야 하며, 가까운 미래를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방향성을 제시하고, 과제를 창출하고, 실행을 독려하고, 결과를 검증하고, 경험을 기록하고, 성공사례를 연구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고, 접목하여 실행해야 한다. 주재원 생활을 내가 주도적으로 하느냐, 아니면 남이 시켜서 하느냐는 내 역할을 어디에 두는가, 무엇을 하는지를 명확히 정의함에 있다. 내가 주도하여하는 주재 생활은 명품 경영자로 가는 길이라 할 수 있다.
각 회사에서 주재원 한 명에 투입하는 비용은 연 6억 ~8억 원 정도이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많은 비용이 투입되는 과정이다. 이 비싼 과정은 회사에게는 사업의 성장을 위해, 주재원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하거나 주재원 자신의 미래를 위한 것이다. 주재 생활과 연계해서 뭘 얻을 수 있을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족의 경험, 학업의 기회(본인이 노력하면 현지 교육 과정도 할 수 있다), 여행, 문화(문학, 음악, 미술, 공연), 언어, 지식, 경험, 경영노하우, 인맥, 그리고 컨설팅 역량 등 무형의 자산들을 쌓을 수 있다. 돈으로 계량화 할 수 없는 가치들이다.
최근 주재원에 대한 시각이 ‘주재원 생활이 힘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지금은 한국에서의 직장 생활이 안정적이기에 주재원 생활은 아무런 장점이 없다’,’ 아이가 없기에 교육의 혜택도 의미가 없고, 맞벌이하기에 배우자 때문에 따라 나가서 경력 단절할 이유가 없다’ 등으로 보편화되어 있다. 자녀 교육, 맞벌이 이슈는 현실적인 이해라고 생각된다. 그 외의 사유는 주재원 역할과 그 가치에 대해 단편적인 부분이 크게 부각되어 그런 듯하다. 사람은 본성상 이익보다는 손실에 더 빨리 민감해진다.
내가 추구하는 것이 물질인가, 가치인가, 소유인가, 존재인가, 그리고 단기의 결과인가, 장기의 실력인가 중에 어디에 두는가가 중요하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이런 말을 했다. “지금의 작은 안전을 위해서 자유를 포기하는 사람은 둘 다 가질 권리가 없고 둘 다 잃게 될 것이다.” 안전, 편안함, 권리 그리고 자유에 대한 말이지만 내가 추구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하게 하는 말이다.
주재 생활이 최선의 답은 아닐 수 있다. 그러나 주재 생활의 기회가 주어졌을 때 본인이 어디에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선택의 방향이 달라질 수도 있다. 어느 시점에서는 트렌드가 바뀌어 주재 생활에 대한 생각이 또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한 국가에서 4~5년의 시간 동안 CEO 역할로 자신이 그리는 목표와 전략으로 결과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상상하면 내가 추구하는 것들 사이에서 무게 중심이 달라질 수도 있다.
한국 기업의 운명은 해외에서 사업을 영위해야 한다. 그 중심에 주재원이 있고 주재원을 통해 회사도, 주재원도 성장할 수 있다. 시대는 또 변한다. 그 변화의 시대에 어떤 자질, 역량을 갖추고 있어야 할지 정답은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시야를 넓게, 생각은 깊게, 보폭은 글로벌하게, 선택은 거칠게, 그리고 경험은 다양하게 하는 것이 미래에 만날 변화에 응수하는 것이다.
“배는 항구에 있을 때 가장 안정하지만, 그러기 위해 지어진 것은 아니다”(주 2) 그리고 “지금 거칠게 실행하는 좋은 계획이 다음 주에 실행하는 완벽한 계획보다 낫다.”의 의미가 강하게 와닿는다.
(주 1) 법인설립규모: 회사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법인 매출로 1억 불 혹은 2억 불이 되어야 한다.
(주 2) John A. Shed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