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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Feb 20. 2024

갈등에 대처할 것인가, 해결할 것인가? Part II

국별 갈등 해결 노하우 by 독일

인간사에 갈등은 무조건 발생한다. 갈등을 없애는 유일한 방법은 내가 갈등보다 커지는 것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조직의 물리적 규모뿐만 아니라 질적규모가 커지면 기존의 갈등은 더 이상 갈등이 아니다. 이 말은 인간과 조직의 연계 안에서 갈등은 무조건 발생하면 갈등의 속성은 인간 또는 조직의 크기와 비례한다는 의미다. 조직이 크면 갈등도 크게, 조직이 작으면 갈등도 작게. 단, 갈등에 초점 맞추지 말고 인간 또는 조직을 키우는 것에 초점 맞추면 갈등이 사라진다.


다른 시각으로, 사업을 하나의 유기체로 보면 사업의 속성에 갈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유기체는 자체적으로 정화능력이 있지만 시간과 문화를 함유한 사업에서 자체적으로 해결되기만을 기다리는 경우는 드물다. 즉, 인간이 주체적으로 갈등에 대처하거나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10개국에서 사업을 펼쳐 본 나로서는 각 나라의 문화나 습관을 배제하면 갈등을 풀어낼 수 없다는 숱한 경험을 했다. 전편에 이어 4편에 걸쳐, 조직 내의 개인 간의 갈등에 집중하여 각 나라의 독특한 해결 방식을 나열해보려 한다. 


 “갈등과 분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힘보다 욕구하는 힘이 언제나 더 크기 때문에, 또한 자신이 가지고 이는 것에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만을 느끼기 때문이다.”
- 마키아벨리 -  



오늘은 독일 사례로, 조직 내에서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 그 노하우에 대해 재미있는 시각으로 얘기해 보려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독일에서 갈등 해결은 규정, 내규, 혹은 프로세스에 의한 판단과 인정이 전부다!


2000년대 초반, 독일에서 근무할 당시에는 사무실 내부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매출이 목표에 미치지 못했을 때는 근무 분위기가 긴장되고 험악해졌고, 이로 인해 사무실 안은 담배 연기로 가득 차고 담배 냄새가 진동했다. 나는 이미 오래전에 담배를 끊은 상태였기 때문에, 이러한 환경에서 버티기가 매우 힘들었다. 집에 돌아갈 때면 흡연자보다 더 심한 담배 냄새가 나는 경우가 많았다. 그 당시에는 담배를 피우는 것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었고, 담배를 피우지 않는 사람들은 불만을 제기하기 어려운 시절이었다. 독일은 유럽 내에서도 담배 천국으로 불릴 정도였다.


그러나 2006년경 독일에도 실내 금연 조치가 시행되면서 사무실 내부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비흡연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고, 실내 복도에서의 흡연을 둘러싸고 흡연자와 비흡연자 간의 충돌이 발생했다. 복도가 실내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두고 의견이 분분했으며, 이로 인해 갈등이 증폭되었다. 사실 복도에서 담배 피워도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일부 마초 같은 남자들이 그냥 우기는 것이었기에 특히 여성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졌다. 


어떤 시행이든 발효되기까지는 일정 기간 동안 자발적 권유에 맡기게 되는데 자발적 권유의 시기에 대립이 첨예하고 갈등은 가장 고조된다. 금연운동이 규정에서 정책이 되는 과정 역시 그러했다.


회사에서는 개개인의 갈등을 규정으로 정리해 버렸다. 갈등과 충돌은 해결되었고, 흡연자들은 건물 밖으로 나가서 담배를 피우게 되었다. 이러한 사례, 변화는 곳곳에서 일어났고 독일 사회에서 사무실 문화와 공공의 금연 정책에 있어 중요한 전환점이 되었다.


회사의 인사 부서에서는 사무실 밖에서 흡연을 하라고 한동안 계몽을 했었다. 정부의 실내 금연 조치를 준수하도록 자발적인 참여를 독려했던 것이었다. 그러나 자발적인 참여 기간 동안에도 갈등은 지속되었고 오히려 갈등의 수준이 높아졌다. 더 이상 계몽으로는 진전이 없음을 인지한 인사부서에서는 정부의 금연 정책에 맞춰 세부 실행 규칙, 즉 회시 내규를 만들어 발표하였다. 이 내규는 즉시 적용이 되었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실내 및 복도 흡연 문제로 인한 갈등이 급속히 줄었다.


이것이 갈등 해결의 비법이었다. 독일 사람, 좁혀서 얘기하면, 회사의 독일 직원들은 개인 간 혹은 부서 간 갈등이 발생할 때는 만나서 얘기를 나누기보다는 회사의 내규를 먼저 들여다본다. 문서화된 내용을 먼저 확인하는 것이다. 인간사의 모든 문제들에 대해 문서가 다 커버하지 못함을 알면서도 우선 문서에 기록된 내용을 찾아본다.  


조직장이 부서원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중재할 때도 규정을 우선적으로 들이댄다. 물론 규정만으로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에는 적절한 설득 과정을 거치지만, 갈등 중재의 최종 단계는 항상 규정의 의해서 결론지어졌다. 이러한 이유로 회사는 내규를 상세하게 마련하고, 집행은 엄격하게 이루어졌다. 엄격하다는 의미는 우리와 다르다. 일체의 예외가 없는 냉정한 집행을 말한다.




독일은 모든 것을 철저한 계획에 따라 진행하는 국가이다. 장기간의 검토와 시뮬레이션을 통해 세워진 계획은 일단 확정되면, 몇 십 년이 걸리더라도 실행된다. 모든 계획에는 실행 매뉴얼이 있어, 해당 지침에 따라 행동하기만 하면 된다. 금연 정책 역시 마찬가지였다. 유럽의 금연 추세를 지지하고 흡연 인구를 줄이기 위해, 흡연 천국이었던 독일도 이에 동참했다. 정책 결정 사항은 강력히 시행되는 특성을 가진 독일에서, 금연 조치는 철저하게 집행되었다.


엄격한 규정은 깔끔한 정리를 유도한다. 엄격할수록 충돌이 강할 것도 같지만 전반적인 독일의 역사적 배경을 토대로 볼 때 엄격함이 이들을 통제 내지 자발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배경이 된 것이다. 여하튼, 각 나라의 정서가 갈등해결의 가장 토대로 마련될 필요가 있는 듯하다.


갈등을 해소한 뒤에는 모두가 하나가 되어 주어진 역할에 충실하고 개인적으로, 조직적으로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습은 독일인이 새 제품을 구입할 때의 과정과도 유사하다. 매뉴얼을 하나하나 살펴보고 유사 제품 간 비교를 한 뒤에는 일절 가격에 구애받지 않고 본인들이 결정한 브랜드의 제품을 구매한다. 그래서 독일에서 질 좋은 제품은 높은 가격에 판매하기 용이한 것이다.


얼마나 깔끔한 모습인가? 갈등이 있을 때는 거칠게 부딪히더라도 갈등이 해소되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관계를 유지한다. 규정에 의해서라도 서로가 지켜야 할 선이 정해지면 쿨하게 따른다. 그리고 서로가 지켜야 할 선에 대해 예외 없이 적용됨에 이견이 없다. 사장이라도 예외가 없다. 

  

독일의 다소 엄격한 원칙주의에 대해 굳이 이유를 들자면 '계승'을 중심으로 멀리 내다보고 시행한다는 것이다. 후손까지 배려한 자태가 아닐 수 없다. 이런 독일의 모습에서 진정한 선진국의 자태가 느껴진다. 100년을 내다보고 깊은 연구를 바탕으로 계획을 설계, 수립하고 정해진 플랜은 세대를 이어서 꾸준히 집행하는 정신, 정해진 원칙과 규정은 예외 없이 적용되고 그 틀에서 잘잘못을 판단하는 투명성, 판결 혹은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인정하고 따르는 깔끔한 대인배 의식 등은 지금의 격동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필요하다. 


독일은 전국이 사는 수준이 같다. 시골의 개념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프랑크푸르트, 베를린, 뮌헨, 함부르크와 작은 시골 마을의 생활 수준이 같다는 의미이다. 모든 것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국가 시스템에서 자라고 성장한 국민들이 이어 가는 부국 정신, 선진 정신이 국가의 힘이고 동력이다.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살아 봤던 연유로 사람들이 내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하나 있다. ‘지금까지 살아본 국가 중에 어디가 제일 좋은가요?’ 그러면 나는 지체 없이 이렇게 대답한다.


“ 독일이 제일 살기 편한 나라이다. 원칙, 사회적 관습(Norm)을 지키면 세상에서 제일 살기 편한 선진국이다.”


독일은 편리한 나라, 즉 Convenient 한 나라이고 이태리는 편안 나라, 즉 Comfortable 한 나라이라고 부연 설명을 하기도 한다. 대대로 이어온 선진 제도를 만들고 제도를 준수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독일 시스템하에서는 개인 간의 갈등, 부서 간의 갈등도 지혜롭게 해결되고 앞으로 나아가는 에너지로 활용된다. 독일의 예찬론자는 아니다. 그러나 독일, 독일인이 가지고 있는 지혜로운 시스템은 분명 나의 것보다, 우리의 것보다 낫기에 겸허하게 생각해 보자.  


사업을 영위함에 있어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발생하는 갈등을 피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대처하고 해결한다면 개인의 성장, 조직의 성장을 촉진할 수 있는 동력이 된다. 갈등의 해소를 위해서는 각 나라의 문화나 습관을 제대로 이해하고 충분히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쿠키 얘기] 

1.      독일인은 하이라키를 존중한다. 상사의 지시에는 무조건 복종하는 경향이 강하다. 부서원 간의 갈등 상황에서 규정이 해결하지 못한다면 부서장이 나서서 중재한다. 이때 중재하는 부서장은 그 상황의 단편적인 면만 보는 것이 아니라 360도 시각으로 분석하고 중재에 임한다. 그리고 판단하여 결론을 낸다. 부서장의 결정은 규정과도 같이 인정한다. 사사로운 개인 관심사가 개입이 안되기에 부서장의 결정은 대체로 존중이 된다.

 

부서장의 결정에 따르지 않는 상황이 생기거나, 따르지 않는 부서원이 발생하면 부서장은 냉정하게 대응하고 조치한다. 평소 아무리 가까웠던 관계라 하더라도 부서장의 결정에 따르지 않는 부서원들은 혹독한 시련의 과정을 거치는 것을 목격했다. 하이라키가 가진 힘이 상당했다. 


2.      2006년 전격적인 실내 금연 조치 이후의 흡연 실태

코로나 팬데믹 대유행 이전까지는 꾸준한 감소 추세의 독일 14세 이상 흡연율 27%는 2022년 현재 33%(3명 중 1명)의 무서운 상승세로 증가

독일의 흡연자 증가 원인  

  1) 코로나 팬데믹 

  2) 전자 담배의 대중화 

  3) 흡연 억제를 위한 미비한 조치 : 2021년 12월 31일까지 독일은 유럽에서 담배 옥외 광고가 허용된 마지막 국가 

  4) 독일의 흡연 실태와 사회비용

      독일 흡연자의 대부분은 하루 최대 20개비 담배 소비

      독일에서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는 매년 127,000명으로 추산되며 독일 사망자의 13% 수준

      (참고로, 한국의 연간 흡연 관련 사망자 수는 58,000명)

      독일 연방 통계청 자료 : 최근 몇 년 동안 많은 여성이 예전보다 높은 확률로 흡연의 결과로 사망. 

     2000년 인구 10만 명당 23명의 여성이 폐 질환 및 기관지암으로 사망, 2020년에는 거의 40명으로 2배 증가. 반면 남성의 사망률은 10만 명당 73명에서 68명으로 감소

     흡연으로 인한 질병, 사망 등 독일의 사회적 손실은 연간 970억 유로의 비용. 독일 ‘암 연구 센터’가 계산한 흡연으로 인한 사회 손실 보전을 위한 담배 한 갑당 적정 가격은 무려 ‘23유로’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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