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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Feb 11. 2024

갈등을 피할 것인가?,
해결할 것인가?

국별 갈등 해결 노하우_by 이태리

사업을 하다 보면 갈등은 필수다. 없을 수가 없다. 갈등은 사업의 크기와 비례한다고 볼 수 있다. 큰 사업이면 갈등의 질도, 양도 모두 크다. 따라서, 갈등을 다루는 스킬은 사업가로서는 필수다. 갈등 해결 없이는 사업 성장도 보장될 수 없다. 사업을 영위하는 조직에서는 다양한 갈등이 존재한다. 조직원 개인 간의 갈등, 조직 내 부서 간의 갈등, 조직과 타 이해 집단 간의 갈등, 그리고 정부와의 갈등 등 다뤄야 할 갈등의 영역이 꽤 넓다. 


다른 시각으로, 사업을 하나의 유기체로 보면 사업의 속성에 갈등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유기체는 자체적으로 정화능력이 있지만 시간과 문화를 함유한 사업에서 자체적으로 해결되기만을 기다리는 경우는 드물다. 즉, 인간이 주체적으로 갈등에 대처하거나 해결해야 하는 것이다. 


10개국에서 사업을 펼쳐 본 나로서는 각 나라의 문화나 습관을 배제하면 갈등을 풀어낼 수 없다는 숱한 경험을 했다. 오늘부터 4편에 걸쳐, 조직 내의 개인 간의 갈등에 집중하여 각 나라의 독특한 해결 방식을 나열해보려 한다. 




그전에 갈등이라는 불편한 단어의 긍정적인 측면에 대해 간략히 얘기하고자 한다.  


다양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흔히 부정적인 현상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상호 이해와 개인의 성장을 촉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스위스 심리학자 칼 융(Carl Jung)은 "갈등이 없다면, 인간은 스스로를 발전시키지 않는다"라고 언급했다. 이는 갈등을 통해 우리가 서로의 다름을 인식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며, 궁극적으로는 더 깊은 연결감과 관계의 발전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


갈등만을 다루는 학문도 있다. 조직 심리학 분야에서는 갈등을 '구조적 갈등'과 '개인적 갈등'으로 구분하여 분석한다. 구조적 갈등은 조직의 목표 달성을 위해 필요한 자원의 분배와 역할 분담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의미한다. 이러한 갈등은 올바르게 관리될 때, 조직의 효율성과 창의성을 증진시키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반면, 개인적 갈등은 개인의 가치, 신념, 감정 등이 충돌할 때 발생하며, 이를 통해 개인은 자신과 타인을 더 깊이 이해하고, 인간관계에서의 감정적 지능을 발달시킬 수 있다.


아울러, 갈등 해결 과정에서의 '경청(Active Listening)'과 '공감(Empathy)'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이는 갈등 상황에서 서로의 입장과 감정을 이해하려는 노력을 의미하며, 이 과정을 통해 상호 존중과 이해가 심화된다.


정리하면, 갈등은 인간관계에서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갈등을 통해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하고 성장하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갈등 해결 과정에서의 적극적인 경청, 공감, 그리고 상호 존중의 태도는 관계를 돈독히 하고, 개인적 성장, 조직적 차원에서 성장을 촉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갈등과 분쟁이 일어나는 이유는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힘보다 욕구하는 힘이 언제나 더 크기 때문에, 또한 자신이 가지고 이는 것에도 스스로 만족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불만을 느끼기 때문이다.” 
    - 마키아벨리 -     



오늘은 이태리 사례로, 조직 내에서 개인 간의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지 그 노하우에 대해 재미있는 시각으로 얘기해 보려 한다.


이탈리아는 정말 흥미로운 나라이다.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열정적이며, 자신의 생각과 주장을 매우 활발하게 표현한다. 어릴 적부터 대중 앞에서 얘기하거나 발표하여 자신의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기 때문에, 늘 말할 때는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인다. 이런 배경에서 자란 이태리 사람들 사이에서 갈등이나 충돌이 발생했을 때의 상황은 상상만 해도 흥미롭다.


우선, 이탈리아 사람들 사이에서 다툼이 생겼을 때 양보하는 것을 쉽게 볼 수 없다. 충돌, 갈등의 상황이 생기면 (잘잘못을 떠나) 우선 각자의 주장을 강하게 펼친다. 논쟁에서 이기기 위해 목소리 톤을 높이는 것은 다반사다. 예를 들면, 주행 중에 앞에 차가 끼어들려고 하면 쉽게 양보하지 않는다. 창을 열고 뭐라 뭐라 한참을 얘기한다. 욕은 아니지만 뭔 얘기가 그리 많은지 정말 궁금할 정도이다. 끼어드는 사람도 목소리가 높고, 끼어듦을 막는 사람도 목소리가 높다. 전혀 상황을 모른 채, 다투는 장면만을 보면 누가 잘못을 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 


조직 내에서 개인 간의 충돌, 갈등이 생겼을 때도 유사하다. 갈등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이 누구였는지는 개의치 않는다. 갈등의 대상자들은 첨예하게 대립하고 한 치의 양보도 안 한다. 갈등의 대상자들이 파트장 혹은 그룹장레벨이면 상황이 심각해진다. 조직의 효율, 시너지를 만들어내야 할 파트들이 적대적 관계가 되어 조직의 역량, 에너지, 통합된 시너지, 협업체계를 망가뜨리는 상황도 가능하다. 이런 상황을 그대로 두면 조직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크기에, 조직의 자정 역량을 믿고 기다리는 것보다, 사람이 개입하여 중재하는 것이 필요해진다.




자, 그러면 조직 내 개인 간의 갈등을 해소하는 노하우는 무엇일까? 어떤 방법이 최선일까? 


의외로 심플하다. 갈등이나 충돌이 생겼을 때, 갈등 당사자들을 함께 모아서 식사하는 것이 이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이탈리아에서는 음식이 단순한 영양 섭취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탈리아인들은 음식에 대한 열정이 강하며, 요리와 식사를 통한 교류를 중시한다. 음식을 둘러싼 상호 교감은 진정성이 높으며,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누구나 진지해진다. 특히 비슷한 음식 취향을 공유할 때 어느 누구보다도 쉽게 친밀감이 형성된다. 아주 깊은 갈등조차도 맛집에서의 음식, 특히 취향이 같은 음식을 먹으면서 혹은 같이 만들 때 해소의 실마리를 찾게 된다. 동질감이라고 할까? 우리 정서의 지연, 학연과 유사한 동질감을 형성한다고 생각하면 맞을 듯하다. 해소의 실마리를 찾은 후에는 자연스럽게 같은 취향을 나누게 되어 더 친밀하게 다가가게 된다. 어느새 갈등은 해소되고 사라진다. 


갈등이 해소된 이후는 뒤끝도 없다. 다시 갈등관계로 돌아가는 경우가 드물다. 갈등을 해소한 뒤의 개인 간의 관계는 오히려 더욱 두터워진다. 그리고 회복된 관계는 조직에도 선한 영향을 미쳐 에너지를 상승시키고 조직 성과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만들어 낸다. 앞서 얘기한 갈등의 긍정적인 면이 실상에서 그대로 나타나는 것이다.


사업을 영위함에 있어서 갈등은 불가피하다. 갈등을 미리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조건 갈등보다 더 큰 힘을 지니고 있으면 된다. 하지만 갈등이 예고하고 오는 경우는 없다. 따라서, 갈등의 시발점이 되는 불씨를 직접적으로 찾아 그 불씨 앞에서 소통이 능사라는 것. 대비할 것인가, 대응할 것인가. 무조건 대비할 수 있다면 대응할 필요가 없어진다. 갈등에 대한 대비는 그 나라의 문화적 기질을 충분히 겸비한다면 유리한 고지에 서 있는 것이다.  



다음화에는 독일편이 이어집니다.


[ 쿠키 얘기: 이태리에서 음식과 손짓의 의미 ] 

1.      이태리 근무 시절 얘기이다. 매주 월요일 아침에 출근을 할 때 반드시 보게 되는 장면이 있었다. 탕비실에 많은 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에스프레소를 마시며 아침 10시까지 노닥거리는 거였다. 한두 번은 참았으나 매주 월요일이면 계속되는 노닥거리기에 화가 폭발하였다. 총무과에 지시하여 탕비실을 당장 없애라고 했다. 아침 8시에 출근하여 10시까지 2시간 동안이나 탕비실에서 그 많은 직원들이 모여 노닥거리는 모습을 참을 수가 없었다.  


직원들이 월요일 오전에 탕비실에 모여 10시까지 도대체 무슨 얘기들을 하느냐고 물어보았다. 총무과장의 대답은 심플했다. 주말 동안에 먹은 음식, 주말 동안에 만든 음식, 주말 동안에 방문한 식당 얘기, 새로운 음식, 새로운 레시피 등의 얘기를 남녀 할 것 없이 한다는 거였다.  


이태리 인들의 음식 사랑, 음식 예찬의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들은 음식에 관한 한 진정성이 남다르다.  


2.      이태리 사람들의 화려한 손짓은 말만큼이나 중요한 의사소통 수단으로, 때로는 손동작만으로도 충분히 자신의 감정이나 의도를 전달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는 손짓 없는 대화를 상상하기 어렵고, 심지어 이탈리아인의 입을 막으려면 손을 묶어야 한다는 말까지 있을 정도이다. 


이탈리아인들의 손짓과 관련된 몇 가지 흥미로운 점들을 더 살펴보면, 그들의 손동작은 감정의 강도를 표현하는 데 있어 매우 효과적이다. 예를 들어, 기쁨, 화남, 놀람 등 다양한 감정을 손짓 하나로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이런 손동작은 이탈리아 문화의 중요한 부분이며, 언어의 한계를 넘어서는 강력한 의사소통 도구로 작용한다. 이로 인해 이탈리아인들 사이의 대화는 매우 생동감 있고, 감정적으로 풍부해지며, 때로는 이러한 열정적인 손짓이 진심 소통의 열쇠가 되기도 한다. 


이탈리아 사람들의 손짓은 단순한 몸짓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한 이탈리아 군인이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심한 고문을 받았다. 손발이 묶여 극한 상황에서도 그는 이탈리아 사령부의 위치를 끝까지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독일군이 손발의 결박을 풀어주자, 이 장교는 손짓을 사용해 자세한 설명을 시작했다. 손을 사용할 수 없어 고문에도 입을 열지 못했던 그였기에, 손짓의 중요성이 더욱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이 이야기는 이탈리아인들에게 손동작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


밀라노의 몬테 나폴레오네(Via Monte Napoleone) 거리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이곳은 이탈리아 최고의 명품 거리로, 사람들이 종종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다니는 것을 쉽게 발견하곤 한다. 길을 물어보는 이에게 양손에 쇼핑백을 든 이탈리아 여성은 쇼핑백을 내려놓고, 양손을 사용해 친절하고 세밀하게 길을 안내한다. 굳이 쇼핑백을 내려놓고 친절히, 디테일하게 설명을 해주는 이유가 마음에서 우러나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손을 사용하기 위해 그런 것인지 묻고 싶어 진다. 여하튼 이런 상황에서는 감사함과 동시에 그녀의 행동에서 나오는 친근함과 열정에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들은 이탈리아인들의 의사소통 방식이 얼마나 독특하고 풍부 한지를 보여준다. 손짓 하나하나에 감정과 의미가 담겨 있으며, 이는 단순한 말보다 더 많은 것을 전달할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손동작은 단순한 몸짓이 아닌, 강력한 의사소통의 수단이자 문화적 상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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