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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Jun 13. 2024

글쓰기 도전은 진행 중!

글쓰기에 도전하기 위해 브런치 문을 두드린 지 어느덧 5개월. 브런치 시작은 '의지'를 불태웠지만 무난했고 수월했다. 구독자도 빠르게 증가했고 이러한 무난과 수월, 그리고 속도는 내게 가득 차 있던 의지를 당연하게 여기는 자만으로 살짝 기울게 만든 느낌이다. 처음에 1주일 3번 올리며 독자와 약속한 시간까지 정확히 지켜가며 그간의 해외 비즈니스 경험을 글로 표현하는 매력에 흠뻑 빠졌었는데, 놓친 것이 있다면 당시 내 글의 수준을 가늠하지 못한 채 그저 즐겁게만 글을 쓰고 발행했던 것 같다.


5개월이 지난 지금 구독자 600명을 넘었고 주변에서 다소의 부러움을 받던 나는  '쓰니까 느네! 독자들이 내 글을 좋아하네! 내 경험이 아주 도움이 되나봐.' 하며 자아도취에 취한 나를 발견했다. 브런치스토리 메인에 내 글이 올라가고 구독자 급등작가로 소개가 되면서 나는 얻은 것만큼 잃은 것이 많다는 것을 지금 고백한다. 뿌듯함과 자아도취, 자기만족은 더 이상 즐거움이 아니라 느끼기 때문이다.




하루는 이미 올린 글들을 퇴고하듯이 다시 읽었다. 벌써 여러 글들을 올렸기에 앞서 올린 글들을 읽어보면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첫 10개의 글을 다시 읽으면서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글은 서툴고, 무뎌서 예리함이 모자라고, 감성마저 부족하였다. 의견을 제시하는 글은 설득력도 약하였다. 그러니 다시 읽은 글들에는 아쉬움만 가득하였다.    


나의 글에 대해 지나가듯 얘기해 준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너의 글은 소재가 좋아 잘 읽혀. 그런데 너만의 색깔이 강하지 않아. 작가들은 나름대로의 독특한 색깔이 있다고 하는데 너도 너 글의 강한 특색을 갖는 게 좋겠어.” 내가 읽어봐도 아쉬움이 많은데 친구의 시각은 오죽했을까? 색깔이 약한 글이라는 생각에 이르니 마음이 불편해졌다. 색깔이 약하다는 것은 에지가 없거나 부족하다는 의미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글쓰기를 지도해 주시는 교수의 조언도 현실 인식에 큰 도움이 되었다. “다니엘, 음식에는 짠맛, 매운맛, 고소한 맛 등 독특한 맛이 있어야 하고, 그 맛에 깊이가 있어야 찐 음식이라 합니다.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각 글에 색깔 있는 맛이 있어야 하고 그 맛에 깊이가 더해져야 좋은 글이라 합니다. 다니엘도 글에 좀 더 강한 맛을 넣어보세요. 독자는 글의 맛을 느끼고자 합니다.”     


글의 맛이란, 글에서 느낄 수 있는 칼날 같은 예리함을 말한다. 에세이, 칼럼 구분 없이 예리한 에지가 없다면 넋두리나 하소연 혹은 독백을 주저리 늘어놓은 글이 되어버린다. 작가의 명확한 글의 의도가 글 전체의 맥을 이루고, 의지는 단어에서 느껴지며 그 단어의 표현을 엣지있게 해야 한다는 조언에 150% 동의한다. 글의 맛, 에지가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니지만, 글맛을 내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없다면 글은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그러면 글맛은 어떻게 낼 수 있을까? 그 답은 간단하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야 한다. 글쓰기는 하면 할수록 는다. 글맛도 유사하다.사업을 하면서도 사람을 알아갈 때 먼저 들어주고 계속 바라보고 오래 깊이 만나야 그 사람의 진면목을 알게 되는 것처럼 이제 겨우 5개월이지만 글쓰기 역시 많이 읽고 많이 쓰고 거듭 고려하고 열두번도 더 관심갖고 들여다보고 자기에게 어울리는 의복을 갖춰서 세상에 내보내야 나만의 글, 바람직한 글, 정신이 담긴 글, 독자에게 미안하지 않은 글이 되는 것이다. 결국, 글맛을 내기 위해선 많이 읽고, 생각하고, 나에게 맞는 글을 써야 한다.  


에지 다음으로 중요한 부분이 감정표현이다. 같은 내용이라도 감정표현이 풍부하면 글이 더 흥미롭고 의미 전달이 잘 된다. 그런데 이 감정표현도 쉽지 않은 영역이다. 작가의 감성 그리고 독서력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감정표현도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몇 가지 예로 감정 표현의 차이가 어떻게 다른 느낌을 주는지 비교해 보자.    


[사례 1]

표현 A : 감성이 부족한 듯한 나의 글

아침부터 왠지 모르게 마음이 들뜨고 행동도 부산스럽다. 10분이 멀다 하고 시계를 쳐다보고 책상 주위를 왔다 갔다 서성이다 점심시간이 지나도 배고픔도 못 느낀다. 그리곤 시간이 왜 이리 늦게 가냐고 투덜대기까지 한다. 누구든 이 모습을 보면 뭔 일이 생겼음을 짐작하고도 남을 행동들이다. 거참, 무슨 큰일이 생겼다고 이리도 호들갑을 떨고 있는지.. 


표현 B : 감성이 나은 표현

이른 아침부터 눈이 떠지고 마음은 소풍 가는 어린아이마냥 들떠 있다 나이에 이런 기분  오랜만이다. 10분이 멀다 하고 시계를 쳐다보고 괜히 이 책 저 책 들춰보며 느리게 가는 시간에 탓을 돌리기도 하고 그러다 ' 이렇게 시간이 더딘 거야?' 하며 와이프에게 심통도 부린다나이가 들면 어린아이가 된다더니  나이가 벌써 그런 나이인가? 


[사례 2]

표현 A : 감성이 부족한 듯한 나의 글

캐나다에 살고 있는 큰 아이가 오늘 오후에 도착한다. 이번 방문은 약 2년 만이라 비행 중인 딸아이도 설레고 있을 터이고, 딸아이를 기다리는 나도 들뜬상태이다. 비행기 도착시간이 오후 4시 30분인데, 나와 아내는 2시에 공항으로 출발한다. 혹시 비행기가 일찍 도착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와 시간이 남아도 공항에서 기다리는 게 나을 것이란 생각으로 서두른다. 

 

표현 B : 감성이 나은 표현

사실 오늘은 캐나다에 살고 있는 큰딸이 도착하는 날이다. 오후 00시에 인천공항 도착이니, 아이고 무려 6시간이나 남았다. 늘 바쁘다 바쁘다 시간에 쫓겨 사는 내게 시간이 사라진 걸까? 누군가를 간절히 기다리는 것은 일상을 저버릴 정도로 강하게 애틋한 마음인 걸까, 오전 내내 내게 주어진 일은 시간을 재촉하며 마냥 기다리는 것 말고는 아무 할 일이 없다. 


[사례 3]

표현 A : 감성이 부족한 듯한 나의 글

이번 딸아이의 방문은 과거와는 다르다딸아이 옆에 껌딱지 반려견 코디가 붙어서 같이 오고 있다. 캐나다에서 강아지를 데리고 출국할 땐 여러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딸아이의 충분한 준비로 코디의 한국 여행은 문제가 없었던 모양이다. 14시간 40분을 기내에서 갇혀 오는 것이니 무척 힘든 여정으로 걱정도 되지만, 딸아이와 코디의 한국 도착 반응이 궁금하다.


표현 B : 감성이 나은 표현

게다가 눈에 아른거리는 코디도 온다. 코디는 딸아이의 반려견이다. 얼마 전까지 분리불안이 심해 치료까지 받았던 녀석이 15시간가량을 그 좁은 케이지에 갇혀 있을 것을 생각하니 이번엔 가슴이 미어진다. 아직 손주가 없는 나는 공감하지 못했던 단어, 내리사랑. 자식보다 손주가 더 이쁘다더니, 살짝 그 마음의 언저리정도는 느껴진다. 딸아이 못지않게 코디도 너무나 보고 싶다. 얼른 안고 싶고 마구마구 비비고 싶다. 


표현이 다르니 느낌도 확연히 다르다. 글은 이처럼 예민한 장르이다. 쉬운 듯하지만, 무척 어려운 것이 글이다. 평생 말하고 사는 우리의 사고가 혀가 아닌 펜으로 도구만 바뀐 것이 글이라 글은 그저 나의 사고와 삶을 드러내는 말과 같은 것이다. 하지만 혀와 펜이 다른 이유는 혀는 일시적일 수 있지만 글은 영원성을 지닌다. 따라서, 사고와 삶을 드러내는 글에는 지속적인 인풋이 필요하다. 바로 책이다. 그렇게 질서잡힌 사고가 아웃풋으로 드러나는 것이 글인 것이다.




글쓰기는 나에게 큰 도전이다. 글쓰기는 여러 가지 인풋이 많아야 하기에, 글쓰기 완성도를 높여간다는 것은 지적 영역, 지적 역량을 크게 향상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은 부족하지만 더 많은 인풋을 넣어 더 나은 글을 쓰고 싶다. 30년 이상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제대로 된 글쓰기를 해 본 적이 없으니, 이 도전은 어렵지만 나를 한층 더 성숙시킬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글에는 많은 것을 담을 수 있다. 경험, 지식, 의지, 마음, 지혜, 사상 등 나의 삶에서 축적된 것을 담을 수 있다. 나누고자 하는 것을 담고 120세 시대, 반 바퀴를 돌면서 모아둔 것을 글에 담아 기여하고 싶다. 그러려면, 내가 더 알아야 하고, 사고해야 하고, 한계를 넘어야 한다. 그리고 그 마음, 정신이 담긴 글을 써야 한다. 


글쓰기는 시작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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