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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May 30. 2024

우연과 필연의 세계

살면서 여러 우연들을 마주한다. 그런데 우연은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필연인데 우연으로 가장을 하거나, 우연인데 필연으로 둔갑을 하거나… 그래서 우연이 우리 삶에 나타나는 형태를 몇 가지 사례를 통해 보려 한다.

 

첫째, 현실에서 실제 벌어진 경우들,

강도가 주유소를 털려는 순간, 경찰차가 주유하기 위해 도착했다. 이 운명은 강도들에게 우연일까?  좋은 꿈을 꾸어 로또를 사려고 줄을 섰는데, 앞사람이 갑자기 로또를 몽땅 사버렸다. 화가 나서 씩씩거리고 있는데, 바닥에 떨어진 로또 한 장을 발견했다. 나중에 무심코 확인해 보니, 그 복권이 1등에 당첨되었다. 이 떨어진 로또 한 장은 우연일까?


노래방에서 친구들과 놀면서 즐겁게 노래를 불렀는데, 엄청난 가창력을 발휘했다. 친구들의 환호에 힘입어 가수 오디션에 참가했고, 놀랍게도 합격했다. 이 일은 우연일까? 그리고 사업에서 극단적으로 좋은 성과와 극단적으로 안 좋은 성과는 우연일까?


세균학자 알렉산더 플레밍은 휴가를 다녀온 후 깜빡하고 씻지 않은 배양 접시에서 푸른곰팡이가 자란 것을 발견했다. 놀랍게도 푸른곰팡이 주변에는 세균이 자라지 못했고, 이 우연한 발견은 항생제 페니실린 개발로 이어져 수많은 생명을 구했다. 2023년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서 한 남성이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아기를 구출하는 영상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평범한 시민이었던 그는 순식간에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고, 그의 용감한 행동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희망전도사로 퍼졌다. 이들의 선택은 우연일까? 


둘째, 가상이지만 충분히 가능한 경우

꿈을 꿨는데 현실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우연일까? 로또에 100% 당첨될 확률은 우연일까? 로또 100% 당첨될 확률은 로또 번호 조합을 다 구매하면 된다. 로또번호조합을 구매하는 돈 보다 상금이 크기에, 마음만 먹으면 적게 돈을 투자하고 그 이상 벌 수 있다. 로또 당첨은 우연을 기대할 수 있지만, 이론적으로 당첨될 수 있는 것이다. 몇 장을 구매하여 당첨이 된다면 당첨될 운명이다. 특정 영역의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는 방법은 경쟁이 될 만한 회사를 다 구매하여 처분하면 된다. 퍼포먼스 공연 난타가 오랜 기간 동안 독점하여 운영될 수 있었던 이유도 새로 등장하는 극단을 사서 문을 닫아 버렸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면 난타가 장수하는 것은 우연일까?  




셋째, 영화 속 가상에서 

영화 '세렌디피티'는 우연이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낭만적인 세계관을 보여준다. 주인공 조나단과 사라는 우연히 만나 서로에게 강하게 끌리지만, 사라는 운명적인 사랑을 연락처를 교환하는 대신, 5달러 지폐에 자신의 이름과 연락처를 적어 책 속에 끼워 넣고, 조나단은 자신의 연락처를 책에 적어 헌책방에 판다. 그리고 서로가 운명이라면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믿으며 헤어진다.


몇 년 후, 각자 다른 연인과 결혼을 앞둔 두 사람은 운명처럼 다시 만날 수 있는 여러 우연의 기회를 마주한다. 조나단은 헌책방에서 사라의 흔적을 찾고, 사라는 5달러 지폐를 찾기 위해 뉴욕으로 향한다. 두 사람은 서로를 찾기 위해 노력하며, 우연히 마주칠 뻔한 순간들을 놓치기도 한다. 결국, 두 사람은 운명처럼 다시 만나게 되고, 이러한 우연들이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운명의 힌트라고 말하며,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


이 영화 '세렌디피티'는 우연을 통해 운명적인 사랑을 찾아가는 과정을 통해, 삶에서 예상치 못한 우연이 가져다주는 설렘과 기적을 얘기하는데 이 모든 것이 우연일까?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유학 중인 준세이와 아오이의 운명적인 사랑에 대한 내용이다. 피렌체에서 서로 사랑하지만 각자의 꿈과 현실적인 문제로 인해 헤어지게 되고, 10년 후 두오모 성당에서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다. 10년 동안 각자의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은 서로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며 재회를 꿈꾼다. 우연으로 맺어진 운명적인 사랑, 재회, 기다림, 꿈과 현실 사이의 갈등 등에 대해 얘기하는데 이들의 만남도 우연으로만 볼 것인가? 




위에서 나열한 여러 사례들은 맥락이 다르지만 나는 사례들의 질문에 이렇게 답을 한다. 인생에서 나타나는 모든 우연들은 필연이다. 난 필연에 무게를 두는 사람이다. 내가 그 우연에 가까이 있는 것은 그렇게 되기 위해 전초가 있었기 때문이다. 인지 못하더라도 나의 생각, 잠재의식, 인식, 바람, 행위의 결과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는 생각이다. 


주유소 강도의 행위는 경찰을 만날 필연이고, 푸른곰팡이 발견은 플레밍이 배양 접시를 놔둔 필연이고 티르키에 그 남성의 무의식적, 반사적 행동은 아기를 구출할 필연이다. 영화 세렌디피티, 냉정과 열정사이에서 전개된 우연도 만날 수밖에 없는 운명, 필연에 엮여서 가능한 것이었지 우연으로 된 것이 아니라고 본다.

필연이 그 순간, 그 자리에서 일어나느냐 아니냐는 운명이다. 단, 구체적 결과로 일어날 운명은 필연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우연의 일치들의 합은 확실성과 같다’고 했다. 일어날 일들이 우연이라고 표현이 된 것이고 결과적 시점에서 우연이라는 단어를 선택한 것이다. 마치 활을 쏜 뒤에 과녁을 옮겨 중앙에 맞추는 것과 유사하다. 꿈을 꾼 내용과 유사한 일이 다음날 일어난 것은 일치 혹은 유사한 것만 기억하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꿈은 망각하기 때문에 기억을 못 할 뿐이니 꿈이 우연히 현실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라 현실의 현상에 꿈을 끼워 맞추었다고 표현하는 것이 맞을 듯하다.   




한 회사에서 오랜 기간 다니고, 시작부터 장점을 살 릴 수 있는 역할을 맡고, 꾸준히 성장, 승진하여 최고경영자까지 경험한 것은 운이 좋아서 주어진 우연일까? 운칠기삼, 연구운일이라고 했는데 나의 성장은 우연히도 내게 온 기회 때문일까? 성장의 길목에서 겪었던 어려운 시간들은 더 성장하기 위해 우연히 생긴 도전들이었을까? 퇴임을 하고 다음 여정을 위해 글을 쓰고 학위 공부를 하는 것이 우연히 다가온 기회일까? 


아닐 것이다. 이미 갈구하고, 목적하고, 잠재의식 속에 심어 두고, 완성되는 모습을 그려 두었기 때문에 운명으로 가까이 오는 필연이라 생각한다. 우주의 기운도 갈구할 때 답을 한다고 한다. 그냥 툭, 떨어지거나, 주어지는 것이 아니고 갈구하고, 생각하고, 상상하고, 믿을 때 주어지는 운명, 필연이라 생각한다.


지금 내가 목적하고 갈구하는 것도 마치 정해진 운명처럼 필연으로 올 것이다. 나는 내게로 오는 모든 것을 우연으로 돌려세우지 않으련다. 지금의 모양새가 어떻든 간에 과거의 내가 누적되어 필연으로 온 것이니, 미래의 좋은 필연을 위해 나는 오늘을 살련다. 더 도전하여 가까운 미래에 만날 더 완성된 필연의 증거들을 남기련다. 만일 단 한 사람이 자기 본능 위에 반석처럼 몸을 세우고 단단히 거기에서 지키고 있으면, 이 거대한 세계가 도리어 자기편으로 향하여 오리라(주1). 나 역시 나의 반석 위에 제대로 앉아 거대한 세상이 내게로 가져오는 모든 것들을 이뤄내리라. 지나온 반세기의 인생을 딛고 남은 반세기의 인생을 그렇게 이미 내 자리였음을 증명하리라.   



(주 1) 랄프왈도에머슨(Ralph Waldo Emerson), 수상록, 2013, 나래북


[ 쿠키 내용 ]

우연/필연의 세계를 보여주는 재미있는 사례들

1. 감자칩의 탄생: 1853년, 한 식당 손님이 감자튀김이 너무 두껍다고 불평하자, 요리사 조지 크럼은 감자를 종잇장처럼 얇게 썰어 튀겼다. 이렇게 탄생한 감자칩은 바삭하고 짭짤한 맛으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간식이 되었다.

2. 벨크로(찍찍이)의 발명: 스위스의 엔지니어 조르주 드 메스트랄은 산책 중 자신의 옷과 개의 털에 도꼬마리가 달라붙는 것을 보고 벨크로를 발명했다. 도꼬마리의 갈고리 모양에서 영감을 얻은 벨크로는 오늘날 신발, 가방, 의류 등 다양한 곳에 사용되고 있다.

3. 포스트잇의 탄생: 3M 연구원 스펜서 실버는 강력 접착제를 개발하려다 실패하고 접착력이 약한 접착제를 만들었다. 하지만 이 접착제는 종이에 붙였다 떼어도 끈적임이 남지 않아 책갈피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이렇게 탄생한 포스트잇은 메모, 정리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며 사무실 필수품이 되었다.

4. 엑스레이의 발견: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은 음극선 실험 중 우연히 눈에 보이지 않는 광선이 사진 건판을 감광시키는 것을 발견했다. 이 광선은 뼈를 투과하여 촬영할 수 있었고, 이후 의료 분야에서 혁신적인 진단 도구인 엑스레이로 활용되고 있다.

5. 초콜릿 칩 쿠키의 발명: 1930년대, 미국 한 제과점 주인 루스 웨이크필드는 초콜릿 쿠키를 만들려다 초콜릿이 떨어져 잘게 부순 초콜릿 바를 넣었다. 초콜릿 바는 녹지 않고 쿠키 반죽에 박혀 독특한 식감과 맛을 선사했고, 이것이 초콜릿 칩 쿠키의 시초가 되었다.

6. 3M 스카치테이프의 발명: 3M 엔지니어 리처드 드루는 자동차 도장 작업 중 페인트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접착력이 약한 테이프를 개발했다. 이 테이프는 끈적임이 남지 않아 다양한 용도로 활용되었고,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스카치테이프의 시초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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