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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May 23. 2024

조직에서의 인간관계.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원만할까?

緣九運一


조직생활의 가장 어려움은 뭘까? 아마도 인간관계가 아니까 한다. 오죽 했으면 다들 이직의 이유가 '사람'때문이라고 할까? 인간관계에 대해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다. 누구나 가슴 한켠에 사람으로 인한 슬픔, 원망, 그리움, 사랑.... 우리의 가슴을 울리는 모든 감정들의 대다수가 사실 '사람'때문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상사와의 갈등, 동료와의 불화, 후배들과의 마찰 그리고 변화된 근무 환경과 문화로 인한 소통의 부재, 교감과 공감의 부재로 기인한 건조한 관계가 만드는 어려움은 정도도 깊고 지속 시간이 길다. 문제는 이 무형의 어려움이 유형의 결과를 만들어 낸다는 것이다. 어떤 이는 승진에서 밀리고, 어떤 이는 보직에서 이탈하고, 어떤 이는 좌천되어 한직으로 가게 된다. 이 결과는 연쇄 반응을 일으켜 중요 관계에서 멀어지고 주요 기회에서 제외되고 급기야는 급여도 하락하는 상황에 처해진다.




관계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진 경우, 어떻게 극복하는지 혹은 어떻게 상황 반전이 되는지를 몇 가지 사례(임원중심)를 통해 살펴보고자 한다. 


첫 번째 경우, 무척 어려운 상황에 봉착했지만 그래도 선택한 조직에서, 추구하는 목표를 지켜내기 위해 인내하고 절치부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어려움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재충전하는 계기로 활용하는 경우이다. 이들은 ‘치러야 하는 대가는 먼저 치른다’, ‘고통은 당겨 사용한다’는 생각으로 지금의 어려움, 고통은 내가 치러야 할 총량에서 미리 당겨서 계산서를 치른다는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고 있다. 이들의 경우 자신의 고통을 딱딱한 침상, 야전침대로 삼는 격이다. 다소 불편하지만 자야만 하니까 자는 것이다. 


관계로 인한 갈등으로 어떤 결과에 노출되더라도 기꺼이 받아들이고 때를 기다리면서 자신을 다스린다. 이 정도 마인드를 가진 인력은 이미 검증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멀지 않은 시간 안에 리더십이 바뀌거나 혹은 갈등의 정도가 약해지면, 자연스레 복귀할 기회를 갖고 그간 절치부심하면서 쌓은 지혜로 더 훌륭히 나아가게 된다.      

      

두 번째 경우, 그동안 조직의 중심에 있었고 선후배, 동료들과의 관계를 잘했기에 비록 특정 경영자_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경영자_와의 갈등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져도 네트워크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하여 굳건히 받쳐준다. 다만, 승진 누락/지연이라는 결과가 갈등 축소의 담보가 되기도 한다. 갈등을 무마하거나, 갈등 정도를 누그러뜨리기 위해 어느 정도의 희생은 불가피한 것이다. 중요한 것은 갈등에 있는 경영자의 계속되는 끌어내리기 시도가 있어도 그동안 네트워크가 잘 형성되어 있었다면 이 힘은 작용한다. 외부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모두 보이지 않게 쌓아온 것들의 결과다. 그동안 쌓아왔던 명성자본은 위기에서 나를 구해주는 기업가에게 반드시 필요한 자본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 경우, 무지의 이면인 오만으로 인한 관계 어려움은 타격이 크다. 경영층의 직접적인 지원과 배려를 받는 것은 본인의 실력이라 생각하고 거침없이 내딛는다. 일명 동아줄 행보이다. 그러나 동아줄 행보가 주변과의 관계를 힘들게 하는 경우, 곧 그 결과가 나타난다. 주변과 교감되지 못하는 동아줄 행보는 리스크를 같이 동반하기에 팽 당할 가능성이 있고 그 이후는 조직에서 팩을 당하게 된다. 나를 중심으로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이 필요한 경우이다.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파악하여 사례 1의 경우처럼, 스스로 일어선다면 큰 신뢰를 줘, 관계가 이어지고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하나, 문제의 원인을 알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스스로 일어서지 못하면 기억에서 사라지는 존재로 전락하고 회복 불능 상태에 빠진다. 잘 나가던 시절만 생각하고 연민에 빠져 헤어나질 못한다.   


넷째 경우, 관계의 어려움을 극복 못하는 경우이다. 자의반타의반으로 물러나는 형식을 취한다. 특히 자존심에 상처를 받은 경우, 스스로 물러나는 확률이 높다.   

         

어느 사례가 나의 사례인지 생각해 보자. 관계에 시련이 왔을 때 나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겠는가? 나의 시련 상황을 인정, 밑바닥을 보려 하거나 겉을 덮고 있는 오만을 드러내고 시련의 본질을 찾으려는 노력을 하겠는가? 아니면 시련 상황 탓과 어려운 관계를 만든 자 탓만 할 것인가? 




관계의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은 나를 낮추지 못함이다. 특정인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에 봉착하는 것은 더더욱 나의 문제이다. 그 특정인과 다른 사람들의 관계, 나와 특정인을 제외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면, 특정인과의 관계 문제는 나의 문제임이 금방 드러난다. 다른 사람들은 그 사람과 문제가 없는데 왜 나는 문제가 있는가? 나는 다른 사람들과 문제가 없는데 왜 그 특정인과는 문제가 있는가? 공통부분에 내가 있다. 내가 문제의 공통부분인 것이다. 이렇게 나의 탓으로 돌리는 관점에 대해 자기비하로 치부될 수도 있으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은 오로지 나밖에 없으니 나를 들여다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또한, 나와 맞물려 톱니바퀴처럼 돌아가는 것이 관계이니 내가 변하면 상대도 변하게 되기에 나를 먼저 변화시키는 것이 우선이라 여긴다. 


나는 한 경영자와의 관계 문제로 인해 약 4년간을 고생한 적이 있다. 승진에서 밀리고, 공식 자리에서 불편한 대우를 받고 지속되는 간접 퇴임 종용에 여간 힘든 상황이 아니었다. 그러나 이 힘든 시간들은 내가 나를 볼 수 있는 틀을 만들어 주었고 나에 대해 생각게 하는 진중한 틈을 주었다.  나를 들여다 보고, 나에 대해 생각하면서 깨달은 바가 여럿 되었다. 


첫째, 다행히도 네트워크의 보이지 않는 힘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승진의 속도는 늦었지만 꾸준히 나아갈 수 있었고 해외 현지 영업&마케팅의 수장까지 될 수 있었다. 이는 그동안 내가 쌓아 올린 네트워크가 충분히 가치 로운 것임을 알 수 있었다.  둘째, 소홀함이 있었던 부분을 알게 되었고 더 공부하고 실력을 갖출 수 있었다. 그 경영자 덕택에 내가 몰랐던 나의 부족한 영역을 알게 되어 개선할 수 있었던 것이다. 셋째, 그 경영자와의 갈등은 결국 나의 오만함, 나를 낮추지 못함 때문이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워런 버핏은 썰물일 때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는지 금방 드러난다고 했다. 결국, 내게 썰물이 밀려들었을 때, 그동안 내가 쌓은 네트워크가 빈 껍질인지 아님을 알 수 있었고, 내가 안다고 자부했던 것에 허점이 많음을 알 수 있었고, 내가 떠든 것이 턱없이 모자란 무지의 노출, 오만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사람과의 관계 문제는 쉬운 것이 아니다. 특히 조직에서의 사람 관계는 더 어렵다. 기본적으로 어려운 과제인데 이를 쉽게 풀어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끙끙대는 사람이 있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관계 문제의 시작은 나에게 있고 나의 마음 크기에 있다는 것이다. 관계에 어려움을 느낄 때, 내 마음 크기를 재어보자. 조직에서 벗어나도 관계는 벗어날 수 없으니 내 마음 크기를 재어 보자. 스스로 크기가 작다고 생각하면 (나이가 들수록) 더 키워야 할 것이다.     



물줄기의 상류는 좁다. 하류로 내려갈수록 물길은 넓고 물량은 많아진다. 내가 낮춘다고 근본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기준 이상을 갖춘 사람, 마음 크기를 가진 사람은 기준 이하로 내려갈 수 없다. 나를 낮추어 물길을 크게 하고 더 큰 물을 받아낼 수 있다면 관계는 넉넉하게 이어진다. 관계가 넉넉해지면 조직에서도 개인 사생활에서도 따라오는 이득이 많다. 다른 글에서 ‘인생사는 緣九運一이다’라는 표현도 했었다. 


나이가 들수록 건강관리, 자산관리, 관계 관리를 해야 한다고 한다. 특히 관계 관리가 안되면 건강도, 자신도 잃기 쉽다고 한다. 우리는 관계를 떠나 홀로 있을 수 없는 존재 아닌가? 관계의 양을 떠나 관계하는 사람, 관계해야만 하는 사람이 있다면 관계의 넉넉함을 가져가야 하지 않을까? (관계의 양을 떠나) 관계의 넉넉함이 있다면 조직에서도 상하좌우로부터 도움을 넉넉히 받을 것이고, 그 도움은 성장에 속도를 붙일 것이고, 성장은 긍정의 에너지를 만들 것이고, 에너지는 건강한 영향을 미칠 것이고, 건강한 영향은 관계를 더 돈독히 할 것이니 많은 것을 만들어 내지 않을까? 넉넉한 관계를 통해서 자산도 만들어지니 말이다. 


지금 조직에 있다면 넉넉한 관계를 만들도록 해보길 권한다. 나를 낮추어도 내가 낮아지는 것이 아니니 나를 낮추고 마음 크기를 키워 (양에 상관없이) 넉넉한 관계를 만들어 봄이 어떨까? 넉넉한 관계는 은퇴 후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관계의 넉넉함. 아마도 그 기본에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 있을 것이다. 물론, 지각있는 사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사랑하지 말아야 할 사람, 사랑을 줄 자격이 없는 사람을 걸러내는 것도 현명한 처사일 것이다. 사랑하고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판단하고 사랑하는 현명함, 그리고 릴케가 말한 이 명제.  사랑이란, 자기 내부에 그 어떤 세계를 다른 사람을 위해 만들어 가는 숭고한 계기, 자기 자신을 보다 넓은 세계로 이끄는 용기라는 사실을 가슴 깊이 새긴다면 우리의 관계는 넉넉함으로 향하지 않을까. (주1)


(주1)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2003, 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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