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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노아 May 09. 2024

모델을 해 보라고?

도전자들의 이야기

아침 고요 시간, 7시. 좀처럼 전화 올 일이 없는 시간인데 오늘 아침 전화벨 소리는 유달리 크고 시끄럽게 들렸다. 나의 최애 시간을 방해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무슨 급한 일이 있길래 아침 일찍부터 전화를 할까 생각하면서 전화기를 들었다.   


“ 행님, 뭐 하십니까? 내가 누군지 알겠습니까? 요즘 너무 바쁜 거 아입니까? 쉬면서 다음 일을 준비하라고 회사가 준 시간인데 현업 때보다 더 바쁘게 사는 거 같심더 ! “


잘 알고 지내고 있는 후배 종석의 콸콸한 목소리였다. 이 친구는 회사 다닐 때부터 마당발이었고 사내외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은 경계선을 그을 수 없을 정도로 다양했다. 특히 연예계 엔터 회사의 사람들도 여럿 알았는데 공개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들의 숨은 비화들도 많이 알고 있었다. 이 후배의 외향적 특성, 기질 때문에 언젠가는 연예 관련 산업분야에서 일을 하게 될 것으로 예상을 했었다. 일도 잘하고 성격이 좋아 임원 진급을 동기들보다 빨리 했다. 승승장구하던 후배는 어느 날 돌연, 회사를 관두고 연예 매니지먼트 회사를 설립을 하였다. 나보다 5년 일찍 대기업을 나와서 본인의 특성에 맞는 개인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아직까지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회사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아침 7시, 독서 모임을 마친 이 시간이 제일 조용하고 집중하기 좋다. 이 시간에 책도 읽고 글도 쓰고, 하루의 일정도 정리한다. 이 차분한 시간의 고요함을 깨기 위해 전화벨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던 것이다. 한국에 돌아온 지 4개월이 지났지만 이 후배와는 연락을 못하고 있었는데 이렇게 예고도 없이 연락을 해 온 것이다. 


예상치 못한 후배의 전화였지만 워낙에 독특한 목소리와 톤이라 종석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가 있었다. 반가운 인사와 덕담을 나눈 뒤, 아침에 급한 일이 있어서 전화를 한 것인지 물었다. 그러자 후배는 뜬금없는 제안을 했다. 


“ 행님, 혹시 시니어 모델이라고 들어 봤습니까?”


시니어모델? 나보고 모델하라고?”


“남들은 못해서 안달인데! 50대, 60대 퇴임한 분들이 활동을 많이 하시는데 행님도 한번 해 보시는 게 어떠시겠습니까? ”   

옛날부터 나를 잘 알던 터라, 한번 해봐도 될 것 같다는 판단을 했는지 진지하게 제안을 했다. 그야말로 뜬금없는 제안이라 말이 안 되는 얘기라고 답을 했다. 에너지가 충만한 후배는 한참 동안 시니어 모델에 대해 장황한 설명을 이어갔다. 그런데 얘기를 이어가다 보니 나의 반응이 점점 달라지고 있었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에서 ‘한번 해봐도 되겠네’로 속마음이 움직이고 있었다.


후배가 말하는 사이사이 나는 나도 모르게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 “이런 체격 조건으로 가능하겠냐? “, “개성 없는 얼굴인데 어필이 되겠냐?”, “쟁쟁한 사람들이나 하지 내가 되겠냐?” 등등, 가능성에 대해 확답을 받고 싶어 하는 질문들을 하고 있었다. 거참… 가타부타 답을 하지 않은 채, 연락을 줘서 고맙다는 인사와 좋은 제안에 대해 생각을 해보겠다는 답으로 통화를 마쳤다.




느닷없는 소리였지만 이상하게 한참 나를 생각하게 했다. 도대체 어떤 인연이지? 이 순간에 이런 제안의 의미가 뭐지? 나를 어디로 끌고 가려는 기운이지? 그냥 에피소드로 넘겨도 될 듯했지만 인생, 인연, 기운까지 연결해 가며 나는 계속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아침 고요시간의 정적을 깨고 시니어모델을 검색하게 되었다. 


우선 어떤 인물들이 시니어 모델로 활동을 하는지 찾아봤다. 약 50% 비중이 액티브 시니어 연령대(50세 ~ 64세)이고 실버 연령대(65세 이상)도 약 50% 비중이다. 제일 많은 연령대는 64세 ~ 66세로 중후함이 묻어나는 시니어 모델들이 주력으로 활동하고 있다. 기업 임원 출신과 전문직을 갖고 있는 모델들이 많았고 석사 학위 소지자도 많다. 


120세 시대에 접어들면서 시니어 라이프스타일의 변화가 시니어 모델 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듯하다. 뉴 시니어_액티브 시니어는 건강한 신체를 바탕으로 등산, 골프, 테니스 등 다양한 스포츠를 즐기기도 하며 자신만의 패션 코드를 갖고 외적인 젊음을 추구하는 데도 적극적이다. 이들은 건강하고 아름답게 늙기 위한 ‘웰에이징(well aging)’을 추구한다. '액티브 시니어'로 불리는 젊은 5070세대가 패션에 민감한 2030 세대 다음으로 패션계의 큰손이 되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이전처럼 중. 장년, 노년 등 시니어세대가 자식에게 재산을 전부 물려주고 사회적으로 뒤로 빠지는 것이 아닌, 은퇴 후 경제력을 갖추고 능동적으로 소비, 여가생활을 향유하며 사회활동에도 적극 나서는 '액티브 시니어'로 변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1955년부터 1963년 사이 태어난 베이비붐세대의 본격적인 은퇴가 이어지면서 시니어 층을 정의하는 범위를 기존 50~60대에서 70~80대까지 확대해도 무방 할 듯하다. 이들 세대는 외부활동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패션에 관심을 두게 되고, 이 같은 흐름은 소비를 촉진시키고 시장에 트렌드로 신호를 보내게 된다. 


트렌드, 라이프 스타일 변화에 민감한 패션계는 이미 이 시장을 주목하고 있었던 듯하다. 패션 기업들은 이 소비 여력이 있는 액티브 시니어 계층을 직접적인 소비 주체로 인식을 한 듯하고 세밀한 분석을 바탕으로 제품 및 서비스 구매를 유도하기 위해 전략을 수정, 시니어 모델들을 적극 활용하는 것 같다.


시니어의 소비를 타깃 한 패션 기업의 제품이 증가하고 있기에, 시니어 모델 수요 증가는 자연스러운 현상인 듯하다. 아울러 액티브시니어 연령층의 시니어 모델 진출도 충분조건이 된 듯하다. 얼마 전에 배우 윤여정이 모델인 지그재그 광고를 봤다. 거부감이 없이 무척 편안하게 와닿았다. 


후배의 제안에 대해 좀 더 생각을 해보기로 했다. 뜬금없다 생각도 했지만 이렇게 기억해 주는 후배가 고맙다. 120세 시대, 반환점을 돌아가는 시점이 지나온 60보다 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으니 준비를 하고 계속 도전을 하자고 얘기하고 있는 나로서는, 할 수 있는 영역이 다양함에 도전 의욕이 더 생긴다. 전업으로 할 것은 아니지만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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