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의 향기: 한시(韓詩)로 읽는 역사와 인물 (9)
동방의 향기:
한시(韓詩)로 읽는 역사와 인물 (9)
이 노래를 다른 사람에게 전할 수 없으니...
< 月光山吟 (월광산음) >
-- “달빛 어린 산의 노래”
滿庭月色無烟燭 (만정월색무연촉)
뜰에 가득한 달빛은 연기 없는 촛불이요
入座山光不速賓 (입좌산광불속빈)
자리에 드는 산 빛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일세.
更有松絃彈譜外 (갱유송현탄보외)
게다가 소나무 현이 있어 악보 밖의 노래를 연주하나니
只堪珍重未傳人 (지감진중미전인)
다만 진귀하게 여길 뿐 다른 사람에겐 전할 순 없다네.
뜰 안에 달빛이 가득하다. 한줄기 연기도 없이 이토록 환하니 달빛은 연기 없는 촛불인가보다. 따로 부르지도 않았건만 달빛을 받은 주위의 산들이 손님들처럼 집 둘레에 의연히 앉아있다. 소나무 숲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 상쾌하기 그지없다. 인간의 재주를 뛰어 넘는 천상의 노래 가락이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이 진귀한 음악을 전해줄 수도 없고, 함께 들을 이도 없음이로다. 산 속에서 홀로 사는 은둔자가 달과 산, 그리고 바람이 만들어 내는 대자연의 합창을 들으며 유유자적하는 심경을 묘사한 아름다운 서정시다. 달빛은 연기없는 촛불이고, 산 빛은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요, 송풍은 천상의 현악곡이라는 비유가 너무 절묘하다. 이런 구절은 아무나 뽑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시인의 생활철학이 묻어나야만 가능하다. 이 시의 작자는 실제로 그러한 삶을 사신 분이다.
성재(惺齋) 최충(崔沖, 984-1068)은 고려 전기 성종 3년(984년)에 태어나 문종 22년(1068년)에 돌아가신 고려의 대학자이자, 문신, 교육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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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필자는 산 속에서 바라보는 달이란 의미를 강조하여 <월광산음(月光山吟)>이란 시제(詩題)를 붙여 보았다. “달빛 어린 산의 노래”란 뜻으로...
달빛은 연기 없는 촛불이오
산 빛은 초대하지 않은 손님일세
표지 사진: 허봉(虛峰) 길재성(吉在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