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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천산우옹 Feb 08. 2023

누구와 더불어  
나라 걱정을 나누리오?

동방의 향기: 한시(韓詩)로 읽는 역사와 인물 (8)

동방의 향기:

한시(韓詩)로 읽는 역사와 인물 (8)


누구와 더불어 나라 걱정을 나누리오?
    

 < 西京夜吟 (서경야음) >  

     --- “서경 달 밝은 밤에     

 

孤鶴寵衛軒 (고학총위헌)

  한 마리 학은 의공의 수레에 올라 사랑을 받고

 雙鳶入毛論 (쌍연입모론)

  한 쌍의 솔개는 모론(毛論)에 들어 있으니

 秋風無限恨 (추풍무한한)

  가을바람에 장부의 시름은 한이 없는데

 不能共一遵 (불능공일준)

  더불어 술 한잔 나눌 사람도 없구나      



  을밀대(乙密臺)에 올랐다. 속전(俗傳)에 을지문덕 장군의 아들인 을밀(乙密)이 세웠다는 이 누각에서 서경(西京)을 내려다보면 크고 작은 구릉사이로 대동강과 보통강이 굽이굽이 흘러가고, 그 중간에 한 떨기 꽃봉오리인 양 모란봉이 다소곳이 솟아있다. 서경은 역시 아름다운 곳이다. 명불허전(名不虛傳)이로다.

  환갑도 훌쩍 넘은 나이지만 서경 유수(留守) 겸 서북면 행영도통사(行營都統使)로 부임받아왔다. 거란의 재침을 대비하라는 어명이다. 이 나이면 관직에서 물러나 손주들 재롱이나 보며 쉴 나이인데 국운이 위태롭고, 왕명이 지엄하니 어찌 한가히 물러서 쉴 수 있단 말인가? 지난해 거란(契丹)의 대군이 침공하여 개경까지 휩쓸고 지나갔다. 일단 주상 전하께서 거란 조정에 친조(親朝)하여 항복하겠다는 조건으로 철군시켰다. 그러나 거란은 왕의 입조를 거듭 요구하며 다시 침공할 태세이다. 서둘러 성벽도 보수하고, 장병들도 훈련시켜야 한다. 그러나 이 긴박한 상황 속에서도 궁중 내부 권력 다툼에 혈안이 되어 있는 조정 신료들을 바라보노라면 답답한 마음 금할 길 없다. 개경에서 불과 삼 백여리. 그러나 이곳 변방에는 흉금을 털어놓고 나라 걱정을 나눌 술친구도 한 명 없다. 문득 거란의 제2차 침입 때 전장을 누비며 불호령을 내리던 강조(康兆) 장군의 기백이 떠오른다. 수나라 대군을 무찔렀다던 을지문덕 장군의 고사도 생각난다. 과연 나도 그럴 수 있을까? 나뭇가지에 찬바람 스치는 소리가 스산하다. 깊어가는 가을밤, 시나브로 서경의 절경이 쓸쓸하게 느껴진다.

   

  이 시는 강감찬(姜邯贊, 948-1031) 장군의 유일한 유고(遺稿)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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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 출간 협의를 위해 본 시화(詩話)의 컨텐츠를 

별도 보관한 베타 버전(Beta Version)으로 만들었습니다.

문의사항이 있으신 분은 

저자의 이메일(solonga21@gmail.com)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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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에서 보듯이 그 분의 안빈낙도하는 인생관이 담긴 서정적인 글이 담겨 있었을 텐데 전해 내려오지 않아서 아쉽다.


< 西京夜吟 (서경야음) >           강감찬 유필(遺筆)



글씨: 허봉(虛峰) 길재성(吉在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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