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나를 찾는 질문들

by 조가

1장. 나는 왜 나를 모를까

나는 왜 나를 모르는 걸까.

어릴 적에는 단순했다.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이 곧 나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단순하지 않았다. 거울 속 얼굴은 늘 같지만, 마음은 매일 달라졌다. 하루는 용기 있고, 하루는 소심했으며, 어떤 날은 환히 빛났지만 또 다른 날은 텅 비어 있었다. 이 변화무쌍한 내가 과연 하나의 사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사람들은 흔히 말한다.

“너 자신을 믿어.”

“너만의 길을 가.”

“너는 너잖아.”

하지만 그런 말들이 나에게는 공허했다. 왜냐하면 나는 정작 ‘나’가 누구인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나를 모른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정직한 상태다. 자기 자신에 대해 확신만 가득한 사람보다, 끊임없이 질문하는 사람이 더 깊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답을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살아가는 동안 놓지 말아야 할 질문이다.

혼란은 정체의 증거가 아니라 변화의 시작이다. 내가 나를 모른다고 느끼는 순간, 오히려 진짜 나와 가까워진다.

당신은 자신을 알고 있다고 믿는가, 아니면 나처럼 여전히 자신을 찾아가고 있는 중인가?


2장. 나는 타인 안에서 살아간다

나는 혼자 있을 때보다, 타인과 함께 있을 때 더 분명해진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라는 존재는 나 혼자일 때보다 누군가 앞에 섰을 때 더 또렷해진다. 그의 말투를 따라 하고, 그의 기분에 흔들리고, 그의 눈치를 보며 나는 내가 누구인지 드러낸다. 그렇다면 내가 느끼는 ‘나’는 진짜 나일까, 아니면 타인의 반사광일 뿐일까?

우리는 자아를 오롯이 자기 안에서 만든다고 믿지만, 실은 타인의 시선 속에서 자라왔다.

“넌 참 착하구나.”

“넌 왜 그렇게 예민해?”

“넌 원래 그런 애잖아.”

이런 말들은 처음엔 단순한 의견이었지만, 어느 순간 정체성처럼 들러붙었다. 나는 그 말들에 맞춰 나를 연기했고, 결국 타인의 기대에 스스로를 가두었다.

나는 종종 다른 사람의 기분에 너무 쉽게 휘둘린다. 그가 화가 나 있으면 내가 불안해지고, 그가 우울해 보이면 내가 뭔가 잘못했나 자책한다. 심지어 그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도 나는 스스로 해석하고 반성한다. 이건 공감이 아니라 자기 소멸이다.

타인은 나의 거울이다. 그러나 나는 거울이 아니다. 거울 속 비친 모습이 전부는 아니다. 거울의 얼룩에 불안해하거나, 거울이 나를 예쁘게 비추지 않는다고 내가 가치 없는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관계 안에서도 나는 ‘나’여야 한다. 타인의 기대 속에서만 살아가는 나가 아니라, 내 감정과 내 선택을 존중하는 나여야 한다. 관계는 나를 사라지게 만드는 틀이 아니라, 오히려 나를 드러내는 장이 되어야 한다.

나는 타인 안에서 살아왔다. 하지만 이제는 타인과 함께, 나로 살아가고 싶다.


3장. 감정은 나의 언어다

나는 말을 잘하지 못한다. 특히 내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을 때는 더더욱 그렇다. 속은 복잡한데, 말은 막히고, 말이 막히니 감정은 더 엉킨다. 그래서 늘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는 지금 뭘 느끼고 있는 거지?”

생각해 보면 내가 세상과 처음으로 소통한 건 언어가 아니라 감정이었다. 말을 배우기 전부터 나는 울고, 웃고, 떨고, 외면했다. 그것이 내가 세상에 남긴 첫 번째 흔적이었다. 감정은 나의 첫 번째 언어였다.

하지만 자라면서 사람들은 말했다.

“울지 마.”

“화를 참아.”

“그렇게 예민하면 안 돼.”

그 말들을 들으며 나는 감정을 억눌렀다. 감정은 부끄럽고, 감춰야 하고, 이겨내야 할 것이 되어버렸다.

그러나 몸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목이 메고, 가슴이 조이고, 속이 울렁거리는 순간 나는 깨닫는다. “나는 분명히 느끼고 있구나.” 감정은 내가 나에게 전하는 가장 솔직한 메시지다.

나는 한동안 감정을 타인의 탓으로 돌렸다. 누가 나를 무시해서, 누가 날 실망시켜서. 하지만 감정은 타인을 향해 있는 듯 보이면서도 결국 나를 향한 말이었다. 화는 내가 어디에서 선을 넘었는지를 알려주었고, 슬픔은 내가 무엇을 잃었는지를 알려주었으며, 외로움은 내가 나와 얼마나 멀어졌는지를 보여주었다.

감정을 언어로 바꾸는 건 어렵지만, 그것은 자기 자신을 해석하고 번역하는 작업이다. 감정을 말할 수 있는 순간, 나는 더 이상 모호하지 않고, 남의 말에만 휘둘리지 않는다.

감정은 나의 진짜 목소리다. 그 목소리를 듣는 일은 내가 나를 사랑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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