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영웅』(연재소설)

by 산들강바람

제3장: 첫 번째 시험

1

이튿날 해가 중천에 뜰 무렵, 왜군의 정찰대가 마침내 솔티재에 나타났다.

다섯 명의 기병이었다. 검은 갑옷을 입고 투구를 쓴 그들은 말을 타고 마을 입구에서 멈춰 섰다. 앞장선 왜군이 말 위에서 마을을 둘러보며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그들의 눈빛은 차갑고 잔혹했다.

돌쇠는 마을 뒤편 바위 그늘에 숨어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가슴이 쿵쿵 뛰고 손에 쥔 활이 축축하게 젖었다. 지금까지 상상으로만 그려보던 순간이 현실이 된 것이었다.

마을은 조용했다. 사람 하나 보이지 않았고, 닭이나 개조차 숨죽이고 있었다. 어제 밤사이 마을 사람들이 모든 동물들을 뒤쪽 헛간에 숨겨두었기 때문이다. 겉보기에는 마치 사람들이 모두 도망간 빈 마을처럼 보였다.

왜군들은 서로 몇 마디 주고받더니 말에서 내렸다. 그리고 하나씩 집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들은 문을 거칠게 열어젖히고 집 안을 뒤졌다. 쌀독을 뒤엎고, 장독을 깨뜨리고, 헛간을 뒤져가며 사람이 숨어 있는지 찾았다.

'지금이다.'

돌쇠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리며 활시위를 당겼다. 아버지에게서 배운 대로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표적을 겨냥했다. 가장 앞서 가던 왜군의 등이 화살촉 끝에 잡혔다.

2

화살이 날아갔다.

휘익, 하는 소리와 함께 화살은 목표를 향해 정확히 날아갔다. 왜군의 어깨를 스쳤지만 갑옷에 막혀 깊이 박히지는 못했다. 그러나 충분히 상처를 입혔다.

"으아악!"

왜군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비틀거렸다. 다른 왜군들이 깜짝 놀라 사방을 둘러보았다.

"어디서 쏜 거냐!"

"저 위쪽이다!"

왜군들이 돌쇠가 숨어 있는 바위 쪽을 가리켰다. 하지만 돌쇠는 이미 다른 곳으로 몸을 숨긴 뒤였다. 어린 시절부터 이 산을 뛰어다니며 자란 덕분에 숨을 곳을 잘 알고 있었다.

두 번째 화살을 준비하며 돌쇠는 다음 위치로 이동했다. 왜군들이 자신이 있던 바위로 올라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상하다. 분명히 이쪽에서 쏜 것 같은데..."

왜군들이 당황하는 사이, 돌쇠는 다른 각도에서 두 번째 화살을 날렸다. 이번에는 말의 엉덩이를 맞혔다. 말이 놀라서 뛰면서 왜군 하나를 땅에 떨어뜨렸다.

"이놈들, 어디 있는 거냐!"

왜군들의 목소리에는 분노와 함께 당황함이 섞여 있었다. 적이 어디 있는지 보이지 않는 상황이 그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3

그때 마을 여기저기에서 돌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여기야, 이놈들아!"

싸리나무집 영감의 거친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집 뒤편에서 돌을 던지고 있었다. 그의 옆에서는 김 대장간 영감도 긴 막대기를 들고 서 있었다.

"할아버지들이!"

돌쇠는 놀랐다. 계획에는 없던 일이었다. 자신이 왜군들의 주의를 끌고 있는 사이에 마을 사람들은 숨어 있기로 했었는데, 뜻밖에도 그들이 나타난 것이었다.

왜군들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혼란스러워했다. 처음에는 한두 명의 사람이 숨어서 기습하는 줄 알았는데, 여러 곳에서 돌이 날아오고 사람들이 나타나니 상황을 파악하기 어려웠다.

"몇 명이나 되는 거냐!"

"모르겠다! 사방에서 공격해오고 있어!"

실제로는 네다섯 명의 노인들이 각각 다른 곳에서 돌을 던지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왜군들에게는 마치 많은 수의 적들이 포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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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고요함, 바람의 속삭임, 강과 계곡의 흐름, 그리고 바다의 깊이를 글로 담아내고 싶은 사람입니다. 자연은 언제나 저에게 가장 진실한 위로와 질문을 안겨주었습니다. 수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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