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영웅』(연재 소설)

by 산들강바람

제5장: 준비의 시간

1

일주일이 지나도 왜군이 나타나지 않자, 마을 사람들은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했다.

아침 일찍부터 마을 곳곳에서 사람들이 분주히 움직였다. 누군가는 함정을 파고, 누군가는 무기를 만들고, 누군가는 약초를 캐러 산으로 올라갔다. 전쟁 전 한가롭던 농촌 마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마치 전쟁을 준비하는 작은 요새 같았다.

돌쇠는 옆구리의 상처가 아물어가는 것을 느끼며 활 쏘는 연습을 계속했다. 김씨 할머니의 약초 덕분에 상처가 빨리 나았다. 하지만 완전히 나은 것은 아니어서 무리하면 아직 쓰라렸다.

"돌쇠야, 무리하지 마라."

정덕수 촌장이 다가왔다. 그의 손에는 대나무 몇 개가 들려 있었다.

"괜찮습니다. 이 정도는 견딜 만해요."

"그래도 몸을 아껴야지. 다음 싸움은 이번보다 더 힘들 거야."

촌장의 말이 맞았다. 다음에 올 왜군들은 분명 더 많은 병력을 이끌고 올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처럼 쉽게 물러가지 않을 것이었다.

"이 대나무로 화살을 더 만들려고 하네. 네가 화살촉을 다듬어줄 수 있겠나?"

"그럼요. 제가 해보겠습니다."

2

마을 사람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준비에 임했다.

싸리나무집 영감은 마을 주변의 모든 길목을 조사했다. 왜군이 말을 타고 올 수 있는 길과 없는 길을 구분해서 표시한 뒤, 말이 다닐 수 있는 길목마다 함정을 파고 낙엽과 흙으로 덮어두었다.

"이번에는 제대로 준비했어. 말이 빠지면 기병은 무용지물이거든."

영감은 젊은 시절 관아 성 쌓는 일에서 배운 지식을 모두 쏟아냈다. 흙을 다지는 법, 돌을 쌓는 법, 물이 고이지 않게 하는 법. 그 모든 것이 지금 마을을 지키는 데 쓰이고 있었다.

김 대장간 영감은 낮이고 밤이고 망치질을 멈추지 않았다. 농기구를 하나씩 개조해서 무기로 만들었다. 호미는 작은 단검처럼, 낫은 긴 칼처럼, 쇠스랑은 삼지창처럼 변했다.

"쇠를 다루는 것도 기술이야. 젊었을 때 배워두길 잘했어."

그는 혼잣말을 하며 일했다. 땀이 비 오듯 흘렀지만 손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이 만든 무기 하나가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에 힘이 났다.

3

아낙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

순덕이 언니를 중심으로 여자들은 투석 연습을 했다. 처음에는 돌을 제대로 던지지도 못했지만, 며칠 계속하자 점점 나아졌다. 특히 순덕이 언니는 놀라운 정확도를 보였다.

"역시 밭일할 때 돌 던지던 게 도움이 되네."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농사를 지으며 까마귀를 쫓기 위해 돌을 던지던 경험이 전투에 쓰이게 될 줄은 몰랐다.

다른 아낙들은 끈과 넝쿨로 올가미를 만들었다. 산에서 캐온 질긴 칡넝쿨을 꼬아 튼튼한 밧줄을 만들고, 그것으로 여러 종류의 올가미를 제작했다.

"이걸 나무 사이에 걸어두면 말이 달려오다가 걸릴 거야."

"사람도 걸릴 수 있겠는데?"

"그게 목적이지 뭐."

여자들의 손놀림은 빨랐다. 평생 바느질하고 삼 꼬며 살아온 손이었다. 그 손으로 이제는 적을 막을 도구를 만들고 있었다.

4

마을의 아이들까지도 나름의 역할을 했다.

새월이를 포함한 나이 든 아이들은 마을 주변을 정찰하는 일을 맡았다. 그들은 작고 빨라서 적에게 들키지 않고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나무 타는 것을 좋아해서 높은 곳에서 멀리까지 볼 수 있었다.

"새월아, 너무 멀리 가지는 마라."

돌쇠가 당부했다.

"걱정 마세요, 아저씨. 저 진짜 조심할게요."

마을 사람들은 산꼭대기와 마을 어귀 두 곳에 정식으로 보초를 세우기로 했다. 산꼭대기는 가장 높은 곳이라 멀리까지 볼 수 있었고, 마을 어귀의 두 길목은 왜군이 올 수 있는 주요 통로였다.

"교대로 지키자. 한 사람이 계속 있으면 지치니까."

정덕수 촌장의 제안으로 사람들은 나이와 체력에 따라 보초 임무를 나누었다. 아이들은 낮 시간에, 어른들은 밤에 교대로 망을 보기로 했다.

새월이와 나이 든 아이들은 주로 산꼭대기를 맡았다. 그곳에서는 마을로 오는 세 개의 길이 모두 내려다보였다. 낯선 사람이 보이면 즉시 마을로 신호를 보내기로 약속했다.

"연기가 한 번 피어오르면 누군가 오고 있다는 거예요. 두 번 연속이면 왜군이고요."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산들강바람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숲의 고요함, 바람의 속삭임, 강과 계곡의 흐름, 그리고 바다의 깊이를 글로 담아내고 싶은 사람입니다. 자연은 언제나 저에게 가장 진실한 위로와 질문을 안겨주었습니다. 수필,소설

56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4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이름 없는 영웅』(연재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