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날 새벽, 동이 트기도 전에 마을 전체가 깨어났다.
산꼭대기 보초에서 횃불 신호가 두 번 연속으로 올랐다. 왜군이 오고 있다는 신호였다. 마을 사람들은 약속한 대로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아이들과 몸이 약한 노인들은 미리 정해둔 산속 동굴로 향했고, 싸울 수 있는 사람들은 무기를 들고 대기했다.
돌쇠는 마을 뒤편 큰 바위 위로 올라 멀리 길을 바라보았다.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새벽녘이었지만, 저 멀리서 횃불 불빛이 흔들리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하나, 둘, 셋... 열다섯 개가 넘는 횃불이었다. 말발굽 소리가 희미하게 들려왔다.
"정말 많이 왔구나."
돌쇠는 중얼거렸다. 가슴이 쿵쾅거렸지만 손은 떨리지 않았다. 지난 보름 동안의 준비가 그에게 자신감을 주었다.
"돌쇠야, 보이느냐?"
아래에서 정덕수 촌장이 조용히 물었다.
"예, 스무 명은 넘는 것 같습니다."
"충분히 준비되어 있다. 계획대로 하면 된다."
촌장의 목소리는 침착했다. 그 침착함이 돌쇠에게도 전해졌다.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 왜군들이 마을 입구에 도착했다.
스물네 명의 기병이었다. 이전의 정찰대보다 훨씬 많았고, 무장도 제대로 갖추고 있었다. 검은 갑옷과 투구, 그리고 길고 날카로운 창과 칼. 그들은 말 위에서 마을을 둘러보며 무언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두에 선 왜군이 큰 소리로 외쳤다. 알아듣지 못할 말이었지만, 그 말투에서 위협이 느껴졌다. 마을 사람들이 나올 것을 요구하는 듯했다.
하지만 마을은 조용했다. 바람소리와 새 우는 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왜군들은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천천히 마을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들은 이번에는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지난번 정찰대가 기습을 당했다는 보고를 들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다섯 명, 좌우로 각각 세 명씩 경계하라!"
왜군 지휘관으로 보이는 자가 명령을 내렸다. 훈련받은 군인들의 움직임이었다.
돌쇠는 숨죽여 지켜보았다. 첫 번째 함정까지는 아직 십여 보가 남았다.
왜군들이 조심스럽게 전진했다. 말발굽이 땅을 밟는 소리가 고요한 아침 공기를 갈랐다.
그때였다.
선두에 서던 말 한 마리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싸리나무집 영감이 파놓은 함정에 앞발이 빠진 것이었다. 말 위에 타고 있던 왜군이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함정이다!"
왜군들이 소리쳤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연속으로 두세 마리의 말이 더 함정에 빠졌다. 말들의 비명소리와 왜군들의 고함소리가 뒤섞였다.
그 순간 돌쇠가 화살을 날렸다. 첫 번째 화살은 함정에 빠진 말에서 떨어진 왜군의 어깨를 맞혔다. 두 번째 화살은 혼란 속에서 명령을 외치던 지휘관의 투구를 스쳤다.
"공격이다! 사방을 경계하라!"
왜군들이 대오를 재정비하려 했다. 그때 마을 곳곳에서 돌이 날아오기 시작했다. 순덕이 언니를 비롯한 아낙들이 숨어 있던 곳에서 일제히 돌을 던진 것이었다.
"으윽!"
한 왜군이 머리에 돌을 맞고 말에서 떨어졌다. 순덕이 언니의 솜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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