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영웅』(연재소설)

by 산들강바람

제10장: 영원한 유산

1

세월이 흘렀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나라에 평화가 찾아왔다. 전쟁의 상처는 깊었지만, 사람들은 다시 일어섰다. 불탄 집을 짓고, 황폐해진 논밭을 일구고, 죽은 이들을 기리며 살아갔다.

솔티재 마을도 조금씩 회복되었다. 전쟁에 나갔던 사람들 중 일부가 돌아왔다. 돌아오지 못한 이들도 있었지만, 살아남은 사람들은 그들의 몫까지 살아가기로 했다.

마을 뒤편 언덕의 돌무덤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세월이 지나며 돌들 사이로 풀이 자라고 이끼가 끼었지만, 마을 사람들은 해마다 그곳을 찾아 돌무덤을 손질했다.

"이 무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정덕수 촌장이 늙어가며 자주 하는 말이었다.

"여기 누워 있는 사람이 우리를 지켰다. 그것을 기억해야 한다."

2

새월이는 어른이 되었다.

스무 살이 된 새월이는 이웃 마을의 청년과 혼인하여 두 아이를 낳았다. 하지만 여전히 자주 친정 마을을 찾았다. 그리고 반드시 돌쇠의 무덤을 찾아갔다.

"아저씨, 저 왔어요."

새월이는 무덤 앞에 앉아 조용히 말했다.

"제 아이들한테 아저씨 이야기를 많이 해줘요. 아저씨가 얼마나 용감한 사람이었는지, 얼마나 착한 사람이었는지."

그녀의 큰아들 준수는 일곱 살, 작은딸 순이는 다섯 살이었다. 아이들은 어머니를 따라 무덤 앞에 앉았다.

"엄마, 여기 누가 있어요?"

준수가 물었다.

"엄마를 지켜준 아저씨야. 아주 용감한 분이셨어."

새월이는 아이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왜군들이 쳐들어왔을 때, 돌쇠가 어떻게 마을을 지켰는지. 절뚝거리는 다리에도 어떻게 싸웠는지. 그리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지켜주었는지.

"와, 정말 영웅이네요!"

준수의 눈이 반짝였다.

"그럼요. 진짜 영웅이셨어."

3

마을의 다른 사람들도 각자의 방식으로 돌쇠를 기억했다.

김 대장간 영감은 세상을 떠나기 전, 돌쇠를 위한 작은 칼을 하나 만들었다. 그것을 무덤 앞에 바치며 말했다.

"네가 썼던 칼은 너무 낡았지. 이제 이걸 받아라. 내가 만든 최고의 칼이다."

순덕이 언니는 해마다 봄이 되면 무덤 주위에 꽃을 심었다. 들국화, 패랭이꽃, 돌쇠가 좋아할 만한 소박한 꽃들이었다.

"네가 지켜준 마을에 봄이 왔어, 돌쇠야."

싸리나무집 영감은 손자들에게 돌쇠 이야기를 들려주며 말했다.

"너희 아버지가 살아 돌아온 것도 돌쇠 덕분이야. 돌쇠가 마을을 지켜줘서 우리가 여기 있을 수 있었거든."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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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고요함, 바람의 속삭임, 강과 계곡의 흐름, 그리고 바다의 깊이를 글로 담아내고 싶은 사람입니다. 자연은 언제나 저에게 가장 진실한 위로와 질문을 안겨주었습니다. 수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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