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냉장고를 보며

by 산들강바람


냉장고 문을 열었다. 계란 하나, 천도복숭아 하나. 그게 전부였다. 문을 닫는 순간, ‘딸깍’ 소리가 마음속에서 울렸다. 마치 누군가가 내 삶의 가능성을 잠가버린 것처럼. 그 안에 더는 기대할 것도, 꺼내 먹을 것도 없다는 사실이 나를 조용히 무너뜨렸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얼마나 외롭고, 얼마나 작아졌는지를 깨달았다.

추석이다. 모두가 웃는다. 가족들과 함께 모여 앉아 송편을 빚고, 고향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들은 세뱃돈을 받으며 깔깔댄다. TV에서는 풍성한 상차림과 귀성길 풍경이 흐르고, SNS에는 행복한 얼굴들이 넘쳐난다. 그런데 나는, 그 모든 풍경에서 한 발짝 떨어져 있다. 마치 유리창 너머에서 바라보는 느낌이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닿지 않는다. 나는 오늘을 걱정하며 내일을 두려워한다. 명절이란 단어가 이렇게 아프게 느껴진 적이 있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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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고요함, 바람의 속삭임, 강과 계곡의 흐름, 그리고 바다의 깊이를 글로 담아내고 싶은 사람입니다. 자연은 언제나 저에게 가장 진실한 위로와 질문을 안겨주었습니다. 수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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