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낸 빛깔》

by 산들강바람

제1장: 흙을 만지는 손

새벽이 오기 전이 가장 고요하다.

이원(李元)은 그 고요 속에서 눈을 떴다. 창문 밖은 아직 어둠이었지만, 그의 몸은 이미 알고 있었다. 일어날 시간이라는 것을. 가마로 가야 할 시간이라는 것을.

육십팔 년을 살았다. 그중 오십 년을 흙과 함께했다.

이원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무릎이 욱신거렸다. 허리도 뻣뻣했다. 늙었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손만큼은 아직 괜찮았다. 조금 떨리긴 했지만, 아직 흙을 느낄 수 있었다.

마루에 놓인 낡은 두루마기를 걸쳤다. 한때는 양반의 옷이었으나, 지금은 도공의 작업복이었다. 숯가루와 흙먼지가 배어, 원래 무슨 색이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문을 열자 찬 기운이 얼굴을 때렸다.

늦가을이구나.

산 아래 강진(康津) 마을에서는 아직 불빛도 보이지 않았다. 세상이 잠든 시간. 하지만 이원에게는 가장 깨어있는 시간이었다.

가마터까지는 백 걸음. 이원은 천천히 걸었다. 서두를 이유가 없었다. 평생을 이 길을 걸었다. 눈을 감고도 갈 수 있었다.

가마 앞에 도착했을 때, 어제 불을 끈 가마에서 아직 미세한 열기가 느껴졌다. 이원은 쪼그리고 앉아 가마 입구를 들여다보았다.

어둠.

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는 내일 아침이 되어야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원은 이미 알고 있었다.

또 실패했다.

작업실 안은 흙냄새로 가득했다.

이원은 한쪽 구석에 쌓인 흙덩이들을 바라보았다. 어제 산에서 캐논 것들이었다. 아직 불순물이 섞여 있어, 물에 걸러내고 치대야 했다.

하지만 그의 눈길은 다른 곳을 향했다.

작업대 아래, 천으로 덮인 작은 상자.

이원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당연했다. 이 시간에 누가 있겠는가. 그는 천천히 상자를 꺼냈다.

낡은 나무상자를 열자, 안에는 청자 조각들이 들어 있었다.

작은 파편들. 어떤 것은 손가락만 하고, 어떤 것은 손바닥만 했다. 모두 오래전에 깨진 청자의 조각들이었다. 하지만 그 표면에 남은 색깔은...

비색(翡色).

푸르면서도 초록빛이 도는, 옥빛 같으면서도 바다빛 같은, 형언할 수 없는 그 색.

이원은 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다. 햇빛도 없는 새벽이었지만, 그 색은 스스로 빛나는 것 같았다.

"월선(月仙)..."

그의 입에서 낮은 이름이 흘러나왔다.

사십 년 전의 이름. 사십 년 전의 여인. 사십 년 전의 약속.

"당신을 담은 청자를 만들겠소."

하지만 오십 년을 흙을 만졌어도, 그는 아직 한 번도 이 색을 다시 만들어내지 못했다.

"스승님."

이원이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문 앞에 석동(石童)이 서 있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느냐."

이원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날카로웠다.

석동은 고개를 숙였다. "방금 왔습니다. 스승님께서 혼자 중얼거리시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이원은 재빨리 청자 조각을 상자에 넣고 천으로 덮었다.

"엿듣는 버릇이 있구나."

"죄송합니다."

석동은 스물셋이었다. 이원의 제자가 된 지 오 년째. 재능은 있었다. 손재주도 좋고, 흙을 다루는 감각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급했다. 너무 빨리 배우려 했고, 너무 빨리 완성하려 했다.

젊음의 병이었다. 이원도 한때는 그랬으니까.

"어제 가마는 보았느냐."

"예."

"그래서?"

석동이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 또 실패하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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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고요함, 바람의 속삭임, 강과 계곡의 흐름, 그리고 바다의 깊이를 글로 담아내고 싶은 사람입니다. 자연은 언제나 저에게 가장 진실한 위로와 질문을 안겨주었습니다. 수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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