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낸 빛깔》 (연제 소설)

by 산들강바람

제5장: 매화를 새기다

— 현재 —

보름이 지났다.

이원은 작업실 문 앞에 서 있었다. 문을 닫은 지 보름. 그 사이 한 번도 들어가지 않았다.

청자는 혼자 있어야 했다. 천천히 마르고, 스스로 숨 쉬고, 스스로 단단해져야 했다.

"스승님." 석동이 옆에서 말했다. "이제 들어가셔도 되지 않습니까?"

이원은 대답하지 않았다. 손을 문에 댔다. 떨렸다.

제대로 말랐을까. 갈라지지는 않았을까.

심호흡을 했다. "들어가자."

문을 열었다.

작업실 안은 고요했다.

햇빛이 창문 틈으로 들어와 먼지를 비췄다. 공기는 차갑고 건조했다.

그늘진 구석, 천으로 덮인 형태.

이원이 천천히 다가갔다. 숨을 멈췄다. 천을 걷었다.

청자가 있었다. 매병. 아직 유약을 바르지 않은, 회갈색 흙빛 그대로.

손을 뻗었다. 만졌다.

말라 있었다. 완벽하게.

표면을 손가락으로 훑었다. 매끄러웠다. 갈라진 곳이 없었다.

"됐다." 이원이 중얼거렸다. "완벽하다."

석동이 뒤에서 숨을 죽이며 지켜봤다.

이원이 청자를 작업대 위에 올렸다. 햇빛 아래.

형태는 완벽했다. 목은 길고 우아했고, 어깨는 부드럽게 굽었으며, 몸통은 균형 잡혀 있었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이제 문양을 새긴다."

석동이 도구들을 가져왔다. 작은 칼, 송곳, 대나무 조각들.

이원이 칼을 집었다. 청자를 잡았다.

무엇을 새길 것인가.

손을 멈췄다. 아니, 이미 정했다. 오래전에.

"스승님." 석동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떤 문양을 새기실 겁니까?"

이원은 한참 동안 청자를 바라보았다.

"매화."

"매화요?"

"월선이 좋아하던 꽃이다."

이원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겨울에도 피는 매화가 신기하다고 했다. 그렇게 추운데 어떻게 꽃을 피우냐고."

그가 칼을 들었다. "추위를 견뎌냈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지켜냈기 때문이라고."

칼끝이 청자 표면에 닿았다.

"그래서 매화다."

이원의 손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천천히. 조심스럽게. 하지만 망설임 없이.

칼끝이 흙을 파냈다. 얕게. 섬세하게.

찍-

선이 그어졌다. 가지 하나. 구불구불하지만 힘이 있는.

찍- 찍-

거기서 뻗어 나가는 작은 가지들.

그리고 꽃. 다섯 개의 꽃잎을 하나씩 새겼다. 가운데 수술을 점으로 찍었다.

석동은 숨도 쉬지 못하고 지켜봤다. 스승의 손은 떨렸다. 늙은 손이었다. 하지만 칼을 잡은 순간, 그 손은 확신에 차 있었다.

한 송이. 두 송이. 세 송이.

매화가 피어났다.

해가 중천에 떠올랐다.

이원은 쉬지 않고 칼을 들고 있었다. 매화 가지가 청자를 타고 올라갔다. 목에서 시작해, 어깨를 돌아, 몸통을 감싸고, 밑바닥을 향해.

하나의 가지. 하나의 흐름. 마치 살아있는 것처럼.

석동이 물을 가져왔다. "스승님, 좀 쉬십시오."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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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고요함, 바람의 속삭임, 강과 계곡의 흐름, 그리고 바다의 깊이를 글로 담아내고 싶은 사람입니다. 자연은 언제나 저에게 가장 진실한 위로와 질문을 안겨주었습니다. 수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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