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왔다.
청자를 가마에서 꺼낸 지 석 달이 지났다.
이원은 뒷산에 올라가고 있었다. 손에는 아무것도 들지 않았다. 다만 천천히, 한 걸음씩.
석동이 뒤따랐다. "스승님, 천천히 오르십시오."
"알고 있다."
이원이 숨을 헐떡였다. 예전 같지 않았다. 산을 오르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멈추지 않았다. 월선의 무덤. 그곳에 가야 했다.
무덤 앞.
청자가 있었다. 석 달 동안, 비를 맞고, 바람을 맞고, 햇빛을 받으며 그곳에 있었다.
이원이 무릎을 꿇었다. 청자를 집어 들었다.
먼지가 앉아 있었다. 나뭇잎이 붙어 있었다. 조심스럽게 닦아냈다. 옷소매로.
푸른빛이 드러났다. 여전히 아름다웠다. 빛이 바래지 않았다.
"월선아." 이원이 중얼거렸다. "잘 있었느냐."
바람이 불었다.
"나는... 요즘 자주 온다. 매일은 아니지만, 자주. 너를 보러."
이원이 청자를 쓰다듬었다.
석동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스승님, 청자를... 집으로 가져가시지 않습니까?"
"아니다."
"하지만 여기 두면 망가질 수도..."
"괜찮다." 이원이 고개를 저었다. "이것은 월선의 것이다. 월선 곁에 있어야 한다."
"하지만..."
"석동아." 이원이 석동을 바라보았다. "도자기는 영원하지 않다. 언젠가는 깨지고, 부서지고, 사라진다."
"..."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이원이 청자를 다시 무덤 옆에 놓았다. "중요한 것은... 만들었다는 것이다. 기억했다는 것이다. 지켜냈다는 것이다."
바람이 청자를 스쳤다.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원은 일어서려다 비틀거렸다.
석동이 급히 부축했다. "스승님!"
"괜찮다... 괜찮아..."
하지만 괜찮지 않았다. 다리에 힘이 없었다.
"제가 업겠습니다."
"아니다..."
"스승님, 고집부리지 마십시오."
석동이 이원을 업었다. 가벼웠다. 너무 가벼웠다.
"미안하다, 석동아."
"아닙니다."
"짐이 되는구나."
"그런 말씀 마십시오."
석동이 천천히 산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이원은 석동의 등에 업혀, 뒤를 돌아보았다. 무덤이 보였다. 그 옆에 청자가 보였다.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잘 있거라, 월선아." 이원이 중얼거렸다. "또 오마."
작업실.
이원은 물레 앞에 앉아 있었다. 흙이 돌고 있었다. 하지만 손을 대지 않았다. 그냥 바라보고만 있었다.
석동이 옆에서 말했다. "스승님, 무엇을 만드실 겁니까?"
"모르겠다."
이원이 대답했다. "예전엔 항상 무엇을 만들지 알았다. 비색. 오직 비색."
그가 물레를 멈췄다. "하지만 이제는... 모르겠다."
"왜요?"
"비색을 만들었으니까." 이원이 웃었다. "이제 무엇을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다."
석동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스승님, 비색이 아닌 다른 것을 만들어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다른 것?"
"예. 그냥... 그냥 도자기를요."
"그냥 도자기라..."
이원이 흙을 만졌다. "그냥 도자기..."
그가 흙을 집어 들었다. 물레를 다시 돌렸다. 손을 흙 위에 올렸다.
천천히, 형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아무 생각 없이. 아무 목적 없이. 그냥... 만들었다.
해가 지고 있었다.
이원은 여전히 물레를 돌리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작은 대접들이 만들어졌다. 투박했다. 완벽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 마음이 편했다.
"석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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