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하다, 그래도 살아있다.

by 산들강바람

아무도 불러주지 않았다.
전화기엔 조용함만 가득했고, 메신저는 하루 종일 깨어 있던 흔적이 없었다.
그런 날엔 내가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조차 흐릿해진다.

그러다 문득, 아주 작은 숨소리가 느껴졌다.
창밖으로 스며든 바람, 잠깐 흘러간 빛, 내 손에 들려 있던 커피 잔의 온기.
나는 아직 살아 있었고, 그게 문득 낯설게 느껴졌다.
쓸쓸하다는 감정은 종종 우리를 텅 빈 공간에 가두지만, 그 안에서 살아 있음은 분명히 존재한다.

번아웃의 시간 동안, 나는 많은 걸 잃은 듯했다.
의욕도, 에너지도, 의미도.
하지만 다 잃은 게 아니었다.
쓸쓸함 속에서도 견디는 마음, 아무것도 아닌 하루를 기록하는 습관,
그래도 살아보려는 아주 작은 의지가 내 안에 계속 자라고 있었다.

사람들은 흔히 "회복"이라는 단어에 거창한 의미를 담지만,
내가 배운 회복은 소박하고 느리며 조용했다.
오늘 쓰러지지 않았다는 것, 마음속에 울림이 있었다는 것,
누군가의 말 한 줄이 내 마음에 닿았다는 것—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적는다.
쓸쓸하다, 그래도 살아 있다.
이 문장은 내 삶의 고백이자, 선언이며, 내일을 향한 작지만 단단한 약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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