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열린 날

by 산들강바람

일주일째 세상은 회색이었다.

창밖으로 내려다보이는 거리는 물기를 머금은 아스팔트처럼 칙칙하게 젖어 있었고, 행인들의 우산은 검은 버섯처럼 거리 곳곳에 피어 있었다. 하늘은 낮은 천장처럼 머리 위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 무게는 단순히 물리적인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마음 깊숙한 곳까지 스며들어, 모든 생각을 둔탁하게 만들고 모든 감정을 뿌옇게 흐려놓았다.


커피를 마시며 창가에 앉아 있을 때도, 책을 읽으며 소파에 몸을 맡길 때도, 그 회색빛 무게는 어깨 위에 얹혀 있었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이 가슴을 꾹꾹 눌러대는 것 같았다. 숨을 들이마셔도 공기는 묵직했고, 내뱉어도 후련함이 오지 않았다.


비는 내렸지만 정화의 의미를 잃어버린 채였다. 창유리를 타고 흐르는 빗방울들은 눈물처럼 보였지만, 그 눈물조차 탁해 보였다. 세상을 씻어내는 것이 아니라 더욱 흐리게 만드는 것 같았다. 나는 그 빗소리를 들으며 잠들었고, 그 빗소리와 함께 깨어났다. 꿈속에서조차 회색이었다.


바람이 불었다. 하지만 그 바람은 시원함을 주지 않았다. 대신 습기를 몰고 와 피부를 끈적하게 만들었다. 나뭇잎들이 바람에 흔들렸지만, 그 움직임조차 무기력해 보였다. 마치 모든 것이 체념에 빠진 듯했다. 나무도, 꽃도, 새들도, 그리고 나도.


그렇게 시간은 흘러갔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사흘이 지나도 하늘은 여전히 잿빛 담요로 덮여 있었다. 나는 점점 그 색에 익숙해져 갔다. 아니, 익숙해져 간다고 생각했다. 사실은 그 색이 내 마음의 색이 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산들강바람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숲의 고요함, 바람의 속삭임, 강과 계곡의 흐름, 그리고 바다의 깊이를 글로 담아내고 싶은 사람입니다. 자연은 언제나 저에게 가장 진실한 위로와 질문을 안겨주었습니다. 수필,소설

57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총 45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작가의 이전글불어 터진 라면과 마음의 온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