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의 노래

연재소설

by 산들강바람

## 제1장: 혼란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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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문왕 즉위 삼 년, 가을이 깊어가는 경주의 하늘은 유난히 무거웠다. 회색빛 구름들이 낮게 깔린 하늘 아래, 통일신라의 수도는 겉으로는 평온해 보였으나 그 속은 끓는 가마솥과 같았다. 대로변 주막에서 술잔을 기울이는 상인들의 대화에서, 우물가에서 빨래를 하며 나누는 부녀자들의 수군거림에서, 심지어 아이들의 놀이 속에서도 불안의 그림자가 어른거렸다.


"또 어디서 난리가 났다더라..."


"이번엔 웅진 쪽이라던데, 백제 유민들이 또..."


"쉿! 벽에도 귀가 있다는 말을 못 들었소?"


통일을 이룬 지 겨우 십여 년. 백제와 고구려의 땅은 신라의 깃발 아래 하나가 되었지만, 사람들의 마음까지 하나가 되기에는 아직 시간이 부족했다. 곳곳에서 옛 왕조의 부활을 꿈꾸는 자들이 일어섰고, 북방에서는 말갈족이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고 있었다. 더욱이 당나라는 여전히 한반도 전체를 자신들의 영향권 아래 두려 하고 있어, 신라의 앞날은 안갯속과 같았다.


이런 혼란한 시대에 경주 동쪽 마을에는 두 소년이 살고 있었다. 하나는 진무, 또 하나는 안상이었다. 두 아이 모두 열다섯 살로, 어린 시절부터 형제보다 더 가까운 사이였다.


하지만 진무에게는 남다른 면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지 못하는 소리를 들으며, 때로는 미래의 일을 꿈에서 보기도 했다. 마을 사람들은 그를 두고 "하늘이 내린 아이"라고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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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무야, 또 그 소리 이야기하려고?"


안상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친구를 바라보았다. 둘은 마을 뒤편 언덕에 앉아 감은사가 있는 바다 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동해 바다를 금빛으로 물들이고 있었지만, 진무의 얼굴은 여전히 근심으로 가득했다.


"안상아, 정말로 들리지 않니? 저 바다 너머에서 들려오는 소리가..."


진무의 목소리에는 간절함이 배어 있었다. 지난 며칠 동안 그는 계속해서 이상한 소리를 듣고 있었다. 파도가 바위에 부딪치는 소리도, 바람이 소나무를 스쳐 지나가는 소리도 아닌, 무언가 깊고 애절한 소리였다. 마치 고대의 용들이 바다 저 깊은 곳에서 간절히 부르는 듯한 소리.


"아무리 들어봐도 그냥 바닷소리뿐이야." 안상이 고개를 저었다. "네가 요즘 너무 많은 생각을 해서 그런 것 같아. 할아버님께서도 걱정하시던데, 네가 밤마다 잠을 설친다고."


진무는 잠시 말을 멈추고 바다를 응시했다. 감은사의 석탑이 노을 속에서 검은 실루엣을 이루고 있었다. 문무대왕의 명복을 빌기 위해 세워진 그 절은, 죽어서도 용이 되어 나라를 지키겠다던 선왕의 의지가 서려 있는 곳이었다.


그때 진무의 눈이 번쩍 빛났다. 저 멀리 바다 위에서 무언가 푸른빛이 반짝인 것 같았다. 하지만 눈을 비비고 다시 보니 아무것도 없었다.


"안상아, 혹시... 혹시 내 핏속에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걸까?"


진무의 질문에 안상이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소리야?"


"할아버님께서 가끔 하시는 말씀이 있어. 우리 가문이 아주 오래전, 신라 건국 시절부터 왕실을 섬겨왔다고. 그리고... 그리고 우리 선조 중에는 신들과 교감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분이 계셨다고."


### 3

"진무, 안상아! 해가 지기 전에 들어와야지!"


멀리서 진무의 할머니가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두 소년은 자리에서 일어났지만, 진무는 여전히 바다 쪽을 향해 서 있었다.


"정말 아무것도 안 들려?" 진무가 마지막으로 물었다.


안상이 귀를 기울여보았다. 파도 소리, 바람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어부들의 목소리... 평범한 소리들뿐이었다.


"미안, 정말 아무것도..."


그때였다. 바다 쪽에서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불어왔다. 그 바람과 함께 이상한 진동이 느껴졌다. 더 놀라운 것은 바람 속에 희미한 목소리가 섞여 있다는 것이었다.


'진무... 진무야...'


안상도 깜짝 놀라 짓무를 바라보았다.


"지금... 뭔가 이상하지 않았어? 바람에서... 바람에서 누군가 네 이름을 부르는 것 같았는데?"


진무의 눈이 번쩍 빛났다. "그래! 바로 그거야! 네가 지금 들은 그것!"


하지만 그 느낌은 잠깐이었다. 곧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왔고, 안상은 자신이 착각했나 싶어 했다.


"아마 바람이 갑자기 불어서..."


"아니야." 진무가 단호하게 말했다. "분명 누군가 나를 부르고 있어. 그리고 그 목소리는... 그 목소리는 용의 목소리 같았어."


### 4

그날 밤, 진무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 신비한 소리가 더욱 선명하게 들려왔기 때문이다. 달빛이 창문을 통해 들어와 방안을 은색으로 물들이는 가운데, 그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할아버님, 할머님께는 죄송하지만...'


진무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밤공기는 차가웠지만, 그의 마음은 뜨겁게 타오르고 있었다. 무언가 중요한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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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고요함, 바람의 속삭임, 강과 계곡의 흐름, 그리고 바다의 깊이를 글로 담아내고 싶은 사람입니다. 자연은 언제나 저에게 가장 진실한 위로와 질문을 안겨주었습니다. 수필,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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