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인간은 평범하다. 동시에 특별하다.
SNS가 기본이 된 우리의 삶.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텀블러, 틱톡 등등, 우리의 삶을 전시할 공간은 차고 넘쳐난다.
그곳에서 우리 모두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특별한 사람이 된다.
나의 삶에서 보여주고 싶은, 뽐낼 만한 부분만 잘라내어 그것이 나의 전부인양 기록한다.
모두에게 보여준다.
사실 나는 SNS를 그리 즐기지 않는다. 나는 나를 전시하고 싶은 마음이 추호도 없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은 사용하고는 있지만 비공개 계정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을 기록하고자 하는 공간으로 사용하고 있다. 나와 절친한 아주 극히 소수의 사람만이 내 계정을 알고 있으며,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유용한 정보를 게시하는 사람, 또는 재미있는 만화를 연재하는 작가들을 팔로우해 두었다. 이른바 "구독계"다. 눈을 뜨면 나에게 맞춤 제작된 타임라인에 어떤 새로운 소식이 등록되었는지 훑어보며 하루를 시작한다. 딱 이 정도가 나에게는 좋은 것 같다.
하지만 가끔 추천 계정에 자신의 잘난 삶을 뽐내는 사람들의 피드가 뜰 때면, 나는 복잡 미묘한 표정을 지으며 그들의 피드를 넘긴다. 세상에 실제로 잘 사는 사람이 많아진 것일까, 아니면 잘 사는 척하는 사람이 많아진 것일까. 우리 세대는 물질적 풍요를 누리면서도 심각한 상대적 빈곤을 겪고 있다. 나도 다르지 않다. 같은 나이에, 아니면 나보다 어린 나이에 큰 성공을 거머쥔 사람들을 보면 샘이 난다. 그들의 특별함에 조바심이 난다.
하루에 최소 12시간은 일을 하고, 체력이 그리 좋지 않기 때문에 퇴근하면 아주 늦은 저녁을 먹고 쓰러져 자기 바쁘다. 그런데도 인스타에 비추어지는 타인의 삶이 나에게 '요즘 같은 세상에 투잡(two job)을 하지 않는 너는 게으름뱅이야'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주입하는 것 같다. 피로감에 인스타를 꺼버리고 브런치로 도망을 간다. 나를 위로해 줄 만한 에세이를 골라 읽으며 상처 입은 내 자존심을 달랜다.
자, 그렇다면 내가 가진 것은, 일구어 놓은 것은 무엇이 있을까? 불안함이 엄습하는 밤이면 나는 나의 평범함을 찬찬히 돌아보며 이제껏 쌓아온 것들을 되짚어본다. 우선, 5년 전에 사회 초년생의 아주 작은 월급을 열심히 모아 약 3천만 원 남짓한 돈으로 현재의 남편과 결혼식을 올렸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은 일절 없었다.
그 후 경차일지라도 우리 부부가 쓰기에 불편함이 없는 레이를 한 대 구매했고, 열심히 돈을 모아 구축이지만 굉장히 튼튼하고 경치와 입지가 좋은 아파트를 구매했다. 둘 다 딱히 사치를 즐기는 성격이 아닌 것이 다행이었다. 커리어 측면에서도 살펴보자면, 나는 일을 열심히 했다고 자부해도 좋을 것 같다. 열과 성을 다해서 나라는 사람의 가치를 올리려 노력했고, 운 좋게도 내가 바라는 대로 되었다.
하지만 몸을 돌보지 않으며 일을 한 결과, 나는 평일에 쉬는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 했고, 제대로 된 식사는 퇴근 후 남편이 차려주는 밥 한 끼가 전부였으며, 그나마 쉴 수 있는 주말에는 일을 하지 않는 나 자신의 모습에 심장이 불안스레 쿵쿵 뛰었다. 이러한 나날들이 쌓이고 쌓여 결국에는 내 몸을 약하게 만들었고, 어느 날 이석증이 나를 찾아왔다. 남편에게 기대어 간신히 도착한 이비인후과에 기어들어가다시피 해 겨우 접수를 마치고, '이석정복술'이라는 물리치료를 받으며 나는 잠시 쉬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렇게 나는 현재 직업이 없는 사람이 되었다. 더 열심히 일하지는 못할 망정, 나의 가치를 한창 인정받고 있는 순간에, 두 개 이상의 직업을 가지는 것이 유행처럼 번져나간 이 세상에서, 나는 열심히 달리던 길에서 잠시 비껴 나와 멈춰 섰다. 참으로 평범한 삶이지 않은가?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이야기이지 않은가?
하지만 나의 상황을 아는, 매달 꼬박꼬박 방문하는 네일샵의 원장님은 이런 결심을 한 나를 '멋있다'라고 칭찬했다. 그 사람은 나의 어떠한 부분에서 특별함을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를 평범하다고 되뇌었다. 그래, 우리는 모두 평범한 인간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나와는 다른 타인의 편린을 목격하는 순간, 그 사람을 더없이 특별한 사람으로 여긴다. 그렇게 평범한 우리는 특별한 사람이 되기를 갈망한다. 그래서 SNS에 우리의 편린을 내비침으로써 특별해지기를 갈구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그 욕망을 버리고 그저 평범한 나를 받아들이고 싶다. 당신 또한 평범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더없이 특별하지만 지극히 평범한 인간다운 삶을 살고 있다고, 그렇게 말하고 싶다.
모든 인간은 평범하며, 동시에 특별하다고 믿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