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대

우리는 서로를 존재하게 할 것이다. 이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by 푸르다

빛과 어둠. 슬픔과 행복. 뜨거움과 차가움. 삶과 죽음. 음과 양.

뚜렷한 색을 가진 상반되는 단어들. 결코 한데 뒤섞일 수 없을 것 같지만 어느 한쪽이 존재하지 않으면 다른 한쪽도 존재할 수 없다.






'세상은 서로 반대되는 것들로 가득하다.' 무엇에 관해 써볼까 고민하며 필사책을 뒤지던 내 눈을 사로잡은 문장이다. 마하트마 간디의 산문에서 발췌된 짧은 글에서도 나는 이 한 문장을 이번 글감으로 가져왔다. 반대되는 것에 관한 이야기가 하고 싶어 졌기 때문에.

그리고 내가 이야기해 볼 반대되는 것은 '나'와 '남편'이다.


우선 요새 유행하는 MBTI를 따져보자면, 나는 INFJ이고 남편은 ESTP이다. 몇 년에 걸쳐 여러 번 인터넷에서 유명한 그 MBTI 검사를 해보았는데 단 한 번도 결과가 바뀐 적이 없다. (물론 인터넷에서 하는 검사는 재미를 위한 것이기에 정확도가 떨어진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일단 넘어가기로 하자.) 우리를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지인들도 결과를 듣고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우리 부부의 반대되는 성향을 따져보자. 우선 나는 굉장히 내향적이라 낯선 사람에게 말을 쉽게 걸지 못한다. 꽤 오래 탐색 기간을 거쳐야 대화를 편하게 시작할 수 있기에 인간관계가 좁은 편이다. 생각이 많다 보니 걱정이 많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여 할 수 있는 예방책은 전부 준비해 둔다. 정말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피곤한 성격이 아닐 수가 없다. 반면 남편은 처음 간 가게가 마음에 들면 주인에게 바로 눈도장을 찍는다. 그래서 나와 달리 발이 넓은 편이다. 게다가 걱정해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면 할 필요가 없다고, 걱정할 시간에 좋아하는 게임이나 방송을 보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안 좋은 일도 쉽게 잊어버리고 과거에 연연하지 않는다. 어떻게든 되겠지. 가볍게 훌훌 털어버린다.


예민한 나와는 정반대인 태평한 남자와의 연애 기간 9년, 그리고 결혼생활 5년. 그동안 이 남자에게 많은 영향을 받아서 나도 예전에 비해서는 제법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너무 다른 성격이 다툼의 원인이 되는 경우도 많지만, 우리는 오히려 이런 상반되는 성향이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 주기에 원만한 부부생활을 이어가는 것 같다. 남편이 불같은 나의 성격에 많이 맞춰주는 덕도 있겠지만.


어젯밤에는 심심풀이로 친구를 통해 사주를 보았는데 남편은 물이 없는 '나무', 나는 '물'이라고 한다. 그것도 그냥 물이 아니라 '바다'라고. 그 말에 우리 부부는 박장대소할 수밖에 없었다. 사주에서도 그렇게 나온다고? 정반대인 성격이 오히려 서로를 지지해 주기에 잘 만난 케이스라고 친구가 덧붙여 말했다.


사주 풀이를 들으며 나는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나와 정반대인 사람을 짝으로 만났다는 것이. 아마 남편이 아니었으면 나는 이 에세이 시리즈를 시작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걱정에 매몰되기 십상이었던 20대의 내가 이 브런치 북을 본다면 깜짝 놀랄 거라고 확신한다. 나는 결코 긍정적인 사람이 아니며 솔직히 말하자면 여전히 삶에 회의적이다. 다만, 인생을 살아가는데 너무 아등바등할 필요가 없다는 걸 남편을 통해 깨달았고, 살아간다는 행위에 조금 힘을 빼도 된다는 걸 배웠을 뿐.


10대 때는 나와 다른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성격이 비슷한 사람과 진정한 우정이 가능하리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 나의 짝꿍은 나와 반대인 사람이다. 반대되는 것은 서로 섞어버릴 수 없어도 서로를 보완할 수 있다. 그렇게 균형을 이뤄 서로를 존재할 수 있게 한다. 우리는 서로의 삶의 원동력이 되어 함께 잠을 자고, 일하고,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영화를 보고, 대화를 한다.


그렇게 반대 성향을 가진 우리는 서로를 존재하게 할 것이다. 이 삶이 끝나는 순간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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