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 전 아기의 귀여움 모먼트

때로는 밉지만 사랑스러운 너

by 단신부인
'힘들다'란 말로는 부족해


당연하게도, 임신, 출산은 힘들었다.

문화센터에서 가만히 있질 않는 딸래미

그러나 이는 연습에 불과했을 지도 모른다.

현재는 매일매일 고된 육아현장에서 치열하게 살고 있는 중이니까.

말문을 트기 이전의 아기는 사실상 본능에 충실한 짐승에 가깝다고도 생각한 적이 많다.

먹고, 자고, 싸고, 놀고, 만지고, 안아달라고 하는 등애정을 갈구하는 욕구가 강하다.

100일 이전엔 목을 잘 못 가누니 가만히 있을 때가 많은데, 뒤집기를 시작하고서부턴 180도 달라진다.


왜 하고 많은 부모들이 '뒤집기'라는 말에 '지옥'이라는 글자를 뒤에 덧붙이겠는가.

하지 말라고 해도 뒤집고,

해달라고 해도 뒤집고,

눕혀놓으면 뒤집고,

기저귀 갈아줘야 하는데 기저귀 갈이대에서 뒤집고

문화센터 요가 마사지 클래스를 가서도 뒤집고

뒤집지 못하게 하면 울고 불고 난리를 친다.

정말이지 사랑스러운 상전이 따로 없다.

그래도 귀여워


평일 독박육아 중에 정말 미치도록 말 안 들을 때가 있다.

신생아 시기처럼 얼굴이 새빨개지며 두피에 땀이, 눈가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 정도로 울기도 한다.

너무 졸려가지고 제발 좀 자라고 사정하며 달래는데도 안 잘 때 솔직히 답답해서 화낸 적도 있다.

나름 목소리 톤이 달라진 걸 본인도 느끼는 건지 그 때만 잠깐 멈칫했다가 다시 말썽을 피운다.

그러나 결국 지는 건 나다.

이 나잇대 아기한테 화내봐야 무슨 소용이겠는가. 그래선 해결되는 일도 없는데...

하여, 이내 체념하곤 냉정을 찾는다.

화내서 미안하다고 다정한 말로 달래주고 토닥여주니 힘이 빠져 새록새록 잠이 든다.


신생아 대비 시력이 한참 발달한 요즘은 멀리서도 대차게 주양육자인 나를 알아본다.

알아보고 활짝 웃는다.

약 1시간 전에 내가 화냈다는 걸 잊었는지 그저 깨어났을 때 눈에 보이는 게 엄마라서 순수하게 기뻐한다.


이제껏, 이렇게까지 내가 누군가의 생에서 전부였던 적이 있던가.

다른거 없이 그저 나의 손길을 갈구하고, 돌봐주길 바라고, 곁에 있어주길 바란다.

이토록 깊은 신뢰를 받을 자격이 나에게 있던가.

나는 그저 변변한 재주가 없고, 보잘 것 없고 유약한 인간에 불과한데

그저 내가 존재한다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 행복을 줄 수 있다는 걸,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체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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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지 손가락보다 작았던 발은 여전히 내 손에 들어올 정도로 작지만, 분명히 자랐다.

간간히 낮잠을 재울 때 포대기로 업고 양 발을 조물거리며 오동통한 발과 발가락을 만져보곤 한다.

작은 발가락을 하나, 하나 만져본다. 그러면 내 손길이 간지러운지 발가락을 싹 오므리는데, 그게 꽤 귀엽다.

포대기로 업었을 때 엄마의 심장 소리가 더 잘 느껴지는지, 아기띠로 안았을 때보다 더 잘 잔다.

우리 딸아이는 작은 손으로 양 주먹을 꼭 쥐고 매달리듯이 잠을 잔다.

등에서 느껴지는 밀착감과 새근새근 거리는 숨소리가 느껴지면 나도 모르게 뿌듯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아기는 대수롭지 않은 일에도 자주 울지만 그만큼 자주 방긋방긋 웃는다.

이름을 불러줘도 웃고, 배방구를 부아앙-하고 입으로 소리내도 신났는지 키득키득 거리며 웃는다.

이가 하나도 없는 시기에 잇몸이 다 보일 정도로 빙구같이 웃으니, 그 모습이 자못 사랑스러워 따라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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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유쿠션에 누워 맘마줄 때 왜 다리를 이렇게 올리는 거야?!

모유를 먹을 때, 젖병으로 수유할 때 혀의 움직임과 목넘김의 기전이 다른데, 후자가 월등히 쉬운 편이다.

이제는 엄마 젖을 끊고 완분(100% 분유)에 이유식까지 시작했는데도

울 아이는 수유 보충 할 때면 꼭 저렇게 한쪽 다리를 저렇게 올리고 발가락에 꾹 힘을 주곤 한다.

이해할 수 없지만 귀엽다.

저러다가 갑자기 발가락을 잡고 올렸다 내리기를 반복한다.

알 수 없는 행동 투성이에, 예측할 수도 없지만 그저 사랑스럽고 귀엽다.


신생아 때는 왜 이렇게 작나, 언제 크나 싶었는데

어느새 10kg에 달하는 우량아가 되었고, 배밀이 기기를 시작했으며,

별안간 지난주부터는 스스로 엉덩이를 들썩이더니 어느새 허리를 꼿꼿이 펴고 혼자 앉을 수 있게 됐다.

이 작은 아이도 이토록 열심히 살아가려고 애쓰는데,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친정 엄마가 자주 전화를 하는데, 한 번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내 아기는 너야~'

30대가 넘어 어느새 불혹으로 향하는 이 나이에 아기 소리를 들을 줄이야.

허나, 틀린 말은 아니다.

비록 기억이 나지 않지만 나도 분명 지금 우리 아기처럼 엄마에게 한없이 작고 귀여웠던 순간이 있었겠지!


매일, 아이가 잠들고 일어날 때마다 숨은 잘 쉬고 있는지부터 확인한다.

푹 자고나서 그 작은 눈망울로 나를 보며 씨익- 하고 웃을 때 그 순간이 너무 감사할 따름이다.


오늘도 잘자, 내일 또 건강하게 만나!

내일의 시작도 또 같은 일상 루틴의 반복이겠지만, 그래도 어떠랴!

힘들고 또 힘들어도, 그래도 사랑스럽고 함께 있는 게 행복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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