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아빠를 위한 육아어 해설

아빠들이여, You can do it!

by 단신부인

최근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Babies'를 시청하고 놀라운 걸 알게 되었다.

'부성(Fatherhood)도 노력에 의해 형성될 수 있다' 라는 점이다.


'옥시토신(Oxitocin)'은 엄마, 아기 사이의 정서적 애착 형성을 돕는 호르몬이며,

산후 자궁 수축을 돕고, 모유 수유할 때, 아이를 주로 돌볼 때 주로 분비되곤 하는데,

외국에서 아기를 입양한 게이부부를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엄마' 역할을 한 남성에게서 상당히 높은 수치로 보고되었다고 한다.

따라서, 아빠도 충분히 자녀와 애착을 형성하고자 '노력'한다면 엄마 못지 않은 역할을 할 수 있는 셈이다.


벌써 생후 10개월차로 향해가는 아기를 돌보고 있는 바,

초보 아빠 티를 벗을 때가 됐음에도 여전히 미숙하고 철부지 같은 우리 남편.

회사 일은 그렇게 안 하면서 왜 육아는 남의 일처럼 한 치 앞만 보고 둘은 못 볼까.

일 잘하는 여자들 중에서도 육아 잘 하는 사람은 널리고 널렸는데!


그래서 준비했다.

엄마가 말하는 '육아어' 속에 함축된 말, 이를 자세히 풀어보겠다.

더 이상 '몰라서 못했다' 라는 핑계를 내뱉을 수 없을 정도로 능숙해지길 바라면서!



아기 좀 봐줘
보다: See(X), Take Care(O)

단순히, 쳐다보고 있으라는 뜻이 아니다.

배밀이, 네발기기에 걷고 뛰기까지 하는 아기들은 호기심 덩어리요, 사고뭉치 그 자체다.

특히, 돌 이전, 구강기는 손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잡아 뜯고 입으로 가져가는 시기란 말이다.

따라서 사고치거나 다치지 않게, 필요 시 용변 해결과 밥 또는 간식을 먹이며 안전하게 놀아줘야 한다.


o 두 눈, 양 손으로 스마트폰 또는 PC 혹은 TV 좀 그만 붙들고

o 아기가 본인 통제 영역 범위 밖으로 벗어나가지 않도록 매의 눈으로 주시하며

o 전선, 콘센트 구멍 근처, 그 외 부딪히면 크게 다칠만한 곳에 아이가 가는 것을 막으면서

o 아이가 용변을 싸면 기저귀도 갈아주고

o 필요 시 식사 준비부터 먹인 후 입가, 이도 닦아주고 사용한 식기는 설거지통에 넣어 마무리하며

o 비는 시간에는 아이와 장난치며 놀아주기.


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행동했다면 더는 등짝스매싱 맞을 일은 없을 것이다.

솔직히 스마트폰만 조심하더라도 싫은 소리 하나라도 덜 들을 거라고 생각한다.


외출 준비 좀 해줘!


'외출'은 많은 변수를 내포하고 있다.

집과는 달리 자원이 부족하며, 지역 범위가 넓고 돌발 상황에 대한 대응이 느릴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다행히도, 대비만 잘 한다면 충분히 케어할 수 있다.


크게 아래 조건을 고려해야 한다.


1) 당일 외출인가, 숙박이 포함되는가?

2) 1번인 경우, 식사 시간 이내에 돌아오는가 아니면 2시간 이상 소요되는 장거리인가?

3) 방문 장소가 실내인가, 실외인가?

4) 외출하려는 날의 날씨, 미세먼지는 어떠한가?

5) 유모차를 가져가는가, 아기띠를 매는가?


며칠 전 깊은 빡침이 몰려왔던 적이 있었다.

'외출 준비'를 부탁한 후 세수하고 머리 좀 감고 나왔는데 하나도 안 돼 있는 것이다.

본인 양말 신고, 외투 입으면 된다는데 누가 자기 혼자 나갈 준비를 하라고 했던가!

회사 출장도 준비 없이 혈혈단신으로 가면 욕 먹거나 돈이 많이 든다.


어른과 달리 아기의 욕구는 비교적 단순하다: 1) 먹고 2) 싸고 3) 놀고

따라서 최소한 기본적으로 챙겨야 하며, 구비 여부를 체크 또는 크로스체크해야 하는 항목은 아래와 같다.


o 기저귀 개수 및 기저귀 가방, 휴대용 패드, 물티슈, 엉덩이 로션, 힙클렌저

o 분유통 및 가루, 한 번 끓였다가 살짝 식혀서 분유물로 쓸 온수 텀블러에 담기, 젖병

o (이유식 먹는 아기라면) 외출용 이유식, 보냉백, 아이스팩, 실리콘 스푼, 그 외 간식

o 쪽쪽이, 쪽쪽이 클립, 기타 밖에서 아기를 진정시켜줄 장난감

o 손수건, 여분의 턱받이, 갈아입힐 옷, 양말


특히, 날씨가 춥거나 바람이 분다면 겉옷과 양말을 꼭 입혀서 나가야 한다.

늘 엄마가 뭐든 잘 준비해 놓을거라며 방심하지 말고! 혼자 좀 해라!


목욕 좀 시켜줘


스스로 씻을 수 있는 사람이 목욕을 한다고 하면 무엇이 필요한가?

씻을 물, 샴푸 및 린스, 클렌저, 로션, 수건, 갈아입을 옷, 몸 말리기 그리고 사용한 욕실 뒷정리다.

아기를 씻길 때도 비슷하다.


목욕을 시켜달라는 말은 1) 준비부터 2) 씻기는 행위 3) 마무리 정리까지 해달라는 의미를 포함한다.

똥도 싸다가 중간에 끊고 항문 그대로인 채 나가면 이상한 것처럼 일련의 연결된 과정인 것이다.


o 욕조 또는 샤워핸들(생후 6개월 이상, 혼자 설 수있는 아기)을 활용하여

o 체온보다 조금 높은 정도(37~39도)의 물로 씻기되,

o 아기 전용 올인원 샴푸 앤 바스 또는 탑투토워시를 묻혀 목, 겨드랑이 등에 낀 때를 제거해주고

o 젖은 몸을 드라이기 및 수건으로 말리고 베이비로션 또는 수딩젤을 발라서 피부 장벽을 보호하며,

o 기저귀 채우고 옷을 입히는 것을 다 마치고 나면

o 사용한 목욕용품을 사용 이전의 형태로 정리


아직 뭐든 혼자 할 수 없는 시기에는 이렇게 세심하게 돌봐줘야 한다.

여러 번 하다보면 자연히 몸에 익는다.


설거지 좀 해줘!


어릴수록 아이들은 유약하다.

어른과는 달리 위장도 약하고,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제한적이다.

그래서 단순히 식기를 씻는 행위를 넘어서 '소독'도 해줘야 안전하다.

따라서 설거지 해달라는 말에 함축된 내용은 아래와 같다.


o 어른, 아이용 세제를 따로 써서 분리 세척하되,

o 젖병솔 또는 전용솔을 활용해서 잔여물 없이 깨끗하게 닦고

o PP, 실리콘, PPSU 등 소독 가능한 소재는 소독기에 넣고 돌리기

o 다 돌려서 건조까지 완료됐으면 제 자리에 정리하기


이를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몇 가지 추가 된다.


1) 일반 주방세제, 영유아용 젖병세정제의 존재 구분하기

2) 열탕/스팀/UV소독이 가능한 소재와 그렇지 않은 것 구분

3) 맘마존에 있는 소독기 작동 방법 이해


우리 남편도 1, 2번은 깔끔하게 잘 하는 편이나, 꼭 소독을 빼먹곤 했다.

처음에는 소독기에 넣으면 형태가 변형되서 절대 넣지 말아야 할 물건을 넣기도 했으나

지금은 매뉴얼을 나름 숙지한 상황이다.


대개 젖병, 젖병꼭지, 젖병 스크류, 쪽쪽이, 유리 용기, 실리콘 이유식 스푼은 열탕, UV, 스팀소독을 모두 지원하는 경우가 많으니 참고하시라.




우리 남편이 아이에게 밥 먹듯이 하는 말이 하나 있다.

'너는 엄마가 좋지?!'

그럴 때마다 나는 이렇게 답한다.

'당신도 나처럼 하루 12시간 이상 돌봐주면 아이가 좋아할 거라고'


아버지들이여, 그대들도 육아 잘 할 수 있다.

처음엔 실수할 수 있는데, 원래 뭐든 개선할 수 있는 부분은 고쳐가며 하는 것이다.

엄마도 처음부터 모성 강한 슈퍼 엄마였던 것은 아니니까.

그러니 Don't be afraid, You can do it!

언젠가 육아 사원에서 상무까지 진급할 수 있는 그 날까지 당신들을 응원한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청약 당첨 후 말하지 않는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