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은 산재 인정을 받기 어렵다

뇌졸중 환자의 가족 이야기 5편

by 단신부인

아빠는 끝내 산재 인정을 받지 못했다.

회사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져 응급실에 실려갔음에도.


갑자기 찾아온 큰 질병의 여파는

우리 가족이 겪어야 했을 감정적 충격 뿐만 아니라

다분히 현실적인 경제적 어려움으로도 찾아왔다.

병원비가 실로 만만치 않던 것이다.


그나마 그 땐 다행히 코로나19 발발 이전이었기에

응급실에 실려 가서도 병상을 확보할 수 있었다.

상급병원의 진료비, 입원비, 수술비, 중증환자실 등

속절없이 진행해야 했던 절차와 비용의 대가는 혹독했다.

청구서에 처음 보는 금액이 찍혀 있었다.

그러고보면, 우리나라의 건강보험제도에 찬사를 보낸다.

본인 부담금이 크게 경감돼 있지 않았더라면

지금쯤 빚더미 위에 앉아 있을 지도 모르니.


장장 6시간에 걸친 대수술 이후 생명은 살렸다지만

수술 후 깨어난 당신께선 더 이상 내가 아는 아빠가 아니었다.


그리도 건장했던 사람이

단 며칠 곡기를 끊고 수액으로 살았다고

근육이 다 빠지고 얼굴이 헬쑥해졌다.

소화해서 흡수한 게 얼마나 된다고

배출 활동이 멈추지 않아 당분간 기저귀 생활을 해야만 했다.


눈만 연신 껌뻑거린 채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저 '생존'했다 정도만

확인할 수 있었다. 처음엔 아무 말도 못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좌뇌 절반의 기능이 소실된 그는

언어능력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전혀 말을 할 수 없으나 눈치껏 알아듣는 바는 있다.

오른손은 쓸 수 없어 매일 주물러주지 않으면

손이 딱딱하게 굳어버리기까지 한다.


하여튼, 어느 정도 거동 여건을 확보한 신체상태가 되자

우리는 병원이동 절차에 착수했다.

아빠가 다니던 직장은 병가를 신청했고

최대한 쓸 수 있었던 두 달 남짓의 기간을 다 채우니 면직이 이뤄졌다.

65세까지는 거뜬히 다닐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셨던

지난 날은 이제 없다.

내 아비의 모든 짐을 정리하여 집으로 가져왔다.

직장생활의 무거움에 비해

짐이 오히려 가벼워 보여 싱숭생숭했다.

언젠가, 나도 정년퇴직할 때쯤 그러할까?


지난 몇 십년 간의 직장생활에

뭐 그리 잔잔바리 짐들이 많았는지 소소한 물건들이 보였다.

그러다 문득, 회사 다이어리를 넘겨보다가

왈칵- 하고 눈물이 줄줄 쏟아졌다.


힘들다, 나를 인정해주지 않는다,

스트레스 받는다, 말도 안된다.

부당하다,


이런 내용들 아래엔

그래도 참아야 한다- 라고 써 있었다.

대관절 무엇을 위해 참아야 했을까.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참지 말지 그랬어 아빠.

부당하면 부당하다고

노력과 성과를 인정해달라고,

나도 사람이라고 얘길 하지 그랬어.


이젠 나도 사회초년생을 벗어나 중년생에 가까운 나이고

회사생활이 녹록지 않음을 안다.

어리석고 또 순진했을, 내 아비 또한 그러했겠지.


뇌병변 장애인이 되기 한참 전,

퇴근 후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부당함을 토로하던 모습을

지나치지 말고 상대해드려야 했을까.

이제는 드시지 못하겠지. 아아...


불쌍한 내 아버지를 위해 산업재해 신청을 넣어보았다.

애초에 쓰러지길, 회사에서 그랬지 않은가.

전 직장에서도 나름 물심양면으로 도와주려고 했다.

그러나, 끝끝내... 불승인 통지가 떨어졌고, 우린 승복했다.


산재 인정을 받으려면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이 있다.

바로 '업무 관련성' 이다.

뇌출혈이 일어나기 전후로 업무의 큰 변화나

급격한 근무시간 변경 내지 과로할 만한 업무지시가 없었으며

결정적으로 건강검진 결과와 생활습관의 영향력이 컸다.

국민건강보험에서 격년으로 받는 사무직 검진 결과 이력 상

음주 이력과 습관, 신체적 수치가 최악을 찍고 있었으니.

하여, 불복의 여지 없이 처참하게도, 결과를 감내해야만 했다.


나의 건강관리는 모친, 당신에 대한 최선의 효도,

동생에 대한 누나로서의 본보기,

남편에 대한 지극한 사랑.


아빠의 사례를 통해 여실히 깨달았다.

나는 결코 아비처럼 뇌졸중에 걸리지 않으리라.

생활습관을 갈고 닦아 건강한 몸을 유지해야지-

그리 다짐을 하며, 오늘도 건강관리를 실천했다.


#산업재해 #뇌졸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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