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임시술이 낯설은 분들을 위한 입문서
난임 진단을 받고 난임병원에 다닌 지도 어느새 1년이 다 돼간다.
약 20번 넘게 병원을 오간 덕분에 지금은 몸이 익숙해져서 내원 후 어디부터 찾아가야하는지,
어떻게 진행되는지 흐름을 잘 안다지만,
처음 병원에 다니기 시작할 때만 해도 내부에서 길도 잃고 허둥지둥 헤맸다.
하여, 난임시술을 처음 시작하는 부부를 위해
난임병원 선택 기준과, 내원할 때 알아두면 좋을 Tip을 제시하고자 한다.
1. 난임의 정의와 난임시술 의료기관
난임의 법적(모자보건법) 정의는 '부부(사실혼 포함)가 피임을 안 한 상태에서
부부 간 정상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1년이 지나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여기서의 주체는 개인이 아닌 '부부'이며,
참고로 우리나라의 난임시술비 지원제도 신청은 배우자의 동의를 필요로 한다.
즉, 임신을 원하는 여성 혼자서는 인공수정 또는 시험관 아기 시술이 어렵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에서
난임을 '1년 이상 피임하지 않아도 임신이 되지 않는 상태'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난임은 전세계적으로 나타나는 흔한 현상 중 하나다.
WHO(2023. 4월)에 따르면, 성인 인구의 약 17.5%, 즉 6명 중 1명이 난임을 경험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21년 건보 통계 기준, 난임 진단자는 약 26만 명, 그 중 난임시술을 받은 사람 약 8만 명, 이 중에서 정부지원까지 받은 사람은 약 6만 명에 달하고, 글로벌 통계와 별반 다를 바 없다.
그러니, 본인이 난임이라고 해서 결코 특이하거나 희귀한 케이스가 아님을 인지했으면 한다.
한편, 난임시술 의료기관(이하 난임병원)이란,
'의료법 등에 따라 난임시술이 가능한 의료기관으로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정하는 기관'을 말하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난임의료기관 지정, 평가 관련 업무를 위탁받아 진행하고 있다.
이는 모자보건법 상 정의일 뿐이고, 통용되는 말로는 '난임병원' 내지 '난임센터' 라는 용어로 불리고 있다.
특히, 정부지원을 희망한다면 반드시 난임병원에서 발급한 난임진단서가 필요하니,
'임신육아포털 아이사랑', 또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특수운영기관 정보'를 통해 해당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참고로, 인공수정(체내수정)과 시험관아기(체외수정)을 구분하여 검색해서 보아야 한다.
2. 난임병원 선택 기준
사람마다 난임병원을 선택하는 기준이 있겠지만,
내가 지금 다니고 있는 곳을 고른 이유는 1순위로 '거리', 2순위로 '익숙함'이다.
한데, 공통적으로 중요한 기준을 하나 꼽으라고 하면
'여성 입장에서 자주 다닐 수 있는지 여부'를 꼽고 싶다.
작년까지 내가 근무했던 강원도 시내엔 산부인과가 한 곳도 없었다.
그나마 큰 도시로 나가야 겨우 있을 정도라 차로 약 1시간 이상은 가야 했다.
실제로 건강보험 심사평가원 2022년 제2차 난임시술 의료기관 평가결과 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인천에 난임병원 전체 기관수의 45%(97개 기관)가 있고, 전체 시술의 68.5%를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출퇴근 하면서 통원하기에 무리가 있다고 판단, 난임휴직을 쓰고 수도권 집에서 통원하게 됐다.
더구나, 남성은 시술 당 최소 1번(정자 채취) 정도만 내원하면 되나,
여성 입장에서는 인공수정 약 2~3번, 시험관 아기 약 3~5번 사이 오가야 한다.
빈번히 왕래해야 하는 와중에, 배주사까지 스스로 놓기 어렵다면,
혹시라도 배란유도 또는 이식 후 착상 중 내원을 요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면,
병원까지 일일이 찾아가야 하니 '여성의 통원 가능 여부'는 대단히 중요한 고려 요소일 수 밖에 없다.
3. 난임병원 내원절차와 방법
난임병원에 처음 발걸음했다면, 2가지만 기억하면 된다.
1) 최초 난임검사 수검(생리 종료 후), 2) 생리 시작 후 2~3일째 내원 시작
난임검사
난임검사를 받는 이유는 난임 원인을 규명하는 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특히 난임시술비 정부 지원금 신청, 접수에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여성 입장에선 한 번만 진행하면 되고, 남성은 반년에 1번씩 하면 된다.
검사 방법으로는 1) 보건소에서 진행하는 것, 2) 난임병원에서 진행하는 것 2가지 방식이 있는데,
지자체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대개 전자는 소변 또는 피검사 위주로 진행하고,
후자는 정액검사, 나팔관 조영술 검사를 포함한다.
정부지원금 신청을 위해서는 부부 모두 난임병원에서 수검 후 난임진단서를 발급받아야 하고,
대개 난임진단서 상 정액검사일은 발급일로부터 6개월 이내 분을 인정한다.
본인은 난임병원에서 약 25만원, 남편은 약 12만원을 주고 검사를 받았다.
수검 비용은 병원마다 상이하고, 대개 실비보험 적용이 안된다는 점을 참고했으면 한다.
심평원 2022년 자료에 따르면,
난임원인은 단일요인 78.6%, 복합요인 21.4%으로 집계되며,
단일요인 중 가장 큰 건 원인불명(26.1%)이고, 복합요인 상에서는 남성요인+난소기능 저하가 가장 높았다.
본인 역시 후자에 속한다. 난임검사 상 양쪽 나팔관이 막혀있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난소기능검사(AMH) 상 실제 나이 대비 난소나이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고,
남편의 경우엔 운동성과 정상정자 분율이 평균치보다 낮았다.
따라서 나의 진단서 상 질병코드는 N97.9(상세불명의 여성불임)가 됐다.
개인별로 결과가 천차만별이니, 꼭 검사 후 맞춤형으로 난임 치료를 받길 권한다.
생리 시작 후 2~3일째 내원 시작
인공수정이건 시험관 아기가 됐건 무조건 생리 시작 후 2~3일째 되는 날 내원해야 한다.
대개 배란유도 과정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그러하다.
나처럼 다낭성 난소증후군이 있거나 생리(정혈)이 불규칙한 경우 회당 최초 내원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
가능하면 평일에 내원하는 것이 좋고, 주말에 가면 수가도 조금 높고 대기인원이 많은 편이다.
병원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개 접수 > 초음파 > 내담 > 추가 검사 또는 처방 > 후납 > 복귀 순으로 진행된다.
내가 다니는 곳은 전용 어플리케이션까지 따로 있어서 해당 분을 설치하고 움직여야 했다.
특히 나처럼 종합병원에 다니면서 첫 내원이라면,
먼저 접수 후 내부 시설 위치(주사실, 원내 약국) 등 내원 절차 안내를 받고 다니는 게 편하다.
사람이 많은 난임병원일수록 '본인확인'을 철저히 하는 편이라,
가능한 부여받은 '환자번호'를 기억하거나, 환자카드를 발급해주는 곳이라면 이를 항시 소지하면 유용하다.
한편, 초음파 검사의 경우 거의 매회 실시한다. 생리 중일 때를 포함해서! 찝찝하지만 어쩔 수가 없다.
정확한 측정 결과 산출을 위해 직전에 소변을 보고 들어가며,
혈류량이 많을 경우, 양해를 구하고 측정실에 입실해서 속옷을 벗어도 무방하다.
대개 배란 전, 후로 난포의 성숙도와 너비, 갯수, 자궁 내벽의 두께를 관찰하며,
이는 주치의 내담 전 환자 상태를 보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된다.
측정 후 주치의와 면담을 실시한다. 배란유도 중이라면 현재 몸 상태에 필요한 약제, 주사제에 대해 안내받고,
인공수정 또는 시험관 아기 난자채취, 배아 이식 등을 목전에 두고 있다면 언제로 할 지 등을 협의한다.
필요 시 키, 몸무게, 혈압을 측정하거나 주사(배란유도, 난포, 조기배란 억제제)를 맞고 갈 수도 있다.
접수 당시엔 각 개인별 필요한 처치, 처방을 확인할 수 없기에 본단계 이후 후납을 할 수도 있다.
이 때, 난임시술비 정부지원 대상이 되는 경우 지원결정 통지서를 제출해야 차감받을 수 있다.
각 회 별로 지원 시작 날짜가 찍혀서 발급되므로,
가능한 첫 내원 직후 관련 서류를 지참하여 정부24 또는 보건소에 신청해야 해당일자 분부터 적용받는다.
지금까지 난임의 정의, 난임병원 선택기준, 내원절차와 방법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았다.
전세계적으로 난임은 흔하며, 저출생과 맞물려 해결해야 할 주요 사회문제 중 하나로 부각되고 있다.
본인에게 임신 의향이 있다면, 각종 지원제도와 난임병원 정보 등을 잘 활용하길 바라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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